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후보 인터뷰]"‘진보의 바람’을 휘몰아치게 합시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이광호 madger@kdlpnews.org
대선 후보 선출 다음날인 9월 9일. 이날 하루 종일 인터뷰에 시간을 ‘뺏긴’ 권영길 후보에게 기관지는 마지막 시간을 ‘할애’받았다. “기관지 홀대하시는 거 아닙니까”라는 투정을 부리면서 “대선 재수”라는 표현이 맞는 말인가요.”

“글쎄요, 저 개인으로는 그런 표현도 가능하겠군요, 그렇지만 당의 후보로서는 그렇지가 않지요. 특히 진보정당의 후보라는 게 보수정당과는 달리 당의 강령과 정책에 입각해서 선거 준비와 과정이 모두 결정되므로 개인이 재수다 뭐다 하는 말을 맞지가 않지요.”

그러면서 그는 97년을 잠깐 추억했다. “국민승리 21은 사실 아시다시피 급조된 측면이 있지요. 조직도 후보인 저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는 97년 대선 대응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을 총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을 강조했다.

“개인적 다짐이나 객관적 조건이 그때와는 어떻습니까.”
“바깥의 조건 중 분명하게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선거시기에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지역 문제와 사표심리가 있지요. 지역 문제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벽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표심리는 그때보다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봅니다.” 죽어가는 표가 아니라 당과 후보를 살려내는 미래를 향한 투표라는 의식이 많이 생겼다는 뜻.


"97년과는 비교가 안될 것"


개인적으로는 97년에는 대선에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3개월 동안이나 고민을 했었으나―그는 당시 어디에선가 차라리 ‘교통사고’라도 당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이번에는 그런 고민은 없었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은 당의 조직을 확대하고 강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득표 결과가 아니라 당원을 중심으로 우리당 전체의 힘을 실질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죠.”
이 말은 권대표가 다른 매체에서도 한 말인데 이같은 말에 대해 당 홈페이지에 비판성 글이 게재된 바 있다. “조직 강화의 귀결이 득표로 나타나는 건데 대표의 그런 의견은 패배주의적 관점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던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당원들이 그 부분(조직의 강화와 확대가 주요 목표라는 견해)은 좀 분명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득표율을 무시하는 것도 패배적 관점도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이번 선거 결과는 97년과는 비교가 안 될만큼 높아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하죠.” 그 근거로 사표심리의 완화와 그동안 당의 활동과 경험의 축적을 들었다.

“이회창 대세론의 득세할 때가 있었죠. 그것이 노풍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돼서 정풍이 노풍을 날려보냈습니다.” 지지율의 변화는 예측키 어렵다는 말인데 권대표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노풍이나 정풍이 불기 전에 그들의 지지율은 모두 한자리 아래였습니다. 저 개인뿐 아니라 진보정당이 자신의 정책을 가지고 일반 국민들과 TV토론 등을 통해 만나게 되고 국민들이 우리들의 정책을 알게 되면 바람은 충분히 불 수 있습니다.”

그 바람이 마침내 불게 되면 그것은 노풍이나 정풍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개인’의 인기 몰이가 아니라 ‘진보’라는 큰 덩어리에 대한 지지의 바람이니까. 만약에 진보의 바람이 큰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면 권영길 후보의 책임은 너무나 막중하다. 그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그의 ‘역사적 임무’일 테니까.

권영길 후보는 8일 경희대 후보 선출대회 수락연설에서 “원고에 써있는 내용을 생략하면서 할 말이 있다”면서 높은 톤으로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 비판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파해나갈 생각이십니까.”
“이번 유세 과정에서 전국을 돌면서 거기서 만난 노조,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우리 당 간부들에게 빠짐없이 얘기한 부분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선거공영제’라는 미명 아래 감추어진 ‘독약’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선거법 개악 총력 저지


시민단체는 물론 다양한 단체들과 함께 보수정당의 현상유지와 강화를 위한 ‘그들만을 위한 게임룰’을 바꿔내겠다는 생각. “지금 20억원에 사람들이 많이 분노하고 있는데 제 생각에 더 심각한 것은 진보정당과 후보의 정책과 정견을 발표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다양하게 ‘투쟁’을 하겠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우리당 선대위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요. 명망성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적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인사들이 결합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지금은 1단계 선대위가 꾸려진 상태죠. 당내 인사가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앞으로 당 밖의 여러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로 득표가 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포장’으로는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지난 6.13 선거에서 농촌 지역, 특히 군단위 지역의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우리당에 큰 힘이 됐습니다. 표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당은 농민과 함께 가야 하는 당 아닙니까” 라면서 공무원 노조의 동참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범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지난 7월 16일 합의된 이후 범추 활동에 대해서 일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진 대목이 있습니다. 범추 중심이 아니라 당대 경선 중심으로 간 데 대한 문제제기나 섭섭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당은 보다 폭넓은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범추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며 아직도 이것은 유효합니다. 1차적으로는 범추와 ‘폭넓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민중 후보 논의가 진행 중인 부분들과도 긴밀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따로도 만나고 세부분이 함께 만나기도 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권후보는 사회당과의 통합을 위해서도 당의 공식 창구를 만들어서 지속적인 대화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창당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한국노총 노조 투쟁의 정치적 성과물을 거두는데 기존 정당과의 정책연합이나 대정부투쟁의 한계를 느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작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노총의 창당 작업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역사적 과제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한국노총과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합니다. 공식 접촉은 아직 없지만 다양한 형태의 대화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TV토론 준비를 위해 ‘과외공부’는 하고 계십니까.”
“솔직히 그 부분이 아주 미진합니다. 가장 필요한데도 말이죠. 안타깝고 초조할 때도 있어요. 앞으로 활동의 상당 부분을 그 쪽에 쏟을 생각입니다. 우리의 장점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나오는 얘기들을 정책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 의료, 금융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조합 등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요구와 의견이 충분히 녹아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앞으로 노조나 각 부분의 정책 담당자들이 모여서 이런 준비를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노동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게


권대표의 수락연설문 중에는 평등, 복지, 평화, 통일과 함께 신기술이라는 표현이 들어있다.
“진보진영에서도 국민경제 또는 국가경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경제를 튼튼하게 해나갈 진보적 대안은 어떤 게 있습니까.” 질문치고는 좀 무식하다싶을 정도로 포괄적이다. “한국경제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부나 자본의 방법론과는 많이 다르죠. 노동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해내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기초입니다. 경영참여나 민주적 참여기업이 그런 거죠 이른바 진보적 구조개혁이 우리의 대안입니다.”

이와 함께 그는 장기적으로는 기술 강국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연구자들의 생활과 환경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보다는 ‘협동’이 더 생산성이 높을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들이 있는지요.”
“여러 사람에게 듣는 편입니다. 현재 사회나 체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중에는 제법 큰 기업의 전현직 경영자들도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당내 후보 선출 과정이 흥이 나지 않는 조건 속에서 치러지게 된 데 서운한 마음을 가지신 당원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 당원들과 진보정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신명나게 동참할 수 있도록 후보로서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당원 여러분들과 함께 당당하고 신나게 선거를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권대표는 너무 많은 인터뷰를 했다. 전문지, 월간지, 주간지, 방송 등. 대표가 지친 것 같아서 인터뷰는 ‘예정대로’ 한 시간만에 끝을 내줬다.
[ 103호] 9.9 ~ 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