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비정규 노동 10대 뉴스

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그리고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 굵직한 이슈와 사건이 예정돼 있던 2002년 한 해도 저물고 있다. ‘붉은 악마’라는 새로운 ‘광장’의 형성과 누구의 예측도 허락하지 않았던 대선의 역동성은 어느 해보다 얘깃거리가 많은 풍성한 해로 만들었다.

<>한국통신계약직노조 517일 파업 마무리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계약직 7천명 해고, 계약직 노동자들과의 연대에 미온적이었던 정규직노조의 태도,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추위 속에서 벌인 장기 노숙농성과 한강대교 위 고공농성, 목동전화국 점거 등 한통계약직노조는 그 자체가 비정규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노조는 ‘정규직화’라는 요구를 달성하지 못한 채 지난 5월 한국통신과 △도급업체로의 취업 알선 및 3년 동안 고용보장 △보상액 지급 △노조 자진해산 등에 합의하고 517일 동안의 파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하지만 한통계약직노조는 비정규 노동운동이 안고 있는 다양한 모순을 부각시키고 어디서 출발해야 하는지 고민의 씨앗을 던졌다. 또한 노조 홍준표 위원장은 8월, 비정규직으로는 처음으로 민주노총 부위원장(미조직 담당)으로 선출돼 민주노총 비정규 사업의 전문성과 집중성을 도모하게 됐다.

불법체류자 강제 출국방침 및 이주노동자 투쟁

올 초 경기도 포천 소재 가구공장 ‘아모르’에서는 사상 유례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났다. 요구는 체불임금 지급. 이제까지 이주노동관련 단체에 자신들을 의탁해 온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정부의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및 강제출국 방침이 발표(3.21)된 직후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에 전국에서 1천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참석할 만큼 분노는 대단했다. 하지만 정부는 산업연수생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 도입을 통한 이주노동자 인력운용의 체계를 정비하기보다는 강제출국 일시를 제한적으로 연장하고 조선족에게만 선별적으로 취업을 허가하는 등의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 활발

올해 새로 설립되는 노조의 대부분은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조직이었다. 한진관광노조 면세점지부, 하나로테크놀로지노조, 시설관리노조 한국통신산업개발지부·법조타운지부 등은 대부분 도급계약을 위장한 불법파견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면서 자신들의 고용보장과 중간착취 근절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장기 파업에도 불구하고 한진 면세점지부와 하나로테크놀로지노조는 당초 요구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채 위로금을 받는 것으로 쟁의행위를 마무리하는 등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서울행정법원, 불법파견노동자 고용의무 없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을 더 어렵게 한 데는 법원의 판결도 큰 몫을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월 “파견법에 의한 파견근로가 아닌 경우 2년 이상 파견근로를 했더라도 사용업체로의 직접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시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파견법상 허가여부를 떠나 실질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파견근로를 부정하는 것이며, 사업주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오히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판결을 계기로 2년 이상자 사용업체로의 직접 고용을 피하기 위해 2년 전에 해고하는 방식 등으로 악용되고 있는 파견법을 전면 개정하거나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도 비정규적으로 하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던가. 하지만 학교는 지금 급증하는 비정규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의 경우, 비전임 교원과 시간강사가 40%를 넘는 데다 초중등학교도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비율이 최고 20%에 이른다. 교원과 함께 학생들의 교육을 직간접적으로 책임지는 일용직사서와 조리사, 영양사, 과학조교 등은 대부분 일용직이다. 이들은 방학이나 소풍, 공휴일에는 아예 임금도 받을 수 없고, 계약기간도 1년이 되지 않아 퇴직금이나 연차휴가도 없다. 그러면서도 임금은 한 달 70~80만원선. 그러면서도 교육이 희망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참다 못한 일용직들은 하나둘 노조를 만들어 권리찾기에 나서고 있다.

비정규직 조직화 국제연대

비정규직 급증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까운 일본도 임금노동자의 28.7%가 비정규직이다.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노동운동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도 진행<됐다. 한-일 레미콘노동자들은 지난 3월,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 쌍용양회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행동을 조직했고, 6월 일본에서, 7월과 11월에는 한국에서 만나 공동의 자본인 쌍용레미콘(일본 태평양양회 계열사)을 향해 한 목소리를 냈다.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조에서는 내년에 상근자 2명을 우리나라 건설운송노조에 직접 파견, 일상적인 연대사업을 펴 나갈 계획이다.

특수고용노동자 거대 조직 화물연대 출범

재능교육교사노조, 건설운송노조 등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5톤 이상 화물차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조직, ‘화물연대’가 결성됐다. 이들은 회사에 소속돼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총노동과정이 정부 정책과 맞물려있는 만큼 넓은 의미의 특수고용노동자로 규정하면서, 운송하역노조에 준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불과 5개월만에 3,500여명을 조직하는 등 놀라운 조직력을 과시하고 있다. △도로비·기름값 인하 △운송료 현실화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개선 등을 핵심 요구로 갖고 있는 이들은 내년 비정규 노동운동의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내하청노동자, 원청업체 직접 채용
지난해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거의 멈춰질 만큼 타격을 받았던 (주)캐리어가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노동자 100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 화제를 모았다. 올해 역시 사내하청노동자가 원청업체로 직접 채용된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미흡함은 있었지만 기존 정규직노조와의 공조틀을 마련해 비정규 노동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기아자동차사내하청노조의 1년여 가까운 장기 투쟁과 정규직 노조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결과, 올 4월 사내하청노동자 130명을 정규직으로 300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데 합의했고, 11월에는 해고상태로 남아있던 하청노조 활동가들도 계약직으로 채용키로 합의했다. 또한 정규직노조 임단협에서 하청노동자 임금인상을 확보한 현대자동차노조도 5년만에 있었던 생산직 신규채용에서 전체 590명 가운데 260명을 사내하청노동자 가운데 선발토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주5일 근무제 도입 유보·경제자유구역법 통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했던 주5일 근무제 도입 논의가 결국 정부안에 대한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 등으로 입법화에 실패했다. 연차휴가 가산년수 단축과 기업규모별 단계적 시행 등으로 특히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침해할 것으로 우려했던 주5일제 도입은 새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만큼 내년 입법과정에서 어떻게 수정, 보완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자본의 무한운동을 가능케 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이 통과됨으로써 월차휴가·생리휴가 폐지, 주휴무급, 전문직종으로 파견제 확대 등 경제자유구역 안에서의 노동권 침해가 심각히 우려된다.

여수건설노조 임단협타결 - 지역건설노조 재건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는 제조업 대공장 뿐 아니라 건설현장의 노조 건설로 이어졌다. 하지만 포항, 서울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지역건설노조는 낮은 조직력과 교섭력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89년 지역건설노조로는 처음으로 노조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고서도 사실상 와해됐던 여수지역건설노조가 55일간 파업 끝에 임단협을 체결하고 조합원수도 4천명으로 늘어나는 등 사실상 재건에 성공했다.

워킹보이스 취재팀kcwn@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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