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한국전쟁 당시 최초로 38선을 넘어 북진한 10월1일을 기념해 1956년 국무회의에서 국경일로 공포한 날이다. 지난 반 세기 동안 국군의 날이 국경일이라는 사실이 한 번도 의심받지 않았던 것처럼 ‘건장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대에 간다’는 공식도 당연한 진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오태양 씨가 종교적 이유로 양심적 병역 거부 선언을 한 이후 젊은이들이 공개적인 병역 거부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7월 사회운동가 유호근 씨가 ‘동포에게 총을 겨눌 수 없다’며 병역 거부를 선언했고 이어, 동아대생 임치윤 씨가 ‘반전평화의 신념을 지키겠다’며 같은 길을 택했다. 9월 12일에는 서울대생 나동혁 씨가 예비 병역 거부자 14명과 집단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곧이어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이 국회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고, 전국학생회협의회 학생들이 각 대학에서 벌이는 서명 운동은 한 달도 되기 전에 벌써 2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 아들들이 줄줄이 병역 기피 의혹을 받고 허원근 씨의 군 의문사 진상이 18년만에 밝혀지는 상황에서, 신념을 굽히면서 군대를 가느니 차라리 ‘전과자’가 되겠다는 젊은이들의 출현은 우리에게 ‘징병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평생을 전과자, 병역거부자의 딱지를 달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 땅에 평화와 인권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행동이라고 믿는 병역 거부자들의 진심이 전달될 수 있다면 ‘전과자’라는 딱지는 두렵지 않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 공개 선언 이후 서명운동과 강연회, 장애인 이동권 투쟁 등으로 더 바빠진 나동혁 씨를 만났다. 그는 사회당 당원이기도 하다.
나동혁 (26세, 서울대)
양심적 병역 거부 선언 계기는
학생회에서, 사회당에서 활동하면서 ‘반전평화’와 ‘인권’에 대한 신념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 됐지만 병역 거부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겪었던 고통을 알게 된 후부터 내게도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고민했고 병역 거부를 결심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가 군대에 대한 급진적인 문제제기일 수 있고,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심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
오태양 씨나 유호근 씨 등이 이미 공개 선언을 한 뒤라 더 수월한 측면도 있었을 거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님이 좀 걱정된다. 평생 운동을 하고 싶다고 어렴풋이 생각했기 때문에 ‘전과자’가 되는 건 많이 두렵지 않다. 사상전향서 한 장 쓰기를 거부하고 몇 십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는 분들도 있는데 몇 년 정도야….
병역 기피, 병역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우리 집은 돈도 없고 ‘빽’도 없어서 기피하고 싶어도 못한다, 하하. 그러나 대체복무는 ‘기피’와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대체 복무에 대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사실 사회가 합의하는 대로 다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양심이 지켜질 수만 있다면 기간이 길고 힘들어도 좋고, 평생 전과자로 사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거다.
현 군대 문제 개선 없이 ‘대체복무’만 주장한다는 비판에 대해
대체 복무 인정과 군 복무 환경 개선은 필연적으로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대체복무가 인정되면 누가 군대에 가겠는가 하는 우려가 나오지 않나. 또 대체복무 인원이 늘어나면 징병제도 근간부터 흔들리게 된다. 예비역들도 현재의 군대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우리는 군 제도와 기득권에 맞서서 같이 싸워야 하는 ‘피해자’라는 면에서 같다.
서명운동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확실히 달라졌다. ‘대체복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는 걸 느낀다. 여론이 달라지니까 병무청이나 국방부도 당황하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바로 검찰로 소환되고 재판 받고 징역을 살았는데 지금은 나도 아직 검찰 소환장을 못 받았다.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이 제기된 상태라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후 계획은
몸이 자유로운 동안 계속 이 운동을 할 거다. 그리고 징병제와 군대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도 시작할 계획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반전평화 운동이자 동시에 소수자 인권운동이다. 일탈의 여지가 없는 ‘국방의 의무’를 내세워 소수의 ‘선택’에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내 선택이 우리 사회가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거름이 됐으면 한다.
장성희 / jsh@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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