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빈익빈 부익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선거법개정안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이 기존 거대정당을 뺀 신진정치세력의 진출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지켜야 할 가치중 하나인 '평등권'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이유다.
개정안은 국가나 공영방송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TV합동토론회, 정강정책 신문광고, 공영방송사 무료연설, TV토론 등의 수혜대상을 '원내교섭단체 구성정당'으로 못박았다. 선거결과를 실질적으로 좌우할 '미디어선거'에 민주노동당 등의 참여를 사실상 봉쇄한 것이다. 개정안은 여기에다 직접적인 거리유세마저 금지함에 따라 '소수정당'은 이중제한을 받게 됐다. 천문학적 비용의 방송출연료를 내지 못할 경우 유권자를 접촉할 기회가 사실상 박탈되는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TV유세와 광고비용으로 무려 2백50억원을 섰다.
선관위는 지난 7월 발표한 개정의견에서는 전국단위선거에서 2%이상 득표한 정당 후보에게 신문 방송 무료광고와 정책연설 기회를 주도록 했었지만, 갑자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으로 바꿔버렸다. 지방선거에서 8%지지를 얻었으나 아직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민주노동당을 배제하려는 공작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후보 기탁금을 5억에서 20억으로 네 배나 올린 것도 문제다. 이 경우 재벌과 부유층은 후보군을 줄여 긍정적 효과를 얻을지 몰라도, 진보후보와 서민후보는 대선에 참가할 방법이 없다.
이밖에 고액 정치자금 기부자의 인적사항 공개대상을 당초 연간 1백만원에서 5백만원 이상으로 완화함으로써 기성정치권에 유리하게 한 점도 비난의 대상이다. 또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한도를 연 1억5천만원으로 낮추려다 현행대로 3억원을 유지키로 한 조항도 논란거리다.
중앙선관위의 이같은 후퇴는 지난 7월 시안발표 뒤 행정자치부가 선관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다 보니 헌법기관이라는 허울좋은 독립성이 행자부의 눈치나 보는 존재로 위상이 추락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많다.
언론노조(위원장 김용백)는 성명을 통해 "선거공영제란 선거비용의 공영적 운영이라는
외형적 측면 외에 선거자금과 선거조직에서 후보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균등의 공영성'이 내용적 측면에서 더욱 중요하다"며 "그러나 선관위의 확정안은 기회균등의 공영성을 기존안보다도 크게 후퇴시켜 '공영을 빙자한 기득권력의 배타적 권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선관위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선참가 자체를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노총도 "대통령 선거가 무슨 국회의장 선거냐"며 원내교섭단체 제한규정을 정면으로 문제삼고 나서고, 한국노총과 사회당도 '범국민대책위'와 '정당사회단체 대표자회의'구성을 제안하는 등 대통령선거가 다가올수록 법개정안을 둘러싼 논쟁과 대립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과 세계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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