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희(노동자의 힘 선전부장)
한가로운 휴일날 오후 구파발역에 내리면 거리를 가득메운 알록달록 등산복차림의 한 무더기 등산객들과 김밥 파는 아줌마와 "북한산 입구 출발합니다. 오라이~"를 연신 외치는 버스 안내 아저씨가 한데 버무려지는 활기찬 장면이 펼쳐지곤 한다. 인파를 헤치고 마중나온 불교환경연대 이원균씨와 함께 송추입구에서 6개월이 넘게 싸우고 있는 현장을 찾는다. 그곳에서는 북한산 관통도로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불교·환경·시민운동단체들이 선방(禪房)을 차리고, 망루를 세워 투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입구에는 전경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7월11일 용역깡패들이 난동을 부린뒤 저렇게 입구에서 상주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7월25일은 전경을 피해 뒷산을 타고 넘어와 또 폭력을 저질렀습니다." 이원균씨의 설명이다. 싸움의 양상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농성장 밖은 마치 요새처럼 철조망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스님들과 환경단체 사람들이 이곳을 지킨지 벌써 반년이 넘었지만 요새는 더욱 견고해졌고, 기습적인 용역깡패들의 폭력 역시 더욱 기승을 부렸다. 비구니 스님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설치미술가 최병수씨와 환경단체 사람들, 스님들은 20대 괴한청년들의 폭행덕분에 줄줄이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용역깡패들의 잠입(?) 방법도 기상천외하다. 스님을 가장해 승복을 입고 쳐들어오는가 하면 전경옷을 입기도 하고, 어슴푸레한 새벽을 틈타는가 하면 산기슭에 웅크리고 있다가 농성장을 덥치기도 했다. 투쟁에 함께하고 있는 우이령 보존회 박선경 사무국장은 이런 상황이 만드는 공포가 제일 힘들다. "언제 저 사람들이 폭력으로 침입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죠. 항상 긴장하게 돼요. 어디 갈 수도 없고, 다른 일을 볼 수도 없죠."
이에 맞서는 '불교시민연대' 진영의 싸움도 만만치는 않다. 법복을 차려입은 스님들이 '가두시위'를 하기도 했다. 3걸음 걷고 1번 절을 한다는 3보1배. 30도가 넘는 무더위로 수경스님이 쓰러지기도 했다. 경기도 양주의 사패산 입구(송추 입구)에는 5m가 넘는 망루를 설치했다. 북한산 관통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이자 공사 저지를 위해 마련된 농성장이다. 도로를 뚫기 위해서는 망루를 뚫어야 한다. 망루위에는 침탈을 대비해 며칠을 버틸 수 있는 물통을 준비해놨다. 농성장 입구에는 통나무가 사람 키만큼 쌓여있다. 쳐들어온다면 몸을 태워서라도 막고야 말겠다고 쌓아 논 장작더미라고 귀뜸을 해준다. 싸움의 주체가 스님들이라 농성장안에 선방을 차려놨다. 판자로 만든 선방의 이름은 '철마선원'. 쇠를 단련하듯 선을 수행하는 곳. 하지만 이 철마선원과 농성장은 8월말까지 철거될 예정이다. 불교계와 한국도로공사, (주)서울고속도로는 지난 8월14일에 모임을 갖고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인 서울외곽순환도로 일산-퇴계원 구간 중 4공구 전체에 대하여 올해 12월31일까지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를 중단하는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반년이 넘게 싸운 북한산을 둘러싼 개발-보존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일단락 된 셈이다.
사태의 발단이 된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도로는 지난 1988년부터 공사가 시작된 서울외곽순환도로의 마지막 구간이다. 총 길이 36.3km로 경기도 일산과 퇴계원을 잇게 된다. 북한산 국립공원에 4km 길이의 터널을 뚫고 지나가게 돼있다. 이와함께 북한산의 이웃산인 수락산과 불암산에도 터널이 만들어지는 것이 건설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의 계획이었다. 이에 97년 4월20일 '북한산 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한 100인 선언'을 시작으로 2001년 11월20일 지금의 송추 농성장을 거점으로 투쟁이 이어져왔다. 우이령보존회 박선경 사무국장은 투쟁의 이유를 간결하게 설명한다. "국립공원이기 때문이죠. 애초에 국가에서 국립공원을 설정한 이유는 '절대보존의 가치'를 제도적 차원에서 규정한 겁니다. 돌아갈 길이 충분히 있고, 돌아갈 가치가 있는데 왜 관통터널이어야 하는지… 북한산이 뚫리면 전체 국립공원은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사찰이기주의?
국립공원은 전체 국토면적 중 단 3.8% 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전국의 자연보전지역의 85.6% 가 국립공원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중 서울의 '녹색허파' 라는 북한산에 하루 14만대의 자동차가 통행하게 될 8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니 환경운동에서는 당연히 반발하고 나설 터. 하지만 이번 투쟁의 주역은 당연 불교계다. 이에 대해 '관통도로가 나는 길에 30여개의 사찰이 있기 때문에 불교계에서 일어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욱이 이번 싸움과정에서 제기된 대안-우회로는 '사찰만 살리면 된다'는 사찰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수경스님은 "사찰이 있기 때문인 것은 맞습니다. 천년사찰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국립공원이라는 절대 보존의 가치가 더 중요한 것이죠. 불교는 생명을 중하게 여깁니다. 지금까지는 불교계를 중심으로 싸웠지만 앞으로는 환경운동단체의 몫이 커요. 우리는 이것밖에 못해냈지만 정말 앞으로가 중요합니다."라며 지금까지의 과정보다 더 힘든 지금부터의 싸움을 걱정하며, 정부와의 합의안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도로아미타불을 향해
사실 전체 구간 중 송추농성장이 있는 4공구만을 '작업정지'시킨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올해 말까지고 <노선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면 재검토하고, 정부가 최종결정하면 이에 따르기로 한 것이 합의안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수락산, 불암산의 경우는 아예 언급조차 안돼있다. 수락산-불암산이 뚫리면 사실 북한산은 뚫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경스님은 앞으로가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을 그리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외곽순환도로의 80%가 완공된 상태이며, 정부의 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 '1차 저지'의 의미는 축소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겠네요?"라고 누군가 말하자 수경스님은 "아미타불은 우주의 총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 말은 우주의 총체로 회귀한다는 뜻이죠. 우리가 바라는 바입니다. 그럴려면 지금보다 더 전선이 확대되어야 합니다"라고 응수한다.
대안은 있다? 대안은 없다!
투쟁 과정에서 교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중 대안-우회로는 지금의 관통도로가 아닌 우회해서 가는 도로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인데 이에 대해 '진정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고 봐야한다. 불교환경연대 이원균씨는 "대안우회로는 애초에 우리의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도로공사측에서 가져온 거에요. 그러면서 언론에다가는 대안우회로에 대해 비용만 더 들고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반박하고 있는거죠"라며 상황을 설명한다. "정부의 주장대로 10km를 우회해서 도로를 만들면 산림들이 더 많이 훼손되죠. 단 그것에는 전제가 있어야 해요. 앞으로는 우회하려고 하는 그 지역에 더 이상 도로를 내지 않는다는 전제요. 하지만 그 우회로조차 정부의 2019년까지의 도로계획에 포함돼 있어요."라며 정부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을 정면에서 반박한다.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해결되기 어려운 숙제는 앞으로도 긴 시간동안 풀리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정부측에서 내놓는 개발의 논리 중 "교통량이 넘쳐나고 있다. 도로를 계속해서 만들지 않으면 전 도로는 자동차 주차장으로 바뀔 것이며, 그렇게 되면 도로의 본래 취지를 없애버리는 꼴"이라는 주장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
도로연장길이는 매년 늘어나고, 그에 따라 자동차대수도 매년 늘어난다.
도로가 있으니 자동차가 다니고, 자동차가 다니니 도로를 만든다?
도로, 즉 길은 본래 사람으로부터 난 것이었다.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소통의 역할이었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성장을 위한 산업화과정과 긴밀한 연관을 맺을 수밖에 없다. 이는 특정지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집중시키고 상품시장을 전세계적으로 확대시킴에 따라 이와 관련된 인적, 물적 자원의 신속한 이동을 필요로 한다. 생산과 소비가 공간적으로 상이한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점, 즉 사회적 분업과 교환을 통한 상품생산경제의 엄청난 확대로 경제가 성장할수록 공간극복의 필요성이 늘어나게 된다. 이 필요성은 사람이 아닌 자본의 필요성이다. 이중 특히 도로의 발달은 자동차산업에 엄청난 이윤을 가져다 주었지만 반면 교통혼잡으로 인한 수송비용의 증가는 전체 자본의 손실분도 증가시켰다. 이러한 사정에서 국가는 계속해서 도로를 만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로는 절대적으로 자동차 증가량을 따를 수가 없다는 것이 불교환경연대 이원균씨의 주장이다. "도로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의 속도는 매년 줄어듭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는 없을까? 이원균씨는 조심스레 대안을 내놓는다. "몇 해전 남산 터널 공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공사로 남산로를 막은 적이 있죠. 그런데 오히려 주변의 자동차 속도가 더 올라갔어요. 사람들이 길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자가용 이용회수를 줄인 결과죠." 덜 쓰고, 덜 파괴하자는 얘기다. 자본의 대규모적 개발과 파괴를 통제하기 위한 노동자 민중진영의 투쟁은 앞으로 더 조직적으로 광범하게 지속될 것이다. 환경의 문제를 우리네 삶과 무관한 '전망 좋은 경치'로 여기거나, 그저 공짜로 주어진 것이라는 인식이 바뀐다면 말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