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과 정치

12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이야기가 화제로 많이 떠오른다. 어떤 대통령이 선출되는가는 꼭 정치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는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화제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그룹이 있다면 바로 여성들일 것이다. 여성들은 모이면 다양한 화제가 끊이지 않지만 정치이야기는 아예 상머리에 화제로 오르지도 않고 어쩌다 이야기가 나와도 썰렁하게 끝나 버리기 일쑤이다. 그 이유는 정치는 남성의 일이라는 전통적인 고정관념 때문이기도 하고, 둘째는 정치는 지저분하다는 거부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상하다는 사람들일수록 "나는 정치는 싫어해" 라며 멀리한다. 이는 해방 이후 부정부패로 얼룩져 온 우리 정치 역사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럽고 썩어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도 된다면 그 또한 무방하지만, 정치는 우리의 실생활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야말로 우리들의 손해이다. 정치권에서 결정되는 것이 통일이나 외교 등의 커다란 일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문제, 물가, 교통문제, 여성복지 등 실제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일들이 많다. 심지어는 수해가 있으면 수해복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보상금을 얼마나 주어야 할 것인지가 모두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일들이다.

우리는 보통 보육이라고 하면 여성들의 일로만 생각을 한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사람들이 여성들이고 또 보육교사들 역시 대부분이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육문제는 여성들끼리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고 치부하고, 정치권에서 보육에 관한 예산을 늘리거나 혜택을 줄 때는 마치 여성들에게 큰 선심이나 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보육은 여성들만의 일이 아니다. 현재는 사회의 중요한 인력자원인 여성들을 활용할 때 중요하게 지원되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고 갈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의 아이들을 제대로 생산해 내지 못하고, 또 키워내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노동력이 모자라 외국에 얻으러 다니는 사태가 발생하고 결국 한국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다. 즉 보육문제는 여성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장래가 달린 중대사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육은 정치적인 사안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우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개인 여성들에 대해 어떠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인가, 또 사적인 지원책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지원책으로서 보육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앞날을 재단하는 정책으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회나 지방의회를 점유하고 있는 남성정치인들은 절대로 스스로 이러한 보육문제가 중요한 문제라고 깨닫지는 못할 것이다. 이제까지 여성들을 달래기 위한 주변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책임의 일부는 남성정치인들이 이처럼 행동해도 항의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여성들과 보육교사들에게도 있다.

이제 보육문제는 한 가정의 개인적인 부담이 아니라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중요정책으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약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여성들과 보육교사들의 활약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서 알아서 해 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중요사안으로 부각시키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이는 정치권에 대한 작업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 대한 홍보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을 우리는 정치세력화작업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정치세력화라고 하면 말 자체도 무시무시하고 마치 권력을 탐하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할당된 몫을 가져오는 일들이다. 이제까지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포기하고 있었던.

조현옥·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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