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인다.”
“보육시설의 공공성을 확보한다.”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한다.”
지난 30일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보육교사회가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연 ‘2002 대선 각 정당 초청 보육공약 토론회’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의 ‘보육공약(안)’이 제시됐다.
어느 당의 공약인지를 구별할 수도 없이 비슷한 내용들이 쏟아졌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시 보육시설연합회 원명순 회장은 “예산확보 방안 등 구체적인 대책은 하나도 없고 좋은 내용은 다 늘어놓았다”며 “표를 의식한 것에 불과한 공약을 내놓기에 앞서 현장에 가보고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파악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토론회에서 각 당이 제시한 보육정책의 기본방향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나라당은 보육정책이 아동복지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은 정상적인 가족 안에서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부모들이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정부가 그 기능을 보완․대리해 가족해체를 방지하고 가족의 기능을 유지․강화해야 한다(고경화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이를 안심하고 저렴하게 맡길 수 있는 다양한 보육서비스 시설을 확대하고, 공급자 위주 정책에서 수요자 입장을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김성환 복지전문위원)”며 보육여건 개선을 강조했다. 보육의 평등성에 초점을 맞춘 민노당은 “0~2살까지의 영아보육과 3~5살까지의 유아교육에 대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최현숙 여성위원장)”고 말했다.
이런 각 정당의 발표에 대해 주최쪽은 “구시대적이거나 기존 정책방향과 다를 게 없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이 보육을 아동복지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보육교사회 이윤경 공동대표는 “보육은 아동복지 뿐 아니라 여성과 노동, 교육정책 등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보육을 단지 일하는 여성의 육아문제로 보면서 가정의 역할을 어쩔 수 없이 대리하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보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영아보육전담시설의 기준 완화 등 기존에 비판을 받았던 정책방향을 되풀이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민노당에게는 “보육과 교육을 아이의 연령별로 이원화하는 것은 보육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란 혹독한 평가가 내려졌다.
여성계는 그동안 보육정책이 시설운영이나 확대, 제공되는 서비스의 내용 등에 주로 초점을 맞춰 왔지만, 앞으로는 포괄적인 양육지원 제도와 함께 아동양육을 위한 가정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육아휴직의 확대시행 △질 좋은 영아보육시설 마련 △출산 뒤 1년간 모든 가정에 육아수당 제공 △아동의 연․월령과 발달단계에 따른 영아․방과후․휴일․야간 보육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 △주5일근무제의 확대 등 ‘가족복지’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경 대표는 “보육을 사회적 책임과 국가과제로 인식하고, 가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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