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김인규 교사의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김인규 교사의 용기가 대한민국의 인터넷에, 그리고 전체 민중의 표현의 자유를 한발짝 진전시켰다."



무엇이 음란인가?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아마도 인류 역사상 되풀이되어 왔을 이 질문에 누가 쉽게 답할 수 있을까. 반여성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옹호한다면 이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억압하는 또다른 폭력이 될 것이며, 그렇다고 국가와 경찰이 제멋대로 표현의 자유의 ' 한도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그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검열'일 것이다. 무엇이 '음란'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역사적 과정이다. 이것은 지배적인 한 계층의 잣대에 의해 결정될 수 없으며 다양한 사회 계층의 충분한 토론과 합의로 함께 '만들어가는' 개념이다. 우리는 오늘 또다른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

12 월 27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손차준)는 자신의 사이버아트 개인홈페이지에 본인과 아내의 누드 사진 작품을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던 김인규 교사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년 6개월여만에 내려진 이번 선고에서 "인터넷에 올린 김씨의 미술작품과 사진들은 언뜻보면 포르노물처럼 보이지만 홈페이지 구성시 이들 작품을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제작했으며 게시물들이 선량한 일반인들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홈페이지를 구성하고 있는 사진·그림 등 미술작품의 상관관계 및 전체적 구성이 독특한 전개방식을 띠고있어 성(性) 상품화를 반대하는 피고인의 제작의도가 쉽사리 파악되고 호색적 흥미를 돋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무엇이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음란인지에 대해 일방적이고 보수적인 윤리적 판단에 의해 재단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는, 헌법이 보장하고 국제기구가 보호하고 있는 중대한 인권이며 이를 제한할때에는 엄격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해 최소한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판부의 이번 선고는 표현의 자유의 이러한 무게와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상기시켜준 것으로서 크게 환영받을 만 하다.

인터넷은, 과거 인류의 어떠한 매체보다도 쉽고 널리 미치는 민중적인 표현 매체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다양한 여러 사람들과, 그만큼의 다양한 견해들이 붐비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은 이 사회의 민주주의의 가늠쇠이자 훈련장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의 표현을 제재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자 이 사회의 민주주의 향방에 영향을 미친다.

안그래도 최근 인터넷의 힘이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떠들썩하다. 그러나 아직도 이 나라 인터넷은 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동성애는 그 내용의 음란성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청소년유해매체물이며 보기나름인 '반사회적', '비윤리적', '국가안보'의 잣대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결정한다. 이 잣대는 단순히 '명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내용등급제의 강제적인 적용 대상을 결정하며 많은 PC방에서 차단소프트웨어들에 의해 '실질적인' 검열을 구현한다. 당신이 대한민국의 인터넷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이 정도로 안주할 생각이라면 몰라도...

표현의 자유는 싸우면서 진전한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나 인정하는 안전한 표현을 할 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도전하는 표현을 할 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도전하는 용기 속에서 지금껏 조금씩 진보할 수 있었다.

체포와 직위해제 등 김인규 교사가 개인적으로 겪은 고초는 무엇으로도 보상할 길이 없겠지만 그의 도전과 용기로 인해 우리 사회 전체가 큰 것을 얻었다. 우리가 얻은 것은 개인적인 창작과 예술의 자유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용기는 대한민국의 인터넷에, 그리고 전체 민중의 표현의 자유를 한발짝 진전시킨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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