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는 WSIS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시민사회단체들의 참여가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아이디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이해가 대립되는 의제에서 인류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주의를 환기함으로써 국가간의 협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점차로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왔다.

전응휘 (피스넷 사무처장)

1. 배경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는 유엔이 창설 50주년을 계기로 하여 세계적으로 인류가 함께 논의해야 할 주제들과 관련하여 개최했던 일련의 이벤트들 - 리우환경회의, 카이로인구회의, 비엔나세계인권회의, 코펜하겐사회개발회의, 베이징여성회의의 뒤를 잇는 미래사회를 위한 세계공동체의 관심사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될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이같은 세계적인 이벤트들과 WSIS는 여러 면에서 상당히 다르다. 이전의 회의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현재 인류사회가 겪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이를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던 데에 반하여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는 이미 현안 문제가 되어 있다고 하기 보다는 정보통신 테크놀로지에 의해 새롭게 형성되어 가고 있는, 혹은 형성되고 있지 못하는 정보사회라는 방향을 인류가 어떤 원리에 따라 건설해 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WSIS는 개별적인 특정한 이슈를 다루는 회의가 아니라 하나의 전체로서의 사회, 곧 정보사회의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정보사회는 이미 여러 가지 정의들이 내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류공동체의 공통적인 이해기반은 아직 불분명하다. 이처럼 WSIS는 일견 대단히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공동체는 이 주제가 인류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

유엔에서 정보사회가 세계정상회의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몇가지 중요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여기에는 정보통신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추세라는 공통인식이 깔려 있다. 즉, 정보사회로의 진전은 선택가능한 옵션이 아니라 불가피한 미래라는 인식에 모든 사회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이 정보사회에서 정보에 대한 접근은 부와 권력의 새로운 원천이 되며 따라서 정보접근의 격차는 - 디지털 정보격차는 오늘날 세계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위기의식 또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셋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사회는 새로운 기회이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사회발전과 복지(교육, 보건, 약자들에 대한 혜택 등)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데에 국가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지난 1차 준비회의의 자료들을 보면 이상의 세가지 인식은 WSIS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에 거의 공통인식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잘 알려져 있듯이 선진국들 보다는 개발도상국가들의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것은 요약한다면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해소하고 "개발을 위한 보편적이며 내포적인 접근"(universal and inclusive access for development)을 실현하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 WSIS 회의의 가장 중요한 동기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항상 이같은 국제적인 회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은 이러한 개발도상국들의 관심과는 전혀 다르게 개발(Development)보다는 전자상거래(Ecommerce)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차 회의때 미국대표단은 의제관련 소위에서 전자상거래를 비롯하여 정보통신 기반(Infrastructure)과 안전 혹은 보안(Security)문제를 중심의제로 제기하였다. 이를 통해 결국 전자상거래를 위하여 세계적으로 구축되는 정보통신기반과 그것의 안정성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추구하고 그 토대위에서 전자상거래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유럽국가들(EU)은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지배구조(Governance) 혹은 국제규범, 규제제도에 대한 논의를 주요 의제로 제기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내년 WSIS 회의의 중심적인 관심사는 크게 개발도상국가들의 "개발을 위한 접근"(Access for Development)에 대한 관심과 선진국가들의 미래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정보사회의 "지배구조" 혹은 "질서"(Governance)에 대한 규범적인 관심이 맞물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시민사회는 왜?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가 제도적으로 길을 열었고, 전임 유엔사무총장이었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가 앞서 말한 유엔 50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다섯 차례의 세계정상회의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공식화함으로써 좀 더 구체적으로 진전되었다. 사실 유엔은 각국 정부들의 협의체로서 거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에서 각국 정부대표들만 배타적으로 참가하여 결정하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흐름속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의 참여가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아이디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이해가 대립되는 의제에서 인류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주의를 환기함으로써 국가간의 협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점차로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왔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과거 리우환경회의 때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은 단결하고, 정부들은 분열한다" (NGOs are united but Governments are divided)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대안제시기능이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각국 정부대표들 간의 협상의 난관을 타개하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과 정부들과의 관계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시애틀에서 열렸던 WTO의 고위각료회의에서의 세계시민사회단체들의 반세계화 시위는 각국 정부대표단과 시민사회단체들 간의 대립구도를 만들어 냈으며 지난 요하네스버그 환경정상회의에서도 미국무장관 콜린 파월 연설에서의 항의에서 표출되었듯이 세계문제에 관한 선진국들의 모순적인 행동이나 입장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압력을 가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지난 번 WTO 각료회의가 시민사회단체들의 저항행위를 고려한 각국 정부들 때문에 사상 유례없이 회의유치국을 찾지 못해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릴 수 밖에 없었던 것도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대립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WSIS 에서도 그렇듯이 각국 정부외에도 시민사회단체와 비즈니스 섹터가 함께 참여하여 의제에 대한 의견들을 모아가야 한다는 것은 비록 참여의 정도와 수준에 대한 이견은 있을지언정 이제는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번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시민사회단체들을 참여시키는 것에 대하여 지지를 표명했다. 이미 WSIS의 필요성을 제시했던 유엔결의안에서도 정부, 국제기구외에도 "모든 부문의 시민사회"(all sectors of civil society)의 참여와 합의필요성을 지적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번 제1차 준비회의 때에도 WSIS 사무국은 ITU 회원국가들과 회원단체/기업에게 보낸 초청장에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참여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하여 여전히 일부 국가들은 정부인사나 전통적으로 ITU의 회원단체인 통신회사들만을 대표단에 포함시켰다.

세계화라는 추세 자체가 일상생활속의 구체적인 사안에까지 국제적인 규범이 작용하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정보사회는 인류공동의 미래사회의 비젼인 만큼 당연히 시민사회단체들이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초국경적 성격 때문에 가뜩이나 이와 관련된 국제적인 규범들이 어떻게 성립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어차피 그러한 국제적인 규범들이 구체적으로 하나의 사회내의 규제형식으로 관철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보사회에 관련된 문제들은 아직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아직 국제적인 규범으로 제대로 굳어진 것이 별로 없다. 부분적으로는 OECD와 같은 곳에서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국제적인 규범의 틀을 제시하고는 있으나 어차피 OECD는 소수의 선진국중심의 합의구조이기 때문에 상당한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어차피 유엔이 지구촌의 가장 많은 국가들의 참여가 가능한 틀인 만큼 유엔을 통한 국제적인 규범이나 그 틀이 정보사회와 관련된 국제적인 규범형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훨씬 더 중요한 위상을 지닐 수 밖에 없다. 또한 이제까지 형성되어 온 시민사회단체들의 국제적인 연대망 역시 정보통신 네트워크에 크게 빚지고 있는 만큼 향후 미래 시민사회의 발전과 관련하여 정보사회의 문제들은 시민사회단체들도 직접 이해당사자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3. WSIS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WSIS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유엔총회의 결의문에 따르면 이전에 있었던 유엔차원의 세계정상회의들이 공통적으로 그러했듯이 WSIS 회의에서는 정보사회에 대한 공통의 이해기반을 추구하는 원칙들을 담게 될 선언문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행동계획안 두 가지 문서를 채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전 준비회의에서는 이 두 가지 문서의 초안작성 외에 정상회의의 의제와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방식에 대한 결정도 위임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 단계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은 정상회의의 의제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제1차 준비위원회의 중심적인 논의사항도 사실상 이 의제설정문제와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방식을 결정하는 절차규칙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되었으며 이 두 가지 문제를 위해 별도로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하였다.

1차 준비회의에서 잠정적으로 제시된 의제들을 보면 대체로 대부분의 국가들은 개발도상국가들의 주 관심사인 "개발을 위한 보편적이며 내포적인 접근"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으며 개발도상국가들의 또 다른 중요한 주장인 "언어의 다양성과 문화적 정체성"(linguistic diversity and cultural identity)도 그대로 의제로 수용했으나 여타 문제들에 있어서는 상당한 정도로 의견대립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제와 관련하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시각차이 뿐만 아니라 의제를 원래 유엔총회 결의가 그러했던 것처럼 정보사회의 포괄적인 주제들을 모두 다뤄야 한다는 입장과 범위를 좀 더 좁혀 인프라나 네트워크 보안문제와 같은 보다 협소한 기술적인 차원의 문제들로 논의범위를 한정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ITU의 시각간의 견해차이가 또다른 의견대립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WSIS 의제의 하나로 커뮤니케이션의 권리를 보편적인 인권의 하나로 주장하려는 요구를 내포하고 있는 윤리적 가치(Ethical values)문제와 이해당사자들간의 폭넓은 파트너쉽, 정보네트워크 보안문제 등에 대해서는 아직 회원국가들 간에 합의가 되지 않고 있는 문제들이다. 사전에 국가단위에서 의제로 제안되었던 것중에서 빠진 것들중의 일부는 의제 소위원회의 멕시코인 의장의 제안속에 다시 반영되어 의제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미국이 당초 제안했던 정보통신 인프라, 정보네트워크 보안문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EU가 제안했던 의제중에서 정책 및 규제틀, 정보통신기술의 개발촉진에 있어 정부, 비즈니스, 시민사회의 역할 등과 같은 의제들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1차 회의때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최근에 의제 소위원회는 또다시 비공식 회의를 가졌는데 이 비공식회의의 결과보고를 보면 현재 의제와 관련된 쟁점들이 어떤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첫째로 1차 준비회의때 합의되었던 인프라와 컨텐트 문제를 "균형있게"(in a balanced manner) 다룬다는 내용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주로 쓰는 "균형있게"라는 표현을 생략한 채 둘다(both) 다룬다는 내용으로 후퇴하였다.

둘째로 1차 준비회의때 합의되지 못했던 커뮤니케이션 권리와 같은 인권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윤리적 가치"(Ethical values)라는 의제는 "정보통신기술과 관련된 윤리적 차원의 문제"(Relevant ethical dimensions of ICT)라는 표현으로 역시 후퇴하였다.

셋째, 1차 준비회의때 합의되었던 "정보사회에 대한 보편적이며 내포적인 접근"(universal and inclusive access to the information society)과 "언어의 다양성과 문화적 정체성"(linguistic diversity and cultural identity)문제는 정보통신 과학 및 기술에 대한 접근 과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에 기반을 둔 정보 및 지식에 대한 접근이라는 용어로 구체화하였으나 여기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주된 요구인 "기술이전문제를 포함하는 기술에 대한 접근"이라는 요구와 "보편적이며 평등한 접근"(Universal and equitable access)라는 용어가 여전히 미합의 상태로 남아있다.

넷째, 역시 1차 준비회의때 합의되지 못했던 "정보네트워크 보안문제"(Information Network Security)는 이 문제를 네트워크 보안문제(Network Security)로 논의할 것인지 아니면 정보보안문제(Information Security)로 논의할 것인지 아니면 둘 다를 의제로 할 것인지 아니면 여기에 데이터 보호, 소비자 안전, 이용자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범세계적인 가버넌스 문제로 다룰 것인지 하는 논의로 발전하였다.

다섯째, 1차 준비회의때 의제소위 의장이 유럽쪽의 요구를 수용하여 의제로 제안했던 "정책 및 규제의 틀"(policy and regulatory frameworks)은 이것을 국가단위와 국제적인 규범으로 논의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러한 논의를 위한 환경조성이라는 차원에서 논의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에 의한 규제보다도 시장논리를 강조하는 업계의 자율규제라는 시각에서 논의하거나 아니면 이를 포함해서 논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발전하였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의 의제설정을 둘러싼 논의의 구도를 보면 1차 회의때 주로 대립적인 것으로 노출되었던 개발도상국과 선진국들간의 시각 차이는 여전히 보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완화된 반면 최근에는 그러한 차원의 대립보다는 문제를 보다 사회문화적 함의를 지닌 문제로 논의하기보다는 단순히 정보통신기술이라고 하는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견해간의 대립과, 국제적인 규범문제를 둘러싸고 주로 미국과 유럽간에 드러나는 시각의 차이쪽으로 논의의 구도가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거의 모든 참가국가들이 이러한 논의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차 준비회의에서 간단한 코멘트를 통해서 정보화 경험의 공유, 유해정보와 프라이버시 침해문제, 아태지역에서의 디지털격차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가버넌스 문제나 정책 및 규제의 틀에 대한 관심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부차원의 논의와는 별도로 비록 우리나라는 한 단체도 참여하지 못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1차 준비회의의 의제설정과 관련하여 상당히 큰 공헌을 했다. 1차 회의때 의제로 합의했던 "정보에 대한 보편적이며 내포적인 접근"(Universal and inclusive access to the information)이라는 용어는 최근 합의내용에서는 보편적이며 평등한 접근(Universal and equitable access)로 비록 바뀌긴 했지만 논의의 쟁점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여를 했다. 또한 1차 회의때 의제소위 의장이 직접 제안했던 "인프라를 위한 재원조달" 및 "정보사회의 장애요소에 대한 확인", "교육"과 같은 이슈들은 모두 시민사회단체들이 직접 제안한 요구들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었다. 또한 미합의의 의제로 남았던 "이해당사자들간의 파트너쉽" 문제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정보사회의 장애요소에 대해서는 단순히 기술적이거나 경제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민주화와 같은 정치적 요소들까지 당초 제기하였으나 의제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요소가 빠져 버렸고, 원래 이해당사자들간의 파트너쉽의 목표도 지역사회공동체를 목표로 제안한 것이었으나 이 요소 역시 빠져 버렸다.

그러나 현재 쟁점으로 부각된 정보보안문제는 원래 시민사회단체들이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와 같은 민권과 관련된 문제로서 제기한 것이었으며 정보통신기술의 가버넌스 문제도 원래는 민주적 가버넌스로 제기한 것이었고, 정책 및 규제의 틀에 관한 문제도 이러한 규제의 틀이 단순히 업계의 관심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자들의 이익도 함께 반영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제기한 것인데 이 역시 빠져 버렸다. 즉,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시민사회단체들은 주로 정보통신문제를 정치,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나 각국 정부들간의 협상테이블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대부분 빠져 버리고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논의주제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 시민사회단체는 WSIS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WSIS회의는 내년 12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고 이미 지난 7월달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국제회의는 늘 그렇듯이 본회의는 보통 행사성 이벤트로 끝나고 그 이전에 대부분의 구체적인 문제들이 협상을 통해 논의되는 형식을 거친다. 지난 요하네스버그 회의도 대부분의 쟁점들은 마지막 준비회의였던 발리회의에서 대부분 드러났으며 그 문제가 요하네스버그 회의 끝날까지 거의 그대로 지속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작 중요한 것은 내년 회의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논의의 쟁점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각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을 논의를 통해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회의에 반영토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보통 국가단위에서 의견을 모으자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것은 국제적인 논의의 구조에서 보면 자연스럽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국가주의적으로 왜곡되는 이상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개별 단체들간에 이슈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물론 정보교환이나 공동논의나 협력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굳이 국가단위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통일시키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우선 논의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단체들은 우선적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 온라인포럼에 각 단체의 입장을 정리한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포럼이라는 간접적인 참여방식을 택하지 않고 직접 WSIS회의에 문서를 제출하려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의 인준단체라면 그냥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절차규정에 따라 회의 준비 사무국의 인준을 받아 최소한 회의개최 6주 전까지 문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러한 문서들은 모두 웹사이트를 통해서 공개된다.

어떤 포괄적인 입장정리가 아니라 개별적인 이슈들에 대해서 단편적인 코멘트를 하거나 토론을 하고 싶다면 현재로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논의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고 있는 그룹인 CRIS(Commuication Rights in the Information Society)의 메일링리스트에 가입하여 온라인포럼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또 직접 토론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토론내용만을 참고하고 싶다면 역시 온라인포럼의 웹아카이브를 참조하면 된다.

오프라인 회의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만의 별도 포럼을 제외하고는 공개회의에서 코멘트가 허용되는 경우에 한하여 시민사회단체 전체에게 약 3분 정도의 발언시간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간의 회의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거나 여타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거나 아니면 이같은 국제적인 회의의 운영방식 등에 대해서 배우고자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오프라인 회의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지난번 요하네스버그 회의에서도 그러했지만 본회의에서 주요한 부분들은 대부분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웹캐스팅되거나 동화상 아카이브로 기록되므로 오프라인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회의의 전체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
내년 1월달에는 일본에서 아시아지역 준비회의가 별도로 열릴 예정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의 참가가능성 여부는 아직 불명확하다. 또 내년 1/4분기중에 2차 준비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아마도 2차 준비회의에서는 의제를 확정하고 선언문과 행동계획안 초안을 작성하기 위한 기초적인 논의들이 전개될 것으로 생각된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또 한가지 중요하게 해야 할 역할중의 하나는 WSIS 회의에 참가하는 각국 정부들중 각 시민사회단체가 속한 국가의 정부와 관련의제들에 대한 내용을 조율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미 유엔총회가 그렇게 의결하였고, WSIS 회의 준비사무국이 권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업계, 시민사회단체들간의 공동논의구조를 만들거나 공동대표단을 구성하려는 노력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이러한 작업이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굳이 WSIS 회의가 아니더라도 이 회의에 참가하는 정부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이동통신 요금인하문제, 디지털 위성방송 송출방식문제, 디지털 방송에 대한 업무영역 분류문제, 위헌판결을 받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근거법률의 개정문제(표현의 자유 문제), 주소자원관리법 문제 등 우리 사회내의 일련의 정보사회의 문제들에 대해서 전혀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따라서 WSIS 회의의 실제 주제들에 대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나 거의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업계와 어떻게 의견들을 조율해 갈 수 있을지는 향후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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