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열린 노동조합을...

노조 여성사업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정부 여성부 사업이 늘 관심의 대상이라서 이따금 여성부 자료를 메일로 받아보곤 한다. 그러나 업무와 관련해 유심히 들여다본 자료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이런 사업을 할거면 여성노동자 문제에 좀더 신경 썼으면'하는 생각을 했던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심히 지켜보게 된 분야가 생겼다. 정부 각 부처의 여성비율을 높이고, 모든 정책수립과 집행에 여성의 이해를 고려한다는 이른바 '성주류화' 정책이 그것이다. 지난 9월 여성부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정부와 16개시도 산하 위원회의 여성 비율이 28.8%를 넘어섰다고 한다. 여성관련 사안이 많은 교육인적자원부 등 6개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이 임명된 것은 이미 98년 2월의 일이다. 얼마 전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여성정책조정회의를 두고 중앙과 지자체의 정책수립·집행과정에서 여성에 미칠 영향을 분석토록 하는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물론 이같은 정책이 여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각 부처에서 여성을 대변해 일한다는 사람들이 그저 생색만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도 많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가 '성주류화'를 국가 정책기조의 하나로 세움으로써 공공기관, 교육기관, 심지어 일반 기업들도 여성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도입하게 하는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변화에 둔감한 곳도 많다. 노동조합도 그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물론 지난해 7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모든 의사결정기구에 여성할당제를 도입함으로써 이르면 내년부터 예전보다 훨씬 많은 여성간부를 회의에서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노조와 연맹이 할당비율만큼 여성간부를 발굴하는데 애를 먹는 일도 생길 것이고, '나서는 여성이 있어야 할당을 할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쏟아져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여성할당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오히려 자의반 타의반으로 노조 의사결정에서 소외됐던 여성의 참여를 높이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여성할당제는 시작일 뿐이다. 여성노동자 조직률이 6%수준이며, 특히 앞으로 조직해야 할 비정규노동자의 여성비율이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성노동자에게 더 활짝 열린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꾸준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원정/민주노총 여성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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