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특별착취구역 '경제특구'

재정경제부의 [경제특별구역] 지정 방안에 대해

◎김대중 정부 5년, 초국적 투기 자본으로의 편입과 노동자·민중의 불안정화

김대중 정부는 IMF경제위기 속에서 '외자유치'를 경제정책의 잣대로 삼았을 뿐 아니라 기업·금융개방을 통해 초국적 자본에 종속되는 것을 경제위기극복의 처방으로 고집해 왔다. 이에 따라 1998년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제정되었고, 외국인이 주식을 10%이상 소유하고 5000만원 이상만 투자하면 '외국인투자기업'이 되고 5000만 달러 이상만 투자하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선정되어 각종 특혜를 누리도록 했다. 이나마도 계속 완화되어 이미 개발이 완료된 산업단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하는 경우는 3000만 달러 이상, 관광사업의 경우는 2000만 달러 이상만 투자하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선정된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선정되면 법인세·소득세·취득세·등록세·재산세 및 종합토지세가 감면되고, 국·공유재산을 50년간 임차·매수할 수 있다. 또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선정되면 국토이용관리법·도시계획법·중소기업의 사업영역보호 및 기업간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의 일부가 적용 면제된다. 이번에 입법 예고한 [경제특구법안]에 따르면 여기에 더하여 독금법, 근기법, 파견법 상의 면제가 혜택으로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외자유치'만을 살길이라고 선전하지만, 막상 그것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잠정 집계한 외국인 직접투자(신고기준)는 3424건, 118억 7천만 달러이다. 수치로만 보면 김대중정부 4년 동안 1997년 이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520억 달러의 외국인투자가 들어왔고, 2001년 말 현재 국내 외국인 투자 기업수는 1만개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 중에서 공장을 짓고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투자는, 한국휴렛팩커드 등의 자본증액 같은 예를 합쳐도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는 헐값에 나온 국내기업을 사거나 지분을 인수하였다가 다시 되파는 주식투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외자유치 가운데는 국내 자금이 해외 조세피난처의 역외펀드를 통해 들어오거나, 외국의 투기자본에 담보를 제공하고 들여오는 사실상 '해외차입'인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외자유치'란 것이 초국적 금융자본이나 이에 편입된 국내재벌기업의 투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투기자본이 아닌 경우에도 신규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장시간노동의 착취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GM의 대우차인수의 예처럼 국내기업을 하청기지화 하거나 극단적인 노동의 불안정화를 추구한다. 심지어는 여수공단의 바스프 공장의 예처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정돼 약 1천억의 국세를 감면 받으면서 안전을 무시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독가스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주요 내용
지난 8월 19일 재정경제부는 [경제특별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률안은 지난 7월 24일 정부가 마련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 주된 내용을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시·도지사의 요청에 따라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되면, 여기에 입주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자금지원, 임대용지의 저렴한 제공, 국 공유재산의 사용 또는 매각 등의 혜택뿐 아니라 갖가지 법적 규제 면제의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교통유발부담금 면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 및 기업 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4조(고유업종분야에 대한 대기업자등의 참여제한) 및 제12조(지정계열화 업종) 적용면제,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제11조(기준공장 면적률의 적용) 적용면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조(출자총액의 제한) 적용면제, 근로기준법 제57조(월차유급휴가) 및 제71조(유급생리휴가) 적용면제, 파견법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제한) 및 제6조(파견기간의 제한) 적용면제 등의 특혜이다.

이에 적용대상 지역으로는 인천국제공항과 부산항, 광양항으로 이 지역을 동북아 물류 중심으로 만들어 그 인근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천공항-영종도의 경우 레져단지로, 송도의 경우 국제업무·지식기반산업 중심지로, 김포 매립지는 국제금융단지로, 고양시는 관광·숙박단지로, 부산항의 경우 마창 수출자유지대를 확대하여 자유뮤역지대화하고, 광양항의 경우 대불단지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 문제점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데 혈안이 된 나머지, 국민경제의 근간을 마련해야 할 세금정책의 형평성을 포기하고, 최소한의 노동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법적 근거들을 무력화하는 정부의 작태에 노동자 민중은 분노를 금치 못한다. 특히 더 낮은 노동기준, 더 낮은 환경기준, 더 낮은 조세기준 등 밑바닥을 향해 달려가야만 유치할 수 있는 것이 외국인투자라면, 결국 한국사회가 세계경제에 편입하여 경쟁의 무기로 삼고자 하는 것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 ' 환경파괴' 등 노동자 민중의 극도의 열악한 생활조건인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밑바닥을 향한 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치하는 외국인투자는 정부의 주장처럼, 생산을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전체 해외 직접투자 중 10%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은 초국적 금융자본과 이에 편입된 국내 재벌의 주식투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투자는 노동자들에게 주가상승을 위해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릴 것을 강요하고, 임금억제, 노동강도 강화, 고용불안을 획책할 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도 심각한 위기를 가져온다.

경제특구법안은 지역간 균형발전을 목표로 삼는다지만, 실상은 특정 지역만 이른바 '세계도시'로 육성하여 산업기반과 지금을 집중시키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을 기본적인 노동법조차 무시되고 금융투기가 만연하는 '외자유치의 발판'과 산업기반이 전반적으로 붕괴되는 지역으로 양극화하여 지역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지역간 경쟁을 조장하여 결국은 지역주의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경제특구법안은 민중의 삶을, 그리고 한국 경제를 해결할 수 없는 파탄의 길로 모는 처방임에 분명하다. 「경제특구법안」으로, 김대중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외자유치 정책이, 초국적 자본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노동자 민중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공격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에 우리는 경제특구법안 저지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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