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드 컵

밤마다 시달린다

내 머리 위로 거대한 축구공이 덮치는

악몽에 시달린다

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공 따라 날라 간다

공은 둥글지 않았다

흉측한 괴물처럼 생긴 집채만한 공은

길거리 노점상들

노점상 아낙네들 머리위로 덮친다

리어카가 박살나고 피가 튄다

비명소리 하늘을 찌른다

그렇게 무참히 박살낸 공은

퉁기며 솟아올라 또 나른다

흉측한 공은

공장담벼락에 달라붙어 있는

해고자들 농성천막 위로

파업을 준비하는 노동조합 건물위로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씩 모인 집회장 곳곳

노동자들 머리위로 덮친다

한번씩 덮치고 퉁겨 오를 때마다

농성천막, 노조건물들은 무참히 박살나고

피가 튀고 흩어진 살점들

아비규환

비명소리 하늘을 찌른다

그렇게 이 땅 곳곳을 박살낸

흉측한 축구공 위엔 누군가 앉아있다

번들거리는 얼굴에

입을 귀밑까지 벌리며 웃어 제치는

파쇼정권의 하수인들

자본가놈들 얼굴이다

2002. 5. 17

안윤길 노동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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