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전농 대외협력실장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다. 그동안 경제관료들은 WTO회원국 중 유일하게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국가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자유무역협정 지진아’라고 표현하면서 협정 체결을 독촉해 왔다. 김대중정권은 농민단체, 학계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피해를 보겠지만 전체 국가경제에는 이득이라는 논리로 비밀협상을 통해 협정체결을 강행했다.
칠레는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지배하는 세계적 농산물 수출국가다. 칠레는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수직 계열화되어 생산에서 유통까지 다국적 기업의 계획 하에 이루어지며, 농민들은 농업노동자로 고용되어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시장에서 우리 농축산물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사과, 배를 제외한다고 하지만 다른 여타 작목이 파탄 상태가 되면 결과적으로는 사과, 배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면 이와같이 농업을 파탄시키며 협정을 체결했을 경우 공산품의 수출은 얼마나 가능할까. 이미 칠레에서 한국은 일본과 경쟁하며 시장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고(세탁기 1위, 냉장고 2위, 자동차 2위) 칠레의 심한 부익부 빈익빈 구조하에서 더 이상 시장구매력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에 협상과정에서 세탁기와 냉장고는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동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걸림돌이 마치 농산물 부문인 것처럼 선전하였던 것이 새빨간 거짓말임이 들통났다.
막판 최대 걸림돌은 금융시장 개방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칠레가 금융시장개방에 반대입장을 명백히 하자 한국정부가 금융시장개방문제를 5년 이후로 유보하면서 협정체결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협정을 체결하였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업을 희생해도 공산품 수출을 늘려 국가적 이익을 꾀하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실상은 수출도 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농업만 파탄내는 것이다. WTO가 요구하는 새로운 국제분업체제에 편입되어 농업을 포기하면 한국경제가 살아나고 선진국이 될 것이는 한심한 논리들이 판을 치고 있다.
김대중정권이 신자유주의의 충실한 전파자가 되면서 한국농업은 거덜나고 있고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한국시장 장악력만 강화시켜 주고 있다. 김대중정권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체결을 강행하는 것은 자유무역협정체결의 성과를 내세워서 해외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을 몇몇 국가와 체결했느냐가 해외 초국적 자본이 한국에 투자할 좋은 여건이 된다는 것이다.
‘해외자본의 유치만이 살길’, ‘수출지상주의’를 외치는 김대중정권의 경제관료 신자유주의자들은 그동안 기업을 팔아먹고 철도, 전력, 가스 등 국가기간산업마저 해외자본가들에게 내주려 하고 있다. 또한 한-일투자협정체결, 그리고 경제특구법을 만들어 노동기본권 제약은 물론이고 교육시장, 의료시장마저 개방하려 하고 있다.
WTO뉴라운드(도하개발의제)협상과 이를 보완하는 투자협정, 자유무역협정은 초국적 자본을 위한 것일 뿐 한국경제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노동자, 농민 등 민중의 삶을 극도로 피폐화시킬 것이다.
[ 109호] 10.28 ~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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