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멈추지 않는 죽음의 행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올들어서 과로사로만 여덟 번째!!!
지난 9월 30일 17시 20분 승용 1공장 조합원 800여명이 의장부 OK사이드에서 故정만호 조합원 추모집회를 열고 있다. 조합원들은 추모집회 후 정만호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몬 사측의 생산제일주의를 규탄하는 본관 항의방문 규탄집회를 가졌다.<사진>
지난 9월 28일(토) 아침 7시 30분, 야간근무 잔업이 끝나가던 시간에 현대자동차 승용1공장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현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이날 저녁 10시 30분 운명하고 말았다.
10시간 주야 맞교대, 철야특근 등 계속되는 장시간 노동으로 마흔네살 한창 일할 나이의 정만호 조합원이 결국 ‘과로사’로 가족과 동료를 등지고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결국 예견된 죽음이 아니었나?
정만호 조합원의 죽음 이전에도 이미 현대자동차에서는 올해 들어 과로사로만 7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특히 7월 들어서면서부터는 그동안 토요일 철야특근만 하던 것도 모자라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일요일 철야특근을 강행할 정도로 엄청난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처럼 사측의 생산제일주의는 이미 도를 넘어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현장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역행하는 일요철야특근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고, 노조는 조합원 여론조사를 거쳐 운영위원회의 결의로 9월 한 달 동안 “일요일 철야특근 금지”라는 결정을 하게 된다.
또한 “장시간 노동으로 무너지는 노동자 건강”, “현대자동차 - 한달 300시간, 주70시간 이상 노동”(울산노동자신문 제69호. 8월 21일)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파괴하는 세계최장시간 노동+야간교대근무”(울산노동자신문 제70호, 9월 3일) 등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장시간 과로노동에 대한 문제제기와 우려의 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정만호 조합원의 죽음은 우발적이거나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고, 예견된 죽음이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사내 추모집회 열다!
올 해 들어 7명의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지만 노동조합 차원에서 문제제기가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단지 산재판정만 받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뇌출혈로 쓰러진 그날 선거구 조합원들이 토요일 철야특근을 거부하였으며, 이어 1공장 대의원회는 긴급회의를 통해 1공장 전체 차원에서 철야특근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승용1공장 대의원회 지침으로 9월 30일(월) 잔업을 거부한 상태에서 추모집회를 열었는가 하면 △추모기간 설정(9/30-10/5) △추모리본 달기 △추모기간 내 특근 금지(10/3, 10/5, 10/6)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현대자동차에서 과로사에 대해 비록 사업부 대의원회 차원이긴 하지만 최초로 노동조합 차원에서 조직적인 움직임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의 굴레는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한 사람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떠난 지 일주일 후 철야특근이라는 장시간 노동의 굴레는 또다시 반복되기 시작했다. 이미 10월 한 달 동안 승용 3공장에서는 철야특근 5개, 상용 4공장에서는 철야특근 7개를 하기로 대의원들과 사측이 합의했다.
故정만호 조합원의 과로사 이후 조직적인 결의를 했던 승용 1공장 대의원회 역시 10월달 토요일 철야특근 인정, 10월 27일 일요일 철야특근까지도 합의해 주었다. (9월 한 달 동안 일요일 철야특근거부를 결의했던 노동조합은 일요일 철야특근 여부에 대해 사업부별로 결정하도록 했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노동조합 집행부, 운영위원회가 책임있는 결정을 사업부로 미루고, 사업부 대의원회는 사측의 요구에 굴복하는 현실에서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강행되는 장시간 노동의 굴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자본가의 탐욕으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목숨과 가정을 지켜내자!
44세 한창 일할 나이인 한 노동자의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있기에, 무능력한 가장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남들 놀고 쉴 때 잠 못자 가면서 회사에 나와서 특근하면서 돈을 벌어야만 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
故정만호 조합원의 죽음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예고된 것이었다.
한 달에 300시간, 주 7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해야만 하는 현실.
잔업·특근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가? 결국 과로사라는 죽음의 악몽에 시달리면서까지 잔업·특근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쥐꼬리만한 임금 때문이다.
잔업·특근 없이 계산된 임금현실을 생각해 보자. 결국 자신의 몸뚱아리를 하루하루 죽여가면서 그 댓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주 40시간 노동으로 생활임금 쟁취! 더 이상 구호로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노동자의 요구로 내세워야 한다.
현대자동차 어느 노동자의 바램처럼 휴일이면 냄새나는 공장에서 식은 땀 흘려가면서 일하지 않고 아내와 자식들과 산과 들에 나가 맑은 공기 마셔보자.
이처럼 정말 소박하고 단순한 바램이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꿈속의 희망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이제 현실의 희망으로 만들기 위해 “생산특근 추방투쟁” “생활임금 쟁취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故정만호 조합원을 추모하며…
먼저 가신 고인 정만호는 늙은 노동자였습니다.
언제나 따스한 눈빛으로 동생들을 사랑하는 늙은 노동자였습니다.
저는 고인의 영정 앞에 눈물도 흘려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렇게 우리들의 가슴에 한없는 슬픔만을 안겨두고 홀로 떠난 이 현실을 말입니다.
정말 “형님 몸 생각하며 일 하십시요”라고 말 한마디 못한 이 못난 동생. 이제야 가슴이 가슴이 메이어 옵니다.
떠나간 자리가 이렇게 클 줄이야. 보아야 하는 웃음과 들어야 하는 웃음소리가 너무나도 보고 싶습니다.
정녕 우리는 오늘도 일해야 하고 내일도 일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우리 이젠 정말 자기 몸 생각하며 일하십시다.
내 가정 내 아들 딸 사랑하는 마음으로 얼굴 보면서 살아갑시다.
다시 한번 먼저 가신 고인의 애도를 표하며 먼저 떠난 하늘나라에서는 평안과 행복만이 가득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故정만호 조합원 추모집회에서 낭독된 추모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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