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점규/민주노총 현장기자 parkjk@nodong.org
10월17일 오후 3시
배낭 하나씩을 챙겨 든 전국의 노조 대표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더니 어느새 명동성당 들머리는 1천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노동탄압 중단하고 병원파업 해결하라.” “가톨릭은 자성하고 병원파업 해결하라.”
대표자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퍼졌다. 성모병원 파업 1백48일, 집단단식 23일째 되는 날 대표자들은 정부와 가톨릭의 노조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의 손을 맞잡았다. 민주노총의 연대투쟁으로 병원파업을 승리로 이끌고 더 큰 싸움을 해 나가자는 결의를 모았다.
저녁 7시 영등포구민회관
5백여명의 대표자들이 회관에 들어섰다. 오랜만에 많이 모였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대표자들이 앞장서서 계급투표를 조직하자는 김형탁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의 열띤 연설이 서두를 열었다. 이어 말기암 환자의 증세를 드러내듯 노동자에 대해 총공세를 펴고 있는 김대중정부와 이에 맞선 민주노총의 투쟁계획이 토론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신자유주의 총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10월 21일부터 파업 찬반투표, 지역별 투쟁본부 구성, 국회의원 면담과 조합원들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선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어 10월27일 한국노총과 함께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간부들의 선도적인 투쟁과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통해 ‘쓰레기법안’의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을 저지하기로 결의했다.
다음날 아침 8시30분
명동성당 안 서울대교구 마당에 다시 모인 민주노총 대표자들은 성모병원 파업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국 주교신부 회의에 민주노총 대표자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신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다시 국회 앞
1천여명의 민주노총 대표자와 조합원들은 대~한민국 국회를 향해 외쳤다.
“노동자 다 죽이는 노동법개악안 철회하라.”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노동법개악 막아내자.”
20m짜리 흰색 광목천에 파업투쟁에 대한 결의를 서명한 대표자들은 민주노총의 요구안을 들고 국회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무장경찰의 폭력으로 아수라장이 된 국회 앞에서 전국의 대표자들은 반드시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성사시켜 1천3백만 노동자의 생존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고 있었다.
3대 '누더기' 법안
노동3권 침해ㆍ노동조건 악화
정부가 지난 10월15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3개 누더기법안은 △경제특별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안(약칭 경제특구법) △공무원조합법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경제특구법은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유급 월차·생리휴가를 박탈하고 파견근로 대상과 기간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으며 장애인·고령자 의무고용도 면제되는 등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안이다.
△공무원조합법안은 더욱 한심하다. 이름도 노조가 아닌 조합이고 단체행동권은 물론 전교조에도 적용된 단체협약체결권을 부정하여 사실상 노조의 기능을 못하게 했다. 나아가 파업·태업 등을 ‘업무저해행위’로 규정하고 노동단체 가입과 연합체 결성 금지 등을 추가해 대표적인 쓰레기법안이 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010년까지 6단계에 걸쳐 주5일근무를 도입하고 월차와 연차휴가를 통합해 15일~25일로 휴가일수를 대폭 줄이고 생리휴가 무급화, 초과근로수당 할증률 최초 4시간 25%적용(3년간), 탄력근로시간 3개월단위로 확대 등 대폭적인 임금삭감을 가져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또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월 1.5개의 휴일을 주기로 한 방침을 슬쩍 빼버리고 월 1개의 휴가로 축소시켰으며 무엇보다 이번에 개악된 내용을 ‘기존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적용토록 의무화’할 것을 강제하고 있어 단체협약을 무용지물로 만들려 하고 있다.
[ 108호] 10.21 ~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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