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파업을 지지하는 이유

[기고]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은 여성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가시화할 것

3.8 세계여성의 날은 115년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리는 환희의 날입니다. 그러나 그저 즐겁게 우리가 나아갈 바를 발표하는 것에 그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특히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작년부터 요구한 시급 400원 인상 요구는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파업투쟁을 결의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물가인상으로 최저임금으로도 생활하기도 팍팍한 현실인데도, 학교 측은 하루 3200원 커피 한잔 값 정도도 올릴 수 없다고 합니다. 올리려면 자연 인력감축(정년퇴임으로 인원이 축소)분을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인력이 부족한 현실인데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3월 2일 열린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기자회견. 명숙 활동가(오른쪽에서 세번 째)가 피켓을 들고 있다.

덕성여대 김건희 총장이 대학에 돈이 없어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못 올리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김 총장은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구조적으로 강요되는 성차별을 외면하고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부정하기 때문에 임금을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공공운수노조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덕성여대는 교직원 특별상여금 1억 9,080만 원을 편성했으며, 수입을 증액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재정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김 총장은 생물학적 여성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차별의 구조를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구조적 성차별의 사회에서도 소수의 성공한 여성들, CEO는 대우받을 수 있기에 나몰라라 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 사회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성별 격차가 가장 심한 곳입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여성의 평균 소득은 256만 원, 남성 임금 389만 원의 65.8%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는 이에 미치지도 못합니다. 현재 시급 9390원, 식대와 수당을 더해도 월급은 세전 210만 원, 세후 185만 원입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기에 교직원들처럼 호봉도 없고 매년 최저임금을 겨우 맴돌고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은 여성이라서 비정규직이라서 나이가 많다고 이중 삼중의 복합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적 차별

여성비정규직 사업장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사업장의 여성노동자들은 성차별과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서울도시가스점검분회 노동자들은 여성이라서 고객들로부터 성폭력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회사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성폭력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안전조치 없이 여성노동자 혼자 가스 검침을 하러 집에 들어갔다고 남성이 옷을 거의 벗고 있는 경우를 마주하거나 폭언과 성희롱 발언에 시달립니다. 울산도시가스점검 노동자들이 2019년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한 것도 성폭력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인 1조 요구는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도시가스점검 노동자들도 최소한의 성차별과 성폭력이 없는 일터를 만들려고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노조 탄압을 했습니다. 서울시가 준 임금을 떼먹지 말고 돌려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듣지 않고 오히려 노조 간부들을 부당 징계했습니다. 다행히 며칠 전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징계하고 판결했습니다.
 
여성사업장이 있는 직종은 대부분 비정규직, 하청업체 용역업체입니다.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은 구조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싸움도 어렵습니다. 철도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공공기관 자회사입니다. 코로나 때 인력을 감소시키더니 코로나로부터 일상이 회복되어 정상 운행을 하는데도 인력을 늘리지 않고 인력을 더 줄이려 시도합니다.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만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

이렇듯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겪는 차별과 착취는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성차별의 결과입니다. 그러하기에 3.8 여성의 날을 맞아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여성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파업이 대표적인 것 중 하나입니다. 파업은 노동을 멈춰 여성노동자를 착취하는 체제를 멈추는 것입니다. 파업은 자본의 속도와 이윤을 위해 여성노동자의 노동을 차별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성노동을 저평가하는 구조, 관리자 등 임금과 인사결정권이 있는 직무는 남성에게 배당하는 성차별의 구조가 여성들을 저임금과 성차별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서 여성노동자들이 단결하여 노조를 만들면 탄압하고 있습니다. 다시 힘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1908년 미국 방직공여성노동자들이 외쳤던 빵과 장미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장미이겠지요. 115년전 장미를 상징했던 여성의 투표권은 2023년에는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이 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되는 현실을 바꾸라는 요구해야 합니다. 여성비정규직들이 단결하여 힘을 발휘하려고 노조를 만들면 탄압하고 내쫓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원청과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더 이상 덕성여대 김 총장의 잘못된 노조 혐오와 원청갑질,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외면을 못하도록 많은 동료시민들이 3.8 여성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할 것입니다. 더 이상 성공한 여성들만 대우함으로써, 구조적 성차별과 노동착취를 은폐하는 현실에 우리는 부화뇌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페미니스트들은 모두가 CEO가 되는 세상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해도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평등한 세상을 원합니다. 그러하기에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은 덕성여대 청소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