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겼다!”…동성 부부도 건보 피부양자 자격 인정

법원,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 인정…1심 뒤집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동성부부의 사실혼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지만, 동성부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21일 서울고등법원은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건강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1심에선 “아직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해석만으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에까지 확대할 수 없다”며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소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계기는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5월 김용민 씨와 결혼식을 올린 소 씨는 2020년 2월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동성부부임을 알리며 피부양자 등록을 문의했는데, 다음날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피부양자 자격을 얻은 소 씨는 기쁜 사실을 알리겠다며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건보공단이 이를 인지 후 “착오”였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건보공단은 곧바로 소 씨의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해 없애고, 지역가입자로 바꿔놓았다. 건보공단이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해 없앴기에 소 씨는 피부양자로 등록됐던 8개월 치의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내게 됐다. 그해 소 씨는 부당하다고 소송을 시작했고, 1심 판결은 패소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는 이성의 “사실혼 배우자”와 이 사건 원고인 소성욱과 같은 “동성결합 상대방”은 배우자가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판단하며, 동성부부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하여 하는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

이날 판결이 나오고 소성욱, 김용민 부부는 “사랑이 이겼다!”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은 “사법부가 동성 부부의 평등한 권리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을 환영하며, 오랜 시간 쉽지 않은 싸움을 해 온 김용민·소성욱 부부에게 마음 깊이 축하를 전한다”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공동 논평을 내고 “재판부가 “사법적 관계에서조차도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며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법원의 책무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성소수자의 평등권 실현에 기여하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입법부와 행정부는 동성 부부에게 동등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차별이라 선언한 오늘 사법부의 판단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성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시정하고, 평등한 가족구성권 보장,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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