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은 면했지만…불법파견 시정 요구는 여전히 유죄였다

김수억 전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 2심서 감형…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

  김수억 전 지회장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청와대 앞에서 불법 집회를 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수억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형으로 감형됐다. 1심에서 김 전 지회장은 1년6개월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비록 실형은 면했지만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투쟁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것은 변함이 없다며 재판부를 규탄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 한기수 남우현)는 6일 오후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지회장에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감형 이유는 지난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집회·시위법(집시법) 위반 부분을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농성 당시 폭력이 없었다는 것과 노동청 직원과 협의했다는 취지의 제3자 진술도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합원 2명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이 유지됐다. 나머지 14명의 피고인들은 집행유예형에서 벌금형으로 바뀌거나 벌금이 줄어드는 등 형이 감형됐다.

앞서 문제가 된 사건들은 2018년 7월 법원 불법판결에 따라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려달라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농성한 것, 같은 해 10월 각 사업장의 불법파견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며 대검찰청에 항의방문한 것, 2019년 1월 고 김용균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청와대 앞 시위 등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비정규직 이제그만)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재판 결과를 규탄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이번 판결은 도둑놈을 잡으라고 경찰서에 이야기를 하러 갔더니, 경찰서에서 시끄럽다고 신고하러 온 사람을 잡아넣은 격”이라며 “불법파견의 피해자가 불법을 바로잡아달라고 행정기관, 수사기관을 찾아갔다가 범죄자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벌의 불법파견을 시정하라고 요구한 것인데, 불법파견을 저지른 기업들은 처벌받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불법파견 집단 소송을 제기한 지 12년, 대법원 심리만 6년!, 정부와 사법부의 노골적인 재벌 감싸기로 처벌은커녕 소송은 지연되었고, 검찰은 재벌 총수들에 대한 파견법 위반 고소 사건을 10년 가까이 캐비닛에 묵혀두고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라며 “돈 있고 빽 있는 재벌은 정권과 사법부를 호위무사 부리듯 하고, 재벌의 불법을 처벌하라는 너무나도 상식적인 노동자들의 외침은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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