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빠지게 일했는데 억울해서 못나간다”

18일, 서울신용보증재단 상담 노동자 고공농성 돌입

"참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원청인 재단과 하청업체의 공모아래 사회적 약자인 상담사들은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게 생긴 것도 모자라 더욱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재단이 상담 노동자를 머릿수로만 생각한 결과 지금 보다 더 후퇴한 노동 환경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 10년도 넘게 함께 일해온 일터에서 쫓겨나야 하는 사람들. 재단도 업체도 아닌 바로 우리 상담사들입니다. 뼈 빠지게 일했는데 억울해서 못 나갑니다. 끝까지 맞서 싸울 겁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기필코 승리하겠습니다. 결사 투쟁! 단결 투쟁!"

  18일 새벽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소속 여성노동자 2명이 본사 현관 캐노피에 올랐다.

18일 저녁 7시를 조금 넘긴 시각,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 정문 앞 투쟁 문화제에서 낮지만 단호한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가 핸드폰을 통해 흘러나와 마이크를 타고 퍼졌다.

두 명의 콜센터 노동자는 이날 새벽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신용보증재단 본사 정문 캐노피에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노동조합) 진기숙과 박영임이다. 사측에 콜센터 상담 노동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들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투쟁문화제에 모인 80여 명은 캐노피 위에서 전하는 진기숙 조직부장의 이야기를 숨죽이고 들었다.

  18일 7시에 열린 투쟁문화제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두 노동자가 투쟁을 외치고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 5명은 고공농성 2일차인 19일 오후 3시 30분 부터 '인력감축 계획 철회'와 '주철수 이사장 직접 면담'을 요구하며 무기한 집단 단식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상담노동자들은 2007년부터 고객센터에서 소상공인 보증 지원사업 안내 등을 담당해왔다. 노동자들은 재단을 대표하여 안내 업무를 하는데도, 재단 소속이 아닌 수탁업체 소속이어서 제대로 된 응대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 계약 때마다 업체가 바뀔 수 있어 고용도 위협을 받았다.

원청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은 2023년 3월 14일 콜센터 하청업체와 5월 재계약을 앞두고 일반 상담사 25명 중 8명을 인원감축하고 풀 아웃 소싱을 통해 콜센터를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3월 28일부터 본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왔다.

  18일로 농성은 22일차를 맞았다.

노동조합은 2020년 10월 결성됐다. 노동조합은 서울신용보증재단 대표 고객센터로서 위상을 제고하고,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의회에서 지난 2월 이와 관련해 "협의기구를 구성해 협의를 시작하도록 독려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사측의 행동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반대로 갔다.

노동조합은 "지난 2020년 서울시가 공사,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와 함께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를 민간위탁 운영하는 게 부당하며 기관별로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직고용을 추진하라고 했지만, 서울 신용보증재단은 3개 기관 중 유일하게 3년이 다 되도록 협의기구조차 구성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콜센터 노동자들과 서울시의회 반대에도 매년 4월 말이 되어서야 계약 날인하던 것을 서둘러 3월 31일 위수탁 변경계약서에 서명했다. 인원을 감축하고 풀 아웃소싱(Full Outsourcing)하는 형태였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도급비를 인상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오히려 업무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사업예산을 2억원 삭감"했다. 여기에는 인원 감축도 포함됐다. 콜량이 일부 줄었다며 필요시에는 단기상담사를 투입하겠다는 게 사측의 이야기다.

게다가 재계약에 포함된 사업장 이전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확인해 보니 "이전하겠다는 업체 영등포센는 재단이 제출한 각종 멋진 사진들과 달리 여러 콜센터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휴게실 조차도 남녀 공용"으로 되어 있었고 "여성 상담노동자들만 있었던 지금과 달리 다른 콜센터, 남성 관리자들과도 함께 사용해야 하는 휴게실"이었다.

투쟁문화제에서 캐노피에 올라 있는 두 조합원을 바라보며 임지연 지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인력감축, 사업장 이전이라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우리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구성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십여 년을 몸 바쳐 일 해온 우리 상담 노동자들을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 것인가? 우리는 부품이 아니다. 사람이다 … 제각기 가장으로 가족과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고 아침마다 서둘러 아침밥을 챙기고 뒤돌아 나오는 워킹맘이다. 그런데 서울신용보증재단은 하청업체를 앞세워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콜센터로 가라며 다른 업무와 조건을 강제하고 사실상 퇴사를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재단의 인력감축, 풀 아웃소싱에 맞서 결사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위에 계신 두 동지들과 함께 하겠다. 투쟁

  18일 저녁 7시 고공농성을 지지하는 투쟁 문화제에서 발언하는 임지연 서울시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장

  18일 7시에 열린 투쟁문화제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두 노동자가 투쟁을 외치고 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변정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