녹색당, 기후정의조례 발표…“지역에서 제정운동 시작하자”

조례안에 녹색건축물, 공공교통 확대, 당사자 참여 기후정의위원회 구성 포함

녹색당이 기후정의조례운동을 통해 지역에서 기후정의 운동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녹색당은 새로 발표한 기후정의조례(안)에 대해 기술과 산업 육성으로 점철된 기존의 탄소중립법을 넘어선, 기후위기 최전선의 당사자들이 기후정의 운동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녹색당]

녹색당은 11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색당이 마련한 기후정의조례안을 발표했다. 녹색당은 교통, 주거, 광고, 노동 등과 같이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의 구체적 정책 과제를 조례안에 녹였다. 기후위기 대응이 곧 지역사회 불평등 완화 및 해소로 연결되며, 궁극적으로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한다는 신념이 바탕이 됐다.

녹색당은 조례안 제정의 목표에 대해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동시에 고조되는 시기, 지역에서 이에 맞서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운동을 지원”하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자체의 조직, 관행, 정책, 예산의 개혁, 주거, 교통, 노동 등의 구체적인 영역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적 불평등의 완화/해소를 동시에 추구해, 지역사회를 보다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우며 평등하게 변화시키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조례안의 구체적 조항 중엔 지자체장에게 20년 이상 노후건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추진 의무를 부여한 것과 수송 및 교통 분야에서 버스 완전공영제 도입하고 100% 전기버스 등 친환경 공공교통 전환을 추진한 것이 눈길을 끈다. 또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기후정의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해 개발사업에 대한 기후영향평가 및 행정계획 등에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녹색당 기후정의조례제정운동본부장인 전길선 녹색당 경기도 비례의원 후보는 ‘광역별 기후정의조례제정운동본부’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지역별 조직, 종교단체, 생협조직, 노동조합, 진보정당 등이 모두 망라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지방선거 시기까지 운동본부가 구성되고 시민안이 확정되면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주민 발안 형식으로 각 지역의 기후정의조례안을 제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녹색당에 따르면 경기는 3만2,000명, 대전은 8,200명, 서울은 2만5,000명 이상의 18세 이상 시민의 서명을 받으면 주민발안이 가능하다.

이상현 녹색당 서울비례의원 후보자는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기후위기 대응 사업은 축소됐고, 재개발·재건축 등 토건개발 사업을 적극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서울시 기후위기 대응조차 후퇴하고 있으며, 기후위기의 해법이 핵발전이라는 잘못된 주장까지 하고 있다”면서 서울시의 기후정의조례안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현화 대전녹색당 운영위원장은 대전시가 탄소중립을 어전히 기계적인 숫자 맞추기로 이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운영위원장은 “대전형 그린뉴딜은 구체적인 감축목표나 이행방안을 적시하기보다 기존의 사업을 녹색사업으로,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첨단, 그린, 스마트, 4차 산업혁명 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라며 “이제 아래에서부터의 기후정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전에서는 지난 2015년 유성구에서 원자력 감시 조례안을 주민 발의로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라며 “이제 오늘의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불평등 체제를 바꾸기 위해 다시금 시민의 목소리를 결집시키고 변화의 시작을 만드는 기후정의 조례 운동에 함께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출처: 녹색당]

8장 52개 조항으로 구성된 녹색당 조례안은 국회가 제정한 ‘탄소중립법’을 보완하고 넘어서는 성격을 갖는다. 그동안 국회의 탄소중립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해선 기후운동단체들을 중심으로 ‘기후정의를 위한 법이 아닌 녹색성장을 위한 법’이라는 많은 비판이 제기돼 왔다. 녹색경제와 산업 육성 지원을 골자로 한 이 법은 성장과 이윤 중심의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 기후위기 책임이 있는 자본과 기업에 면피를 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또한 문제가 됐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2018년을 기준 연도로 잡아 35%로 감축하더라도 잔여 배출량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후 시행령에서 40% 이상으로 명시했지만 이 목표 역시 ‘1.5도 이내로 지구온도상승을 막겠다’는 법의 취지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감축 목표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녹색당은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 대응 방향이 단지 온실가스 감축과 흡수를 강조하는 ‘탄소중립’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본질적인 원인인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해소하며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들의 사회적 권력을 형성하고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기후정의’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지역사회로부터 기후정의를 요구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목소리를 모아나가야 한다”라며 “그 구체적인 계기는 기후정의조례 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례안은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이 개발한 ‘경기도 탄소중립 정의로운 전환 기본 조례(시민안)’을 기초로 삼았다. 녹색당은 “조례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녹색연합과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제안한 ‘기후정의법안’ ‘충청남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 환경부가 제시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 등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노동, 농업, 지방자치, 보건의료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도 자문에 나섰다. 최종 조례안은 조문 검토 작업을 거쳐 4월 중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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