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기후정의행진 "광장 사용 불허 규탄한다"

"기후위기와 민주주의 실패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사건"

오는 24일 기후정의행진 행사가 진행될 서울 광화문 일대에 대해 서울시와 종로경찰서가 사용을 불허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주최 측은 서울시 등이 불합리한 이유를 들어 광장과 거리를 닫았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와 인권단체 공권력감시대응팀은 7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이 "기후위기와 민주주의 실패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출처: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앞서 기후정의행진 주최 측인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조직위)는 행사 진행을 위해 지난 7월부터 서울시와 종로경찰서에 광화문 광장과 인근 도로에 대한 장소 사용을 총 세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주최 측에 따르면, 서울시는 광화문 사용 신청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신청 날짜에 서울시 자전거 대행진 행사가 이미 허가돼 있어 광화문 사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들고 있다. 종로경찰서는 광화문광장 옆 3개 차로에 대해 교통 정체를 이유로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조직위는 기존 행사 진행으로 광장 사용이 불가하다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 "해당 행사는 아주 제한된 좁은 면적의 사용 허가로서, 사실상 조직위가 요청한 사용 허가 면적과 중복되지 않고, 충분히 조율 가능하다"라고 반박했다.

기자회견에서 박한희 공권력감시대응팀 변호사는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권이자 민주사회를 위한 가장 필수적인 기본권이며, 그런 이유에서 헌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면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조치도 법원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슨 근거로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를 불허하겠다는 오만한 입장을 내는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정정은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8월 6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새로 열며 광장 사용 허가 신청을 심사한다고 사실상 광장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초헌법적인 결정이며, 서울시가 이 광장을 결국 공공의 공간이 아니라 권력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면서 "기후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기후정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발걸음과 목소리를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공적 절차도 무시한 채 막는다면 과연 이곳을 ‘광장’이라고 부를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김은정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는 광장을 막는 것으로 기후정의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막을 수 없다면서 "집단적인 의사 표현을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이 국정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집회의 자유를 축소하는 것은 주인 된 국민의 권리를 축소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에겐 하나의 구호가 더 생겼다. 실패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기후정의를 외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9월 24일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을 평화롭고 안전하게 개최하고자 한다"라며 "이것은 바로 헌법에서 보장한 시민들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며, 또 이 시대 가장 큰 위협인 기후재난으로부터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월 결성한 조직위에는 현재까지 300개 이상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최소 2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아울러 주최 측은 광화문 집회 금지 통보와 관련해 가처분 소송을 준비 중이며, 법원 판단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을 고려해 숭례문·시청 구간까지 확대해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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