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2002년 울산노동운동 평가 (2) 산별노조 건설

위기의 금속노조, ‘연대투쟁 강화’로 산별건설운동 기조 다시 세워야


금속노조가 출범한지 2년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공장 노조들의 산별 전환은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금속노조는 과도기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가운데 올 한해 핵심 사업장인 두산중공업, 오리온전기 등 주요 사업장에서 자본과의 전면적인 투쟁에서 밀리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금속산별건설 어디까지 왔나

2001년 2월 8일 108개 사업장 3만 8백명 조합원으로 닻을 올린 금속노조. 사업장 수로만 보면 200여개 금속연맹 소속 사업장의 절반 이상을 포괄하고 있지만, 조합원 수를 보면 연맹 전체 17만여명의 1/4 수준이다.
따라서 미전환 노조들의 조직형태 변경이란 과제를 풀기 위해 출범 당시부터 금속노조는 사실상 금속연맹 해산을 의미하는 금속노조의 ‘민주노총 직가입’을 결의하되, 그 시기를 같은 해 9월까지 유보하는 경과규정을 규약에 명시했다.
그러나 애초 시한인 지난해 9월이 임박해도 산별 전환한다는 대공장은 나타나지 않았고 금속노조의 조직규모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 노조는 다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격론 끝에 상급단체 변경에 관한 경과규정을 1년 유보할 수밖에 없었으며 민주노총 직가입 경과규정은 “2002년 10월 1일부로 민주노총에 가입한다”로 바꾸게 되고, 이 역시 올 9월 임시대대에서 삭제되었다.


현재 금속노조는 163개 지회 3만 6천명, 연맹소속은 83개 노조 12만6천명

현 금속노조 조직규모는 163개 지회 3만 6천여명으로 출범당시보다 다소 늘긴 했으나 의미를 둘 만한 수치는 아니다. 신규노조는 금속노조로 가입시킨다는 연맹 방침에 힘입어 신규가입 노조가 25개 사업장이 늘었지만 기존 연맹 산하에서 조직형태를 변경한 사업장은 23개 노조 6,571명에 불과하다.
연맹 소속으로 남은 노조는 현재 83개, 12만 6천여명에 이른다. 더구나 이들 미전환 노조들 가운데 1천명 이상 사업장 11곳이 조합원 11만명으로, 연맹 전체 조합원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3개 노조만으로도 조합원수는 8만명에 이른다.
금속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지부별 교섭을 통해 사용자단체 구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산별협약을 관철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이에 따라 100여개 이상 사업장에서 기본협약을 관철시키는 성과를 낳기도 했지만 금속노조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두산중공업, 삼호중공업, 대동공업 등 오히려 대기업쪽에서는 기본협약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 최대사업장 두산중공업 지회 “집단교섭 삭제”

“전체 민주노조운동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굴욕적인 합의안입니다.”
12월 5일 금속노조 두산중공업 지회 임단협 잠정합의 이후 지회 집행부에게서 나온 말이다. 이는 금속노조 최대사업장인 두산중공업 지회가 사측의 요구에 굴복해 산별교섭의 핵심인 ‘집단교섭’을 삭제하기로 한 것에 대한 자기비판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삼호중공업과 대동공업 등 금속노조 소속 대공장에서 집단교섭 및 산별협약이 관철되지 못한 가운데 두산중공업마저 집단교섭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금속노조의 산별조직 강화방침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인원감축 문제로 60여일간 파업투쟁을 벌여왔던 오리온전기지회 역시 ‘희망퇴직 수용’ 등 사측의 입장을 대부분 받아들임으로써 조합원들의 비판을 받는 등 핵심사업장에서 금속노조의 지도력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겪으면서 조합원들은 당황해 하고 있다.
“노동자의 힘이 결코 자본가와 정권에게 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의 길로 알고 묵묵히 믿고 걸어 온지 3년이 되어 갑니다. 아직 완전한 산별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는 산별노조를 건설했고 또 우리 조합원동지들도 산별노조의 조합원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여길 거라 생각듭니다. 그런데 현실이 제 생각을 무안하게 만드는 군요. 말로만 산별이지 산별다운 면이 전혀 없다는 걸 부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두산중공업, 세원테크, 대동공업, 오리온전기 등 무수히 많은 우리 조합원이 계속되는 투쟁으로 지쳐 있는데 사업장이 틀리다는 이유로 남의 일인 양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니 답답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기업별 노조를 넘어선 지 오랜데 왜 이래야 합니까?”


관심을 끌었던 현자노조 산별총회 ‘연기’

현대자동차 노조는 11월 20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애초 11월 22일 갖기로 했던 산별전환 총회를 내년 6월 임단협 시기에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병행해 실시하기로 했다.
애초 노조 집행부는 노개투 등 일정으로 인해 예정됐던 현장조직 토론회가 무산되는 등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정도로 생각하고 예정되어 있던 11월 22일에서 조금 늦춰진 12월 중에 산별총회를 열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임단협과 병행하여 치루기로 하고 산별총회를 연기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산별총회를 연기한 것이 지금의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발전적인 선택이 아니라 현재의 입장차이 등을 그대로 놔둔 채 현장 제 조직들의 비판과 부결에 대한 부담감 등에 의해 뒤로 미뤄진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산별총회 무산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일부 현장조직들이 준비부족과 시기상조 등을 이유로 집행부 입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고, 집행부에서 주장하는 “80% 이상의 조합원들이 산별을 지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근거와는 별개로 조합원들의 산별총회에 대한 무관심, 집행부 중심의 일방적인 산별총회 추진이 결국 총회를 직전에 두고 내년으로 연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금속노조의 한 간부는 “지금까지 대공장 노조 산별전환 투표에서 조합원 2/3의 찬성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았으나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병행해 실시할 경우 찬성률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또 현대자동차노조가 내년 임단협 시기에 산별전환 투표를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아직 투표일정을 못잡고 있는 금속산업연맹 산하 다른 대공장 노조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연맹과 금속노조는 이들을 설득해 내년도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산별전환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2년간의 산별건설운동, 냉정한 평가와 비판 위에 다시 시작해야

관심을 끌었던 현자노조의 산별총회가 연기되는 형식으로 사실상 무산되자 자동차부품업체인 아폴로산업의 산별총회가 부결되었으며, 몇몇 대공장들의 산별총회 역시 취소되는 등 앞으로 미가입 상태의 대공장노조, 자동차업종 노조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노조의 산별총회 부결에서 보듯이 대공장노조의 산별전환 문제가 결코 만만치 않으며 잘못될 경우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금속노조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안으로는 핵심사업장들의 투쟁에서 밀리면서 조직력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으며, 밖으로는 대공장 노조들의 산별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재정적, 조직적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몇몇 대공장노조들이 산별총회를 열어 가입한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금속연맹, 금속노조 지도부는 금속산별의 성패 여부를 대공장노조들의 산별가입에 집중함으로써 연대투쟁 조직 등 금속연맹 사업을 소홀히 한 채 대공장노조들의 산별총회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즉 대공장이 산별노조로 전환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그것을 쳐다보는 식의 산별노조 건설, 대공장을 압박하면서 산별노조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었다.
이러한 사업방식이 대우조선, 현대중공업에서 부결되고, 현대자동차의 경우 총회가 무산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내년으로 연기된 현자노조의 산별총회 역시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같이 부치면 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막연한 사업방침이나 현자노조에 맞춰 다른 노조들도 산별총회를 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금속연맹, 금속노조의 정책은 자칫하면 또다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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