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양성평등 육아문화 형성을 위한 보육교사 의식개선 워크샵]이 서울 등 6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워크샵에 참석한 보육 교사들에게 ‘당신이나 당신의 시설에서 아동들에게 양성평등적인 교육을 하는가? 하고 물으니, 그에 대해서 많은 수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남/여의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가 나서 자라고 교육받는 동안, 은연중에 깊숙이 배어버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뿌리깊게 박힌 것이 성(性)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이라 함은 있지도 않은 어떤 것을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서 비합리적인 생각이다. 특히 남아냐, 여아냐 하는 구분이 단순한 성별 차이에서 나아가 전형적인 남/여 성격과 역할, 태도 등으로 굳어지고 서로에게 요구된다면, 아이들의 자유로운 개성과 특질, 아동의 존엄성은 억압되고 무시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교사들이 보육시설에서 남/여 아동의 성차별을 지양하고, 양성평등적인 접근을 시도하자는 의미에서 정리했다.
1.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한 몇 가지 낭설
그간의 연구는, 남성과 여성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밝히는데 주력하였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은 다르며 남성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입증하려 했던 여러 논문을 살핀 연구에서 밝힌 바대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던 남/여의 차이가 실상은, 그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온 미신이나 낭설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고정관념의 예를 들자면,
1) 여성이 남성보다 더 소심, 무서워하며 불안해하고 감성적이다.
2) 남성이 여성보다 지배적, 경쟁적이다
3) 여성이 남성보다 이타적이다.
4) 소녀는 소년보다 더 사교적이다.
5) 소녀는 소년보다 남의 말에 더 잘 따른다.
6) 소녀는 소년보다 자존심이 더 낮다.
7) 소녀는 단순, 반복적인 과제를 잘하는 반면, 소년은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을 요구하는 과제를 잘한다.
8) 소년은 소녀보다 더 분석적이다.
9) 소녀들은 성취동기가 낮다.
남/여의 차이는 생물학적으로(염색체와 호르몬 등)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사회의 문화와 기대, 풍속, 교육, 아동의 인지, 경험 등 다양한 환경요인들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남/여의 차이가 만들어지고 영향 받는다.
2. 아이들에게도 성역할 고정관념이 있다.
위에서 제시한 9개 항목들은 남/여에 대한 고정관념을 대표하는 것들이다.
남/여에 대한 고정관념을 어른들만 갖고 있는가?
아이들이 갖고 있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몇 가지로 나눠보면(한국여성개발원, 1995),
1) 아동들은 여자일과 남자일을 구분한다.
2) 아동들은 남자와 여자의 생리적 특성을 구분한다. (힘세고, 용감/약하고,무서움)
3) 아동들은 여자모습과 남자모습을 구분한다.
4) 아동들은 여자색과 남자색을 구분한다.
이번 워크샵에 참가한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에게도 성역할 고정관념이 있다고 진술했다. 참가한 보육 교사들은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가운데 교사 자신이 겪었던 아동들의 모습에서 아동들의 고정관념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다. 또한 아동들의 성 고정관념을 접하였을 때 보여주었던 교사의 반응과 태도, 활동들을 기억해 내도록 하였으며 이러한 교사의 개입에 대해 모둠에서 토론하였다.
3. 유아교육기관에서 아동들은 남/여의 성별 구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많은 교사들의 바램과 희망과는 다르게, 유아교육기관은 전형적인 성역할을 지속시키거나 강화하여 전통적 성역할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유아교육기관에서 행해지는 교육과 활동에서 남/여 아동의 성역할과 관련하여 갖고 있는 잘못된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유아교육기관에서 흔히 생각하는 잘못된 통념으로(Greenberg, 1985).
1)아동들이 현재 자신의 부모가 수행하고 있는 성역할을 습득해야 한다 : 아동들은 과거 부모들이 수행하는 성역할에서 벗어난 미래의 역할을 습득해야 하며 교사들은 부모들의 성역할 고정관념과 부딪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2)놀이감 놀이를 통해 여아와 남아가 얻게 되는 교육경험은 똑같다 : 그러나 남아와 여아는 놀이형태와 선택하는 놀이감도 다르며, 그 속에서 얻는 교육경험이 같다고 할 수 없다.
3)여아와 남아는 상당히 유사한 능력과 경험, 소양을 가지고 유아교육기관에 들어온다 : 아이들의 사전 교육경험과 능력 등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4)초기 교육환경은 남아보다 여아에게 더 적합하다 : 일반적으로 여아들이 유아교육기관의 교육과 활동을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으나, 도리어 여아들에 대해 교육적인 고려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될 수 있다.
또한 유아교육기관을 관찰한 연구에 의하면(한국여성개발원, 1995), 교사의 교수 활동에 있어서도 남/여 차별이 존재한다.
1)남아는 여아보다 교사와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하며, 교사는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남아에게 더 많은 평가 발언을 한다.
2)여아보다 남아의 공격적 행동에 대해 반응할 가능성이 더 많으며, 큰 소리로 질책할 가능성이 높다.
3)의존적 행동인 주의 끌기와 교사와 가까이 있기는, 남아에 대한 교사의 반응은 보다 지시적이고 교수적인 반응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4)여아의 주의 끌기에 대한 교사의 반응은, 칭찬, 신체적 접촉, 도와주기와 같은 양육적 형태의 주의가 주어진다.
5)남아는 교사와 떨어져 활동에 참여할 때 더 많은 돌봄을, 여아는 교사 옆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무시당할 가능성이 높다.
4. 보육시설에서 남/여 아동은 다르게 놀이하고 경험한다.
아동들은 여러 면에서 남/여의 성별차이를 드러내고 있는데, 특히 놀이에 있어서 두드러진다. 즉, 여아는 정적인 놀이, 역할 놀이(소꼽놀이, 구슬꿰기, 점토놀이, 조작놀이), 실외놀이에서 몸놀이 적은 활동을 선호한다. 남아는 동적인 놀이, 움직임이 큰 놀이(블럭 만들기, 적목놀이) 몸놀림이 활발한 움직임을 선호한다(남/여 아동의 놀이에 대한 논의는 이후에 좀 더 자세히 하기로 하자).
5. 교사들의 의식과 실제는 다르다.
아동에게 성 고정관념이 있음을 알았을 때 교사들은 어떻게 하는가? 한 연구에 의하면, 교사들의 개입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남녀아동의 역할로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그저 문제제기만 하는 소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하며, 전통적 성역할의 사회화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모두 남자일과 여자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진보적 성역할관을 표명했다(한국여성개발원, 1995).
그러나 진보적인 성역할관을 갖고 있다고 해도, 실제 하고 있는 교수활동은 전반적으로 아동들에게 전통적인 성역할을 학습시키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표명하고 있는 성역할관이 어떻든 간에 한 교사의 교육활동 속에서 진보적인 모습과 전통적인 모습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해서는 완전히 전통적이라거나 완전히 진보적일 수 없다. 교사들의 성역할에 대한 의식에 약간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교사 자신들이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한 교육적 의미가 진단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다. 교사들이 일상적이고 습관적으로 사용해 온 언어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또한 교육과 활동에 있어 선택한 교재에 내포되어 있는 성차별적 의미 등에 대해서 깨어있어야 한다. 교사의 양성평등적인 시각을 가다듬기 위한 교육과정에 대한 반성과 자기 통찰이 필요하다.
6. 양성평등적 접근을 위한 임시적인 제안
좀 더 많은 수의 교사들이 양성평등적인 보육시설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교육경험을 진솔하게 밝히고 반성하며, 그 속에서 교육과 활동에서 양성평등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실천지침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 개별적으로는 늘 성적 고정관념과 편견을 경계하고 스스로의 활동을 반성하고 재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개별 시설에서는 서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평가해주는 교사들의 모임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작업 전에, 연구자료와 그간의 여러 생각들을 모으면 다음과 같다.
1) 교육과 활동에 있어서 성차별적인 언어와 관습을 경계하자.
①교실 운영에서 교사의 지시나 요구에 따르도록 하는 ‘예쁘게 하기’에 대해 생각하자. 예쁘게 하기는 수동성, 온순성을 강조하고 아동이 통제에 따르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②활동에 있어 집단을 나눌 때 남/여 아동으로 분류하고 그 속에서 경쟁하거나 대립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
③교육내용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경계하자.
● 엄마, 아빠의 모습을 전통적인 성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기.
● 직업 설명에서 아저씨, 언니 호칭으로 불러 여자직업, 남자직업으로 인식케 하기.
● 건국설화를 비롯, 훌륭한 사람들로 이야기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들이다.
2) 부모와의 관계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버리자.
대부분의 연구에서 개인의 행동 성차는 그가 소속된 가족의 성문화, 특히 부모들이 갖고 있는 성별 양육방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그에 따라 개인 성차가 유도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부모들은 자녀들의 성역할 모델이 되고, 자녀들에게 어떤 성역할 기대감을 표시하며, 직접 성역할 교육을 하는 등 심리적 성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성에 대한 부모의 조화로운 관점이 바로 서야만 부모는 아이들에게 진지하고도 자연스러운 자세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또한 아동에게 실시하는 성평등역할 교육의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교사와 부모들의 협력적인 관계가 매우 필요하다. Davidson(1979)에 의하면 유아교육기관에서 성평등 역할 교육을 실시한다고 해도 가정에서 전형적인 성역할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보기 때문에 성역할 태도의 변화가 아주 짧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교사들은 육아와 교육의 제일 책임자로서 어머니를 전제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인식을 아동들에게 이야기하여 가정에서의 학습지도, 교육의 책임을 아버지와 나누는데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의 성역할관에 대해서는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기억하자.
3) 자유놀이에 대한 교사의 개입이 필요하다.
아동들의 자유선택놀이 시간에 보여준 교사들의 일반적인 교육방침은 아동들의 놀이 활동선택에 개입하지 않고, 소란이나 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질서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묘사되고 있다. 만일 남/녀 아동들이 자신들에게 적합한 것으로 사회화된 놀이 영역에 집중하는 결과는 더욱더 남/녀의 성별 차이를 강화해 줄 것이다. 교사의 세심하고 적절한 개입과 환경의 조작을 통한 변화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여아들이 주로 하는 소꼽놀이를 축소하기, 소꼽놀이와 블록놀이 사이의 영역 구분대를 없애서 영역을 연결하기, 아동의 선택한 놀이활동을 표에 기록하기 등을 제시할 수 있다.
4) 남녀 구분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남녀 아동이 섞여 논다면, 그것은 양성평등인가? 또는 남녀 구분이 없이 모두 다 할 수 있다고 가르치자는 건가? 우리는 남녀 구분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성이라는 기준으로 무시되고 억압되었던, 아동 개개인의 개성과 특질을 살리자는 것이다. 남아대로, 여아대로의 전형적인 성역할을 고집해서도 안되지만, 반대로 남녀아동의 성역할을 역전시키거나, 동일하게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5) 영아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성 고정관념은 성과 무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을 때조차도 한 개인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Martin,1987)에 유아기에 잘못 형성된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36개월 미만의 어린 연령에서부터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을 수 있으므로 현재 유아기 아동에게 인지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성교육만으로는 미흡하며 어린 영아에 대한 주의와 고려가 필요하다.
6) 교사의 설교와 일방적인 지도로 양성평등이 ‘교육’되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양성평등교육’은 성교육의 하위 영역으로서, 성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남녀의 역할이나 협력, 평등과 존중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양성평등을 ‘교육’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권리와 가치를 존중하기 위한 포괄적?통합적인 ’접근‘이 되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아동의 삶 속에서 양성평등적 관점과 태도로 관계 맺을 때 가능하다.
포괄적·통합적인 양성평등적 접근은,
첫째, 미리 계획된 교육계획안과 활동과정은 물론, 아동의 일상생활이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교사를 비롯한 성인과 아동이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셋째, 성인과 아동이 서로의 관계속에서 평등한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아동이 양성평등한 의식 아래 타인과의 관계에서 바람직한 인간관계 능력을 맺 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양성평등적인 관계에서 성장한 어린이가 어른이 되면 즐겁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고, 타인을 존중하고 도울 줄 아는 심성을 갖춘 사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양성평등적 접근은 영?유아기부터 발달적 수준에 적합한 교육과 일상의 관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제까지의 제안은 이미 완성된, 얻어진 결론을 향해 몰아가는 과정이 아니며 뜻있는 교사들이 나서서 우리 아이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성적 차별에서 벗어나 양성평등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 그 자체가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옹호하는 것이다. 용기를 내어 모든 교사들이 새롭게 도전하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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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정 은·한국보육정보연구소 연구원,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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