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북한 변화 어디를 향하고 있나]생존 추구형에서 발전 지향으로

경제, 인센티브 통한 화폐관리체제로 이행 중

오승렬/통일연구원 경제협력연구실장
북한은 최근 새로운 정책노선 정립을 통한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1990년대의 ‘생존’추구형 소극적 경제정책으로부터 ‘발전’지향적인 적극적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은 것을 의미한다.

80전에 수매하여 8전에 판매하던 쌀의 수매가격을 40원, 판매가격은 44원으로, 월임금의 경우 일반 생산근로자는 1백10원으로부터 2천원으로, 광원은 6천원으로 조정하였으며, 운임과 주택사용료 등도 대폭 상향 조정하였다.

가격과 임금의 인상 이외에도 북한은 생산단위의 자율권 확대를 통한 인센티브제도의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며, 배급제도 축소 및 환율의 현실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북한경제가 도덕적 자극 및 행정적 통제 중심의 운영방식으로부터 물적 인센티브를 활용한 화폐관리체제로 이행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경제 개혁 개방을 공표하지 않고 있는 까닭에 경제관리 체제의 변화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새로운 경제관리 제도와 관련해 중국모델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한 논의가 우리의 흥미를 끌고 있다. 물론 중국과 북한의 경우는 개혁의 초기조건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

북한경제는 개혁초기 중국에 비해 공업부문의 비중이 크며, 지도부가 다양한 경제정책의 경험을 결여하고 있고, 북한에서는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지도부가 겪었던 정치적 청산과정이 없었다는 점 등이 개혁의 범위와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변화는 가격 및 임금 수준 인상, 상대가격구조 조정, 인센티브제도의 개선 등 긍정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중국 경제개혁 초기와 비교해 볼 때, 그 범위와 심도의 한계성 또한 뚜렷하다.

북한경제의 변화 중 중국의 개혁초기 정책과 유사한 점은 상대가격구조의 조정, 지방 및 기업소의 자율적 관리권한 확대, 환율의 현실화 등이다. 임금과 가격 인상의 폭은 개혁초기 중국의 조치보다 과감하며, 이중환율제를 거쳐 화폐의 점진적 평가절하의 과정을 채택했던 중국보다 큰 환율의 상승폭은 급격한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북한의 변화는 북한 거시경제의 불균형과 심각한 물자난을 반영한 것으로서 적극적 개혁의지의 표명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북한은 개혁초기의 중국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개혁 개방노선을 천명하지 않았으며, 새로운 가격과 임금 정책도 가격자유화는 배제하고 있다. 농업부문의 개혁 역시 집단영농체제 내에서 시범적으로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북한은 환율조정 이외에는 본격적인 대외개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아직 사영기업의 육성 등 소유제도의 변화는 관찰할 수 없다. 특히 시장지향적 개혁의 핵심적 조치는 가격자유화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변화가 시장경제화를 의미한다는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하겠다.

북한이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하여 향후 나타날 거시경제 및 경제구조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시장지향적 후속조치를 취한다면 중국의 개혁모델과 근접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나, 가격과 임금의 일회성 인상과 형식적 분권화에 그친다면 북한경제 상황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일련의 새로운 경제정책이 변화의 시작이라면 북한경제의 향방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춘다면 중국의 성공적 개혁모델과는 판이한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누적되어 온 북한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변화는 부족하다. 가격과 임금 인상만으로 암시장 기능을 제도권으로 흡수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통화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빈부격차 확대도 예상되는 부작용이다. 북한이 성공적으로 경제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국제환경 조성과 내부경제의 지속적인 변화를 보장할 수 있는 후속조치들이 필수적이다.

북한정부가 공식적으로 경제관리방식의 ‘개혁’을 천명하지 않는 한, 북한의 폐쇄적 이미지가 바뀌기 어렵다. 국제적 이미지 개선 없이 경제회생에 필수적인 시장, 자본, 기술을 확보하기도 불가능하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상품경제를 도입하기 위한 후속 정책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번의 변화 역시 하나의 에피소드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모처럼 시작된 북한의 변화가 북한경제에 지속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때다.
[ 103호] 9.9 ~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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