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2002년 울산노동운동 평가 (1) 민주노총과 계급적 연대
민주노총 혁신과 계급적 연대로 노동자 대반격에 나서자!
굴욕적인 4·2 총파업 철회 - 치욕적인 합의문에 “총파업 승리” 운운
2월 25일 철도·발전·가스노조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일환인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를 위해 공동파업에 돌입했다.
25일과 27일 각각 가스노조와 철도노조가 이탈하면서 파업전선은 허망하게 무너지는 듯 했지만, 발전노조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완강한 파업을 한 달이 넘도록 지속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여론은 노조에 우호적이었고 발전노조 지도부와 조합원들의 태도는 단호했기에 민주노총의 대대적인 연대투쟁만 가세한다면 승리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3월 26일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는 4월 2일 오후 1시 총파업 돌입을 참석 대의원 535명의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이렇게 발전노조의 영웅적 투쟁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 대반격의 불씨가 되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의 굴욕적인 노·정 합의와 4·2 총파업 철회로 그 불씨는 일순간에 죽어 버렸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발전소 사유화 철회 요구를 ‘논의대상에서 제외’하고, 민형사상 책임과 징계가 ‘적정한 수준에서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치욕적인 합의문을 내놓으면서도 ‘총파업 승리’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덧붙였다.
발전노조 조합원은 물론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격렬한 분노에 직면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다음날 투쟁본부 대표자회의를 열어 잠정합의안 폐기와 지도부 총사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4·2 총파업 철회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얼마나 심각한 관료주의와 노사협조주의에 빠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충격적인 사태였다. 때문에 민주노총 혁신의 요구가 현장에서부터 격렬하게 터져 나왔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위기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4월 24일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유회돼 즉각적인 총파업 재조직화를 위한 새로운 투쟁지도부 구성에 실패해 대의원들조차 조합원들의 민주노총 혁신 의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되살려진 불씨 스스로 꺼버린 11·5 총파업 중단
8월 27일 보궐선거를 통해 7명의 부위원장을 선출하고 체제를 정비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3대 악법(근로기준법 개악안·경제특구법·공무원조합법) 저지를 위한 11·5 총파업에서 또 한번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12만 명의 조합원이 참가하는 뜨거운 열기 속에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은 파업 돌입 8시간 만에 근로기준법 개악안의 국회 통과를 막아냈다며 중단을 선언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파업 돌입 당시 “3대 악법이 철회되지 않으면 무기한 총파업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3대 악법 중 근로기준법 개악안만이 ‘철회’가 아닌 차기 국회로 ‘연기’된 것을 두고 총파업을 중단해 버린 것이다.
경제특구 내에서는 연월차 휴가를 없애고 파견근로를 전면 허용하는 경제특구법과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전면 부정하는 공무원조합법은 민주노총 스스로 ‘3대 악법’이라 부를 만큼 근로기준법 개악안과 비교해 그 심각성이 조금도 모자라지 않았다.
결국 경제특구법은 총파업 중단 이튿날 재정경제위를 거치며 경제자유구역법으로 이름을 바꾸어 11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말았다.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정신과 계급적 연대를 내팽개친 민주노총 울산본부
지난 4월 민주노총 울산본부 운영위원회는 6·13 지방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민주노동당과의 합동총회)를 앞두고 태광 정리해고저지투쟁위원회 소속 해고자들이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선거권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태광 정리해고 사태 당시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보였던 소극적 태도와 결부돼 태광 해고자들의 격렬한 항의로 이어졌다.
결국 합동 총회에는 선거권을 부여하되, 조합원 자격 문제는 화섬연맹이 검토하여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화섬연맹도 민주노총도 태광 정투위 해고자들의 조합원 자격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결국 12월초에 치러진 민주노총 울산본부 임원 선거에서도 태광 정투위 해고자들은 조합원이 아니라며 선거권을 부여받지 못했고, 심지어 정투위 의장이 특정 후보 선거운동을 한 것에 대해 상대후보가 이의를 제기하고 선관위가 이를 ‘비조합원 선거운동’으로 경고 처분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정리해고 대공세를 펼친 자본에게 민주노조마저 탈취당한 채 길거리로 내밀려 있는 태광 해고자들을 어떤 형식으로든 민주노총이 끌어안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민주노총이 반드시 지켜가야 할 기본적인 정신이다.
이러한 기본정신은 규약규정상의 어떤 형식보다 우선해야 하며 규약규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시급히 개정해서 해결할 문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기본정신마저 흔들리고 있는 민주노총의 현실은 지난해 구조조정에 맞선 화섬3사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그리고 처절한 투쟁에서 일차 패배한 해고자들이 줄기차게 벌여온 올해의 투쟁들이 계급적 연대투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없었던 핵심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6대 임원선거 - 분파 간 갈등에 농락당한 조합원
12월초 열린 민주노총 울산본부 임원선거는 결국 임원을 선출하지 못한 채 재선거를 실시해야 하게 되었다.
12월 5~7일 사이에 치러진 1차 투표의 투표율은 71.5%. 그러나 두 후보조 모두 과반수 득표에 실패하여 보다 많은 득표를 한 후보조에 대한 신임투표가 치러져야 했다.
하지만 11~13일 사이에 치러진 2차 투표의 투표율은 불과 44.1%. 투표자가 과반수에 미달함에 따라 신임투표는 자동 부결되고 선거는 무효가 되고 말았다.
2차 투표의 투표율이 급격하게 하락한 주된 요인은 투표를 주관하는 일부 단위노조 선관위 및 노조간부들이 1차 투표 때와 달리 투표시간 및 장소 등에서 조합원의 투표참여를 현저히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원인이 해당 단위노조 간부들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조가 신임투표에 올라온 데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결국 민주노총 울산본부 임원 선거는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여 희망찬 새출발을 향한 단결의 장을 만들기는커녕 조합원들이 노조간부들의 분파적 갈등에 농락당하는 결과를 빚고 만 것이다.
2차 투표를 앞두고 현대자동차의 어느 현장조직은 울산본부 임원 선거를 간선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엉뚱한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민주노총에 필요한 것은 조합원의 직접 민주주의를 그나마 진전된 것조차 후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직접 민주주의마저 우롱하는 간부들의 비민주적이고 관료적인 분파성을 철저히 극복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혁신과 계급적 연대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하자!
총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분쇄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계급적 연대의 복원이 관건이다.
우선 민주노총은 관료주의와 타협주의에 찌든 때를 과감히 벗겨내고 조합원 대중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의 고리가 되는 싸움에서는 계급적 연대의 조직에 총력 집중하고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비록 그 승부에서 패배할지언정 미리 겁을 먹고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민주노총은 투쟁에서 패배해 고통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을 감싸 안고 이후의 대책과 전망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갖은 탄압에 맞서 민주노조운동을 믿고 투쟁해 온 노동자들을 반드시 지켜낼 때, 민주노총은 노동자들 속에 계급적 단결과 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
혁신된 민주노총과 되살아난 계급적 연대를 바탕으로 할 때, 노동자의 대반격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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