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가건물은 사람이 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 등 개선 없는 고동노동부 이주노동자 숙식비지침 규탄

열악한 숙소에 사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은 3일 오전 11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 숙식비지침 및 열악한 기숙사 개선 없는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을 연 후,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임시가건물 기숙사 전면 실태조사 및 근본대책을 촉구하는 집단 진정을 냈다. 진정서에는 △컨테이너, 샌드위치패널 등 임시가건물 기숙사 실태 전면 조사 △임시가건물 기숙사 금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자회견에서 나선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임시가건물은 사람이 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이 안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시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비싼 비용을 주면서 이런 숙소에 살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기숙사가 충족해야 할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개정 2021. 11. 19.>
제55조(기숙사의 구조와 설비) 사용자는 기숙사를 설치하는 경우 법 제100조에 따라 기숙사의 구조와 설비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1. 침실 하나에 8명 이하의 인원이 거주할 수 있는 구조일 것
2. 화장실과 세면ㆍ목욕시설을 적절하게 갖출 것
3. 채광과 환기를 위한 적절한 설비 등을 갖출 것
4. 적절한 냉ㆍ난방 설비 또는 기구를 갖출 것
5. 화재 예방 및 화재 발생 시 안전조치를 위한 설비 또는 장치를 갖출 것

그러나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활동가가 소개한 아래 사례들은 이와 같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무색하게한다. 심한 경우 사업주들은 열악한 기숙사 사정을 악용해 이주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숙소 변경을 위해선 사업장을 옮기라며 금전을 갈취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 사업주는 여성이주노동자 2명을 근로계약서상의 주소와 완전히 다른 곳에 거주하도록 하면서 인접한 허공에 숙소를 놓아 살도록 했다. 노동자들이 난방이 되지 않고, 화장실이 없다며 불편을 호소하자 사업주는 금전을 요구했다. 1인당 650만 원을 지불하면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이들 노동자는 임금 약 15일치를 포기하겠다는 조건을 억지로 받아들이고서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었다.

아래는 위 사례를 포함해 지구인의 정류장 등에서 취합한 진정내용에 포함된 일부다.

#1. 허공에 놓인 숙소와 고용계약해지를 대가로 650만 원을 요구한 사례(경남 밀양시A)
[출처: 지구인의 정류장]

[출처: 지구인의 정류장]


#2. 농수로 위에 설치된 컨테이너 기숙사(충남 논산시)
[출처: 지구인의 정류장]

[출처: 지구인의 정류장]


#3. 문이 없고 커튼만 있는 여성노동자 샤워실(경남 밀양시B)
[출처: 지구인의 정류장]


#4. 임금에서 25만 원을 공제하고 제공한 샌드위치 패널 기숙사(김포시)
[출처: 지구인의 정류장]


고용노동부는 작년 10월 올해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E-9) 규모를 11만 명으로 결정했다.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가장 큰 규모라며 이주노동자 인권개선을 위하여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근로자 보호 및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가설건축물의 숙소 제공 여부 등 고용허가 시 기숙사 시설 확인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작년 11월에 개최된 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숙식비·사업장 변경 관련 실무TF’에 참여하여 숙식비 지침에 임시가건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후 노동부가 TF회의에서 ‘외국인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지침 개편방향(안)’을 제기했고, 고용노동부 차관은 외국인력정책실무위원회 회의(2022.12.20.)에서 숙식비지침 개선 요구에 “고용노동부TF에서 제도개선 논의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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