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과 비행기가 적은 세상이 평화롭고 안전하고 정의롭다

[이슈] 나는 왜 414 기후정의파업에 나서나②



신공항은 생태학살, 불평등악화, 세금낭비, 탄소폭탄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비행기는 기차의 20배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비행이 만드는 수증기, 산화질소 등 다른 온실가스까지 고려하면 그 온난화 효과는 더 커진다. 전 세계 인구 중 비행기를 타본 사람의 비율은 6%로 추산된다. 특히나 전 세계 인구의 1%인 ‘슈퍼 여행객’이 항공 부문 온실가스의 절반을 배출한다. 비행은 결코 대중적이지 않고 민주적이지 않다.

다들 아시다시피, 또는 모르시다시피, 세종시 국토부/환경부 청사 앞에는 2023년 3월 28일 현재 414일째 새만금신공항 반대 천막농성이 진행 중이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선전전에 갯벌의 친구들이 돌아가며 참여한다. 금요일에는 거리미사가 봉헌된다. 매주 군산에서도 선전전이 진행된다. 참여 절차가 번거롭고 까다로운 행정소송에 1,308명이나 원고로 참여해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3월 9일 첫 재판이 열렸다.

새만금 갯벌 살리기는 2003년 전북 부안에서 청와대까지 종교인 네 분이 진행하신 〈삼보일배〉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희생적인 직접행동(떠올리니 또 눈물이 난다)으로 여론이 모이고 정부도 사업 철회를 놓고 저울질하던 시기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가 끝내 진행된 뒤 급격히 기울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아직 새만금 갯벌이 살아있다며 신공항을 지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긴가민가했는데, 놀랍게도 십수 년 동안 갯벌을 계속 모니터링하며 지켜오던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버티고 있었고, 남아있는 갯벌에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생물들이 버티고 있었다. 방조제로 바다와 갯벌을 분리한 뒤 일부는 말라서 육화(陸化)되었지만, 바닷물이 닿는 부분은 여전히 갯벌 또는 염습지로 정화 역할과 뭇 생명들의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만경강 하구 쪽 갯벌이며 군산 쪽 마지막 남은 이 ‘수라갯벌’에 국토부는 공항을 지으려 한다.

새만금 갯벌 살리기 운동의 예측은 결국 다 현실이 됐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진행하도록 손을 들어준 2006년의 대법원에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말해주고 싶다. ‘댁들 말이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어. 한 글자도 안 맞아.’

새만금호가 시화호처럼 100% 죽음의 똥물이 될 것이고, 어업 기반 지역 경제는 파탄날 것이며, 투자하려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시민운동의 예측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정부는 쌀농사를 위해 간척해야 한다고 거짓말했지만, 결국 인구는 줄고 쌀 소비는 더 줄었다.

환경부는 새만금호의 수질이 5급에도 전혀 맞출 수 없고, 거대한 무산소 물덩어리가 됐으며, 이를 복구할 유일한 방법은 시화호처럼 전면적인 해수 유통뿐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완벽한 실패가 확인된 것이지만, 정부는 실패의 공인을 미루고 있다. 다만 환경부 의견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2020년부터 해수 유통을 하루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렸다. 전면적인 해수 유통과는 거리가 한참 먼 한심하고 미미한 조치지만, 그럼에도 갯벌 면적이 회복되고 생물들이 늘어났다. 2021년에는 10년 동안 보이지 않았던 법정보호종 흰발농게가 수라갯벌에 다시 모습을 보였다. 갯벌에 물이 들어오지 않는 10년 동안 뻘 깊은 곳에서 어떻게든 버텨온 것이다. 또한 이곳에는 저어새, 황새, 도요새, 삵, 금개구리 등 40종 이상의 멸종위기종이 대규모로 서식한다. 영화 ‘수라’에 생생하게 그 생명들이 기록돼 있다.

  멸종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 [출처: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경제성, 안전성, 생물다양성, 문화적 가치, 탄소감축, 공공성…
모두에서 낙제점인 새만금신공항


정부의 비용편익 분석에서 새만금신공항은 0.479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고, 수라갯벌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의 군산공항은 매년 적자가 난다. 졸속으로 이뤄진 문화재 조사 후에도 계속 고조선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유물이 발견되고 있다.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때문에 조류 서식지 13km 이내에는 공항을 건설하면 위험한데, 수라갯벌은 13km 거리는커녕 조류 서식지 그 자체다. 그뿐인가.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환경부와 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한 ‘이곳만은 꼭 지키자’에 수라갯벌이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데도 공항을 짓겠단다.

게다가 갯벌의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가치(블루 카본)도 최근 연구에서 새로이 밝혀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갯벌을 재자연화해도 모자랄 판인데, 갯벌을 매립해서+공항 건설로 탄소를 배출하고+항공 운항으로 탄소를 배출하니, 삼중으로 어리석다. 이 시대에 8천억 원은 공공교통 확충, 단열 지원, 농민이나 장애인, 노숙인 등 기후재난 취약 계층 지원, 갯벌 복원 등에 써야 할 귀한 예산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쓸 돈을 갯벌 파괴, 공항건설, 비행 증가에 쓰니 삼중을 넘어, 사중으로 역기능적이며, 다른 신공항 계획도 모두 복제라도 한 듯 동일한 양상이다. 15개 공항 중에 10개가 적자인데, 국토부는 10개의 공항을 더 짓겠다고 한다. 유럽,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는 이미 항공 노선을 줄이거나 공항을 폐쇄하고 있다. 영국히드로 공항은 활주로 확장을 시도했지만 영국 법원이 파리 기후협약 위반이라며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우리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도 법원이 획기적인 판결을 내려 위대한 전환의 신호탄이 되길 빈다.

  새만금 신공항 예정 부지내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2급, 법정보호종 흰발농게 수컷 [출처: 전북녹색연합]

기후위기인데 살던 대로 살 수는 없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지만, 보수적이고 신중한 전 세계 과학자들이 올해도 중지를 모아 내놓은 IPCC 보고서 내용처럼, 기후위기로 인류가 대절멸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대한민국도 중앙정부 및 각 지자체 수준에서 기후위기라고 ‘선언’은 했다. 공무원들이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나서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오히려 기후위기로 돌진하고 있다. 우리 공동의 집이 불타고 있는데 집을 관리해야 하는 집사들이 집에 석유를 붓고 불을 지르고 있다.

인간이 손대기 전에는 쓸모없었다가 인간이 가치를 뽑아내면서 쓸모가 생기고 쓸모를 다 뽑아내면 버리고 떠나는 존재. 성장주의가 지구를 보는 관점이다. 망쳐버린 헌 지구 A를 버리고 떠나면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로 인간을 맞아줄 새 지구 B라도 있는 듯이 근시안적으로 이윤을 추구한다. 아직도 한국 정부는 ‘쓸모없는 진흙모래 벌판’인 갯벌을 아무리 파괴해도 남은 갯벌이 무궁무진하다는 듯이 개발을 계획한다. 시대착오적인 정부의 기조를 흔들어 바꾸기 위한 대규모 행동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새만금신공항 동의, 제주제2공항 동의, 흑산도공항 위한 국립공원 해제 동의, 설악산케이블카 동의 등으로 ‘환경파괴부’란 이름이 어울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이 터질 때마다 환경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더 큰 물결이 세종시를 뒤덮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414 기후정의파업이 세종시에서 열리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공간 면에서도 적절하다.

우리 투쟁의 아지트 앞에 기후정의파업의 대오가 지나가면서 직접행동으로 메시지를 새겨 이 공간의 물성이 달라질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 설렌다. 환경부 앞 푸른 천막 안에 눈속임 그림도 있으니 숨은그림찾기도 해보시고 인증샷 포토존 현수막도 많으니 많이들 들러서 인증샷 찍고 가시길! 414가 지난 뒤 청사 앞의 공기가 달라져 있길 기대해 본다.

  새만금신공항 철회 촉구 매일 선전전이 400일 넘게 진행 중이다. [출처: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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