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제16대 대통령 선거 평가 <1/2>
“변화를 갈망하는 대중의 역동적 자발성” “진보세력 약진, 노동운동 발전과 함께 가야”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울산노동자신문은 20일 대선 평가를 주제로 상근 편집위원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크게 ①대선결과의 의미 ②선거운동 약평 ③대선 이후 노동운동의 과제 등 세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독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그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여 지면에 옮긴다.
1. 대선결과의 의미
○. 이번 대선결과는 노무현의 극적인 승리,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침몰, 민주노동당의 선전, 사회당의 참패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 이번 대선 결과는 지난 97년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정치지형이 상당하게 왼쪽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97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39%, 이인제 19% 등 극우 보수에 해당하는 정치세력이 58%를 득표했고, 자유주의 보수를 대표하는 김대중이 40%를 득표했지만 이마저도 극우 보수 김종필과의 연합에 의존한 것이었습니다. 진보를 대표하는 권영길은 1.2%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회창 46.6%, 이한동 0.3%로 극우 보수 세력이 46.9% 득표에 그쳤습니다. 자유주의 보수에 해당하는 노무현이 48.9%를 득표했고, 진보 세력은 권영길 3.9%, 김영규 0.1%로 4.0%를 득표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극우 보수 세력의 득표는 11% 이상 축소되었고, 자유주의 보수의 득표는 9% 이상 늘었습니다. 진보 세력의 득표도 3% 정도 늘었습니다.
○. 이번 대선 결과를 놓고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변화를 갈망하는 대중의 정치적 욕구가 대단히 역동적으로 분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선 이후의 정세를 전망하는 데서도 이 점을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대중의 역동적 변화를 가능케 한 원동력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최소한 극우 보수에 대해서는 극도의 환멸감을 갖고 있으며 진보에 우호적인 80년대 민주화 투쟁 세대가 30대를 넘어 40대 초반의 연령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사회 곳곳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획득하게 되었다는 점, IMF시대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계급적 자각이 높아졌다는 점, 남북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와 민족자주의식이 높아졌다는 점 등이 주요한 원동력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인터넷의 보편화로 대중의 광범한 의사소통과 자발적인 집단행동이 용이해졌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 한 달 전만 해도 철옹성처럼 보이던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리며 노무현 후보가 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대중의 역동적 변화에 대단히 효율적으로 호응해 냈기 때문이었습니다. ‘낡은 정치 청산’이라는 슬로건이 적중한 것이지요.
사실 대중의 변화 욕구는 대단히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노무현의 자유주의 보수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인데, 이것을 대단히 성공적으로 묶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노무현의 승리가 이회창의 승리에 비해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만일 이회창이 당선되었다면 한나라당을 떠받치고 있는 극우 보수, 즉 친일-친미-군사독재로 이어지며 20세기 한국을 최소한의 정의도 통하지 않는 사회로 왜곡시켜 온 세력의 지배력이 연장되었을 것입니다.
이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서 갖고 있는 지배력은 김대중 정권에서도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노무현의 승리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극우 보수 세력에게 중대한 위기가 초래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군산복합체의 돈벌이를 위해 전 세계에 특히 한반도에 전쟁위기를 만들려 하는 미국 부시 정권의 의지가 순탄하게 관철될 수 없게 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그 근본에 있어 김대중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그대로 연장할 것입니다.
노무현 스스로가 적극적인 신자유주의자입니다. 자유로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의 유연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며, 필연적으로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교묘하게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 훨씬 더 세련된 방식을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개혁, 한반도 평화정착, 대미 자주성 실현 등에서 대중의 기대가 엄청난데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제3 후보로 인정받고 또한 3.9%를 득표하며 선전한 것은 오랜 세월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이 쌓아온 성과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진보 세력이 한국 정치의 한 축으로 진입하고 있고, 앞으로 크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인식이 어느덧 대중의 상식이 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얻은 3.9%는 노무현-이회창의 막판 대혼전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상당히 견고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으로 집결한 민주노조운동이 자본의 공격으로 현장조직력이 무너져 나가고 관료주의와 타협주의가 만연하는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외형적 성장이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사회당 김영규 후보가 0.1% 득표에 머무르며 참패한 것은 사회당이 민주노동당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당으로서는 중대한 기로에 선 셈인데, 강령·정책 및 노동운동과의 결합방식 등에 있어서 민주노동당과 실질적인 차별점을 확보하여 독자적인 지지기반을 획득해 내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진보 세력으로서의 의미를 더 이상 이어나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정몽준은 막판 지지 철회와 선거 후 궁색한 사과를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실질적인 소유주이면서 노동탄압의 최고 책임자인 정몽준의 정치적 위기는 현대중공업 노동운동을 활성화시키는 데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기대를 해 봅니다.
2. 선거운동 약평
○. 이번 선거운동을 놓고 보자면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은 노사모 및 개혁당에 한참 밀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선거운동원들의 열정과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라는 점에서 압도당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TV토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반면 기층 당원들의 선거운동 참여나 열성을 이끌어 내는 점에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면서 왜 노사모나 개혁당이 만들어내는 만큼의 자발적인 열정을 대중으로부터 이끌어 내지 못했는지 깊이 분석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대중의 자발적인 열정은 핵심 지지세력으로부터 폭발해 나옴으로써 보다 광범한 대중 속으로 확산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실질적인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핵심적인 지지기반이랄 수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 속에서부터 열정을 폭발시켜 낼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 민주노동당이 이번 선거에서 강조한 정책공약은 부유세 도입, 소파 개정, 무상의료·무상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진보적 의미가 있는 내용들이지만 사회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혼합에 머무르는 수준의 정책공약이었습니다.
오히려 지난 5년간 노동자 대중의 삶을 휩쓸고 지나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정면승부를 펼치는 정책공약이 주가 되어야 했던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노동자들이 지난 5년간 줄기차게 싸워왔던 문제들은 정작 이번 대선에서 쟁점화되지 못한 것이지요.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 및 공공성의 민주적 확대, 최저임금 현실화, 경제특구 폐지 등이 적극적으로 강조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노동자들, 특히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적극성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나아가 최소한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은행·기간산업체 국유화, 국유기업에 민주적 경영체제 도입 등 부분적이나마 소유권의 문제도 제기했다면 더욱 좋았겠지요.
권영길 후보 스스로가 TV토론에서 ‘정책공약만 놓고 보자면 민주당·한나라당과 별 차이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면승부를 정책공약의 중심에 놓았다면 노무현 후보의 신자유주의와 선명한 계급적 차이를 드러내며 차별성을 분명히 하는데도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 사회당의 정책공약은 기본적으로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것과 뚜렷한 차이를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를테면 민주노동당이 ‘부유세 도입’을 내놓은 것에 대해 ‘고액상속 금지’라는 다소 달라 보이지만 사실은 비슷한 수준에 있는 방안을 내놓는 식이지요.
6·13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후보임을 강조했지만 그것을 채워주는 알맹이는 너무 부실했던 것 같습니다.
3. 대선 이후 노동운동의 과제
○. 노무현 정권 시대는 기본적으로 상호 모순되는 두 가지 경향이 지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우선 변화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자발적인 역동성을 갖춘 대중의 힘이 더욱 확장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 진보에 대한 낙관과 자신감이 빠르게 퍼지면서 그동안 묵인되어 왔던 부당한 것들, 특히 극우 보수의 지배력이 곳곳에서 도전받고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비단 정치영역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곳곳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상당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본질적으로 신자유주의 노선에 입각한 총자본의 대표자로서 역할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제반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관철시켜 나가는 데 있어서 특히 집권 초반에는 이데올로기적 우위 아래 대중적 설득력을 유지하는 세련된 방식을 견지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역동적으로 변화를 갈망하는 대중의 요구를 제한하고 억압하면서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노동운동으로서도 기회이자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대중의 열망, 특히 그 자발적인 역동성과 적극적으로 결합하게 된다면 노동운동은 새로운 고양기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자본의 부당한 억압과 통제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획득하고 확대하기 위한 투쟁, 거대자본의 경제사회적 지배력을 무너뜨리고 그것을 대중의 민주적인 통제력으로 대체하기 위한 투쟁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결국 이러한 의식을 얼마나 넓고 깊게 대중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 또한 그럼으로써 노동자 대중의 자신감이 얼마나 고양되는가에 향후 노동운동의 부침이 좌우될 것입니다.
반면에 세련된 신자유주의 집행자로서 노무현 정권은 민주노조운동의 상층부를 효율적으로 포섭하여 무력화시키고 그럼으로써 대중운동이 자중지란에 빠져 지리멸렬해지게 만드는 데 있어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동운동 지도부가 일관되게 노동자의 관점을 견지하며 자신감있게 대중을 설득하고 대담하게 투쟁을 확대시켜 나간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노동운동이 비약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노동자의 관점이 확고하지 못한 지도부가 대중을 엄청난 혼란에 빠뜨리며 노동운동에 치명적인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한 것입니다.
○. 이번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미 사회 전반에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이회창 후보도 공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공약을 냈습니다.
노동기본권 쟁취, 차별 철폐, 정규직화를 향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미 강력한 사회적 명분을 확보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주체들이 자신감을 갖고 투쟁을 준비하고 만들어 나간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노무현 정권 초반에 김대중 정권에서 일어났던 극악한 노동탄압들에 대해서 새롭게 강력한 투쟁으로 문제제기해 낸다면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특히 50년 흑자를 기록하고서도 500여명을 길거리로 쫓아냈던 태광, 극심한 현장탄압으로 민주노조 말살을 획책하고 있는 효성 등의 사업장은 투쟁의 강도에 따라 상당한 파장과 성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국 곳곳에 엄청난 숫자로 늘어나 있는 해고자 복직 문제 또한 정치적인 투쟁을 통해 상당한 돌파구를 마련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