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택(노동자의 힘 정책위원장)
노동자의 힘 중앙집행위원회는 지난 10월30일 "공투본 제안 철회와 노동해방대선실천단 해산에 대한 노동자의 힘의 입장"을 통해 노동자의 힘이 공투본 제안을 스스로 철회하게 된 근거 또는 배경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비록 그 속에 우리가 말하고픈 모든 내용이 다 담겨 있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그것으로 우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 지난 9월17일 제안 이후 10월30일까지 노동자의 힘이 기관지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제출한 문건과 6차 예비모임까지의 과정, 그리고 노동해방대선실천단으로 나타난 우리의 활동과 실천은 비록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이루어졌지만 노동자의 힘 내부적으로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평가의 대상'으로 올라와 있다.
여기서 필자는 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노동자의 힘과 노동자의 힘을 대상으로 하는 입장 사이의 논쟁 구도로만 흐르는 것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그러한 벽을 허물고 내용을 중심으로 횡적으로도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공투본이 제안되고 철회되기까지 그것을 둘러싸고 논쟁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나 의제를 보다 강화·확장시켜 나갈 것을 주문한다. 필자는 이것이 이번 공투본 무산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찾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본다. 이 글 역시 이를 위한 하나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계급적 좌파진영은 노동자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노동자대중의 입장에서 볼 때 또는 노동자대중을 염두에 둔다고 할 때 이번 공투본 제안이 갖는 핵심적 지점은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의 공동투쟁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있다. 현실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수준으로 표현되고 있는 수많은 크고 작은 '공대위' '공투본'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전국민중연대(준)과 같은 상설적인 전국 공동투쟁체를 지향하는 연대투쟁체도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번의 공투본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공투본이 상위의 규정력을 갖는 것이긴 하지만 공선본을 짝으로 해서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단일 사안이 아닌 복수의 사안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국 이 때문에 공투본은 무산되었다. 따라서 처음부터 공투본과 공선본을 각각 별개로 해야 했다든가, 또는 공선본은 안되더라도 공투본은 계속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제기도 있지만, 이는 이번 공투본 제안이 갖는 취지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또 하나는 계급적 좌파진영 전체가 아닌 그의 한 부분인 노동자의 힘으로부터 전체 노동자 민중운동진영 또는 계급 대중에게 직접 제안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사회당을 포함하여 우리하고 직접 교류가 있는 단위와 사전·사후 논의를 하였지만 끝내 이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제안하고 추진한 것은 바로 노동자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전선을 형성하고자 했던 데 있다.
즉 우리는, 우리의 제안이 민주노동당 또는 권영길 선거운동을 강화시켜 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든가, 계급적 좌파진영의 단결을 우선해야 하지 않은가라는 주장보다도 노동자대중의 공동투쟁전선 형성을 최우선 과제 또는 가치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이미 우리가 수 차례에 걸쳐 밝힌 바와 같이 위와 같은 비판이야말로 선거주의에 근거한 주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자의 힘이 과연 그를 성사시킬 만한 역량이 있는가 라는 문제제기가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제안이 객관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의 힘의 역량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현 계급정세와 지난 노동자대중의 투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안의 성립을 넘어 제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가 진짜 문제가 되는 데 이는 손에 쥐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제안은 바로 이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이 점에 실패했다. 민주노동당이 법적 후보 등록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겠지만 그 것이 곧 공투본이 무산되게 된 근거의 전부가 아닌 것도 바로 이점 때문이다.
여기서 노동자의 힘을 향해 '종파주의'라든가, '조직 보존주의'라든가, '대중을 또 다시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있는 데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하나는 만약 그런 것이라면 애초에 제안 자체가 불가능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계급대중경선-민주노총정치방침-후보의 자격' 모두가 불투명 한 상태로 남아 있는 채 더 나간다는 것은 노동자의 힘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걱정하기 이전에 오히려 노동자의 힘이 대중에게 그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는, 또는 제안을 철회하는 것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던 데 있다. 왜냐면 현실적으로 이는 결국 공투본을 통해 형성하고자 했던 공동투쟁전선은 뒷전으로 밀리고 그야말로 선거운동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이러한 판단이 틀릴 수는 있지만 이것이 위와 같은 비판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는 바로 그것들이야말로 상층 협상을 통해서는 관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직접적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형성함으로써 오히려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이게 주관적 열망에 그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이러한 주장을 하는 단위나 활동가들 자신도 결국 이를 관철하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역량 문제이다. 노동자의 힘도 결코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즉 이번 공투본 제안이 끝내 관철되지 못했다하더라도 계급적 좌파진영은 앞으로도 노동자 민중운동진영 보다 직접적으로는 노동자대중의 공동투쟁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이번의 실패도 사실은 이러한 시도가 그 동안 너무도 이루어지지 못한 데서 온 결과이다. 정파적 이해에 갇힌 운동으로는 전체 노동자대중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없으며, 이는 결국 계급적 좌파진영의 역량도 강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급적 좌파진영과 현장활동가들은 기존의 운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이 주장을 들어야 하는 일차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이 노동자의 힘 자신이다.
노동자의 힘은 이미 '혁신과 연대'를 통한 '정치적 재조직화'를 주장한 바 있다. 특히 '혁신'과 관련해서 우리 자신의 혁신을 가장 앞세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개념과 주장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공투본 제안을 둘러싼 내부 토론 과정과 제안 이후의 실천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이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일 주체라는 표현 역시 우리로 하여금 자부심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 있다.
계급적 좌파진영은 지금 두 가지 중대 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전국적 차원의 조직건설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전국적 수준에서 공동정치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상과 이념을 정립하는 문제나 강령과 규약을 건설하는 문제도 이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계급적 좌파진영은 활동 방식이나 조직이 처한 구체적 조건 등에서 그 편차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사실 계급적 좌파진영 전체가 갖고 있는 역량에 비해 현실 계급투쟁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과 개입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나 사민주의 세력과 민족주의 세력에 대한 대응을 하는 데 있어서도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조차 충분히 발휘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또한 현장활동가들도 다양한 형태로 계급적 좌파진영과 관계를 맺고 있지만 아직 정치적 관계로의 진전을 유보하고 있거나 관망하고 있으며, 그 만큼 이들 사이의 정치적 긴장은 매우 느슨한 실정이다. 서로 교류하고 있는 내용도, 혁명적 언어의 남발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실에서의 실천은, 기껏해야 노동조합 수준의 쟁점이나 진보정당(선거주의)의 뒤꽁무니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이번에 제안된 공투본에 대한 반응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사회당, 사회주의 정치연합, 부산 노동자민중회의 역시 전체 좌파진영을 설득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그 역량도 매우 미흡하다. 비합적 활동을 하고 있는 세력도 이점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제 이들 사이의 사상투쟁과 공동활동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 기존에 각자가 해온 활동방식에 안주한 채 서로에 대한 반정립과 영토 확장에 머무른다면 그 어떤 진전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계급적 좌파진영은 노동자대중의 투쟁을 지도하기는커녕 쫓아가지도 못하고 있으며 사실상 나아갈 좌표를 잃은 채 실천적으로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대해진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의 위세에 눌려 있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계급적 좌파진영의 독자적 조직건설과 정치활동은 사실상 포기한 채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에 대한 개입 정책에 머물러 있거나, 계급대중에 대한 호민관 역할은 전혀 하고 있지 못하면서도 주관적으로는 전위주의에 빠져 있거나, 스스로 진보정당으로 변신하고 있는 속에서 실존적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계급적 좌파진영이야말로 지금 계급대중에게 그 어떤 책임도 질 것 없는 매우 자유로운 상태에 놓여 있다. 우선 존재 자체가 객관화되어 있지 못한 것이 그렇고, 무엇 하나 독자적으로 투쟁을 조직할 수 없는 것이 그러하며, 노동조합이나 진보정당에 대한 개입 활동 역시 이번 공투본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실패해도 그 뿐인 현실이 그러하다. 이런 상태를 혁신하지 않고 무엇을 혁신한단 말인가!
이번 공투본 제안과 같은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변혁 전략'에 대한 논쟁이 필요하다.
이번 공투본이 제안되면서 이에 대한 반응이 참으로 다양한 수준에서 제출되었다. 물론 노동자의 힘 내부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났다. 비록 관철과 현실화에는 실패했지만 공투본의 근본 취지가 최소한 선거주의에 대한 대항으로 제출되었으며 공투본이 무산된 것도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스스로를 조직화하지 못한 데 따른 불가피한 것이긴 했지만 그 결과 결국 공투본이 선거주의로 경도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조차를 부정하고 공투본 제안 자체를 선거주의라고 엉뚱하게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마도 공투본이 결국 현실적으로 민주노동당 또는 권영길 지지로 귀결될 것을 우려하는 한 표현일 것이다. 사실 사회당이 우리의 제안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결국 이 지점 때문이다. 나아가 심지어 선거에 개입한다는 사실 자체를 놓고, 또는 우리가 계급대중의 경선에 참여한다는 것을 두고 이를 후보전술(선거주의)이라고 비판하는 경우조차 없지 않았다. 물론 현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우리가 경선에서 이길 경우에는 외견상 후보전술이 성립된다. 그러나 그 때에는, 선거에는 개입하지 말거나 후보전술을 구사하지 말고 그냥 투쟁으로 돌파하자고 주장한 사람들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또한 엉뚱하기는 앞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이와는 달리 우리의 제안을 선거주의라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좌파, 보다 직접적으로는 사회당과의 연대가 아닌 사민주의 또는 민족주의와의 연대를 우선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우리의 제안을 공투본이 아닌 공선본을 중심으로 바라본 것으로 공선본이야말로 공투본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대중의 공동투쟁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전술을 특정 정파와 어떤 정치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 둔갑시킨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의 반응들은 사실 그 이면에 어떤 특정한 변혁 전략을 배경에 깔고 있다. 우선 선거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또는 계급적 좌파진영의 개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이다. 여기에는 정세와 주체역량에 대한 판단 그리고 역사적 경험까지를 모두 아우르면서 판단하는 경우에서부터 초역사적으로, 즉 무조건적으로 그렇게 주장하는 경우까지가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는 진보정당, 보다 직접적으로는 민주노동당을 변혁 전략 선상에서 어디에 위치지을 것인가, 또는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둘러싼 판단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속에는 노선상의 문제나 주관적 의지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민주노동당의 향후 전망에 대한 판단과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대중 운동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에 대한 판단까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민주노동당이 강화되는 것 자체를 변혁 전략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민주노동당을 포함하여 계급적 좌파진영까지 모두 하나의 진보정당으로 모여야 한다고 보는 경우, 사회당의 주장처럼 이른바 '좌파진보정당' 건설을 통해 민주노동당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경우가 있다. 셋째로는 계급적 좌파진영이 이후 어떤 조직노선을 취할 것인가를 둘러싼 견해의 차이가 반영되고 있다. 그런데 계급적 좌파진영 내부적으로도 선거전술 또는 합법정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비합 전위(혁명)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일체의 당 형태를 부정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노동자의 힘은 노동자계급정당(비제도적 투쟁정당)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다고 할 때 그 각각이 바라보는 선거전술 또는 합법정당 문제는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에 대한 태도 또한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넷째는 주체형성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둘러싼 견해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즉 투쟁과 선거가 주체를 형성하는 데 있어 차지하는 비중과 특성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상의 것만을 놓고 변혁 전략 전체를 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의 내용이 변혁 전략을 구상하거나 설정하는 데 있어 내용적으로 포함되는 것이라고 할 때 사실 이번 공투본 제안을 둘러싼 반응에는 이미 이에 대한 각자의 판단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것들이 전면에 떠오르지 못했을 뿐이다.
공투본은 무산되었지만 공투본이 성립된 것 못지 않게 노동자의 힘은 내부적으로 논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 논쟁을 내부에 제한하지 않고 열린 논쟁으로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 길이 공투본 무산을 책임지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동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비판을 기대한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