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중심으로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다. 은행에 이어 카드사, 생명보험사,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 제2금융권 사업장도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확대하기 시작한 것. 이를 놓칠새라 주5일을 겨냥한 휴일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법으로 못박는 문제는 보수정치권과 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주5일 근무제 입법안은 노사정위원회 합의가 결렬됨에 따라 노동부에 그 권한이 넘겨진 상태. 노동부는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안과 노사정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단독 입법 절차에 들어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익위원이 제출한 안은 임금보전과 연·월차 휴가 등에 있어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불리하다. 더욱이 재계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까지 보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노동부와 국회에 압력을 가하고 있어 9월 입법 가능성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의 또 다른 문제는 중소영세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형편이 나은 대기업의 다수는 지난 96년부터 주 42시간 격주휴무제를 도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입과정이 무난한 편. 하지만 노사정위 공익위원들의 안에서 전체 노동자의 67%에 달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단계적 실시 방침에 따라 2007년에나 도입여부가 결정될 상황이다. 결국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주5일 근무제는 현재까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한편, 이미 상당수 사업장이 주5일 근무제에 돌입한 금융권의 경우도 사업장에 따라 격차가 크긴 하지만 대부분이 주44시간을 유지한 상태에서 토요일 휴일을 결정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법 개정이 없이 단위노조 단체교섭을 통해 주5일 근무제를 다루고 있어, 단위노조의 힘으로 44시간으로 정해져있는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은행권 시행 이후 제2금융권의 협상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미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상이 끝난 사업장의 경우 상당수가 아예 교섭 자체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국사무금융노조연합 게시판에는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의 소리가 높다. 자신을 수협직원이라고 밝힌 한 노동자는 “제2금융권에서 농·축협은 연합노조라도 있어서 주5일 근무제를 협상이라도 할 수 있지만 단위노조도 없는 수협에게 주5일 근무는 딴 세상이야기”라며 “아마도 수협은 최후의 6일 근무 은행이 될 것”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또한 손해보험노조에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손해보험노조는 아직도 사측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인데, 7월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지켜보면서 시간을 허비하다가 이제는 9월이나 10월의 노동부 입법안이 어찌 되는지만 지켜봐야 하느냐”며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노동자의 바람이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정말 인간이 아닌 일의 노예로 살다 가는 비참한 삶이 될까 두렵다”고 밝혔다.
이미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경우 실제로 주말 여가를 알차게 이용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주5일 근무를 입밖에도 꺼내보지 못한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주5일 근무를 요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미 주5일 근무제에 돌입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주 40시간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주 5일근무제의 법제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현정 / 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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