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2002년 울산노동운동 평가 (3) 대공장`정규직 노동운동
열성적인 현장활동! 계급적 연대! 민주노조의 뿌리를 다시 만들자!
그동안 울산의 대공장 정규직 노조는 나름대로 상당한 현장조직력을 갖추었고, 그래서 전국의 민주노조운동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울산의 대공장 정규직 노조의 상황은 더 이상 예전같지 않다. 특히 올 한해를 거치면서 대공장 정규직 민주노조의 위기가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다.
[태광]
남구 화학섬유 최대 사업장이자 98년 이후 현대자동차와 더불어 울산민주노조운동의 주축이었던 태광노조는 지난해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서 참혹하게 패배한 여파로 노동조합을 자본에 빼앗기고 말았다.
지난해 6월 12일 ‘구조조정 저지. 효성노조 탄압분쇄’를 내걸고 83일간의 전면파업을 전개했던 태광노조는 지도부가 조합원 다수의 반대를 묵살하며 ‘선조합 후협상’을 밀어 붙이고 파업을 종결하면서 대형 참사가 시작되었다. 무기력한 파업 종결로 현장이 침체된 틈을 타 시작된 태광자본의 대공격으로 모두 507명이 쫒겨났다. 정리해고 91명, 징계해고 20명, 희망퇴직 305명, 자연감원 1명. 이들은 한결같이 노조 간부, 현장 활동가, 파업에 적극 참여한 조합원들이었다. 말 그대로 구조조정을 빙자한 민주노조 말살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태광자본이 현장을 완전히 장악한 가운데 지난해 말 위원장 선거가 치러졌고, 노골적인 어용세력이 노조를 장악했다. 어용 태광노조는 올초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정리해고·징계해고에 굴하지 않고 정투위 해고자들이 현장 바깥에서 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현장 안에서 태광 민주노조운동은 일단 그 뿌리마저 뽑혔다고 할 만큼 무너져 내린 상황이다.
[효성]
지난해 5월 25일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맞선 효성노조의 파업은 13년 무쟁의를 뚫고 일어선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효성노조는 경찰병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113일간의 파업을 이끌어갔다.
그러나 현장에 복귀하자 혹독한 탄압이 몰아쳤다. 징계해고 40명, 정직 124명, 출근 정지 99명, 감봉 64명, 견책3명. 해고자들은 해복투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복직투쟁에 돌입하지만 생계비 지급조차 어용 대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대로 부결되고 만다.
숨막히는 현장탄압 속에 치러진 대의원 선거에서 2/3 이상을 장악한 어용 세력은 급기야 올해 2월 9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민주노총 탈퇴, 위원장 선출 간선제 전환, 임원 불신임을 통과시켰다.
이미 현장을 장악한 효성자본과 효성노조의 지리하고도 긴 싸움은 계속된다. 9월 법원으로부터 2월 9일 대의원대회가 효력이 없음을 끌어냈지만, 동시에 신면주 변호사가 위원장 직무대행을 수행하고 위원장 선출을 위한 임시통합대의원대회 또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라는 주문을 받게 되었다.
회사측의 입장에 선 신면주 변호사는 한국노총 가입, 위원장 간선제로 개악한 규약을 인정하는 문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신면주 변호사는 직무대행을 사퇴하고 기다렸다는 듯 어용 대의원들은 즉각 위원장 간선제 절차에 돌입했고, 12월 5일 간선제 위원장을 선출했다.
효성자본과의 지리한 싸움 속에서 효성노조는 현장장악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7월 24일 현대중공업 노조 13대 집행부는 사무국장의 창립기념품 관련 금품수수 사건이 밝혀짐에 따라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선언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안긴 사건이었다.
현대중공업은 현장이 자본에 장악당한지 이미 오래지만 노동조합 집행부만큼은 민주세력이 장악해 왔었으나 금품수수로 인한 민주 집행부의 사퇴는 87년 이후 처음으로 위원장 선거에서마저 민주노조 후보가 패배하는 결과를 낳는다.
뒤이어 들어선 어용노조와 현중 자본은 해고자 청산을 합의한다.
김진국·정영빈 해고자가 24일간의 단식농성 끝에 “비록 저희 두사람은 현중 민주노조 설립 장본인으로 여러분의 손에 의해 청산되어 무거운 책임을 지고 떠나지만 남아서 투쟁하는 동지들만큼은 조합원 여러분 손으로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며 해고자 신분을 정리했고, 이제 반드시 현장으로 되돌아가겠다는 네 사람의 해고자가 남았다.
그러나 민주세력이 노동조합의 거의 모든 영역을 빼앗긴 가운데, 현대중공업 현장에 드리운 깊은 어둠과 한숨은 쉽사리 거두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조가 무너진 현장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유린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노조는 다른 사업장과 달리 민주노조의 깃발을 지키고 있고, 현장장악력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현장은 그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부서에 따라 생산 현장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비정규직은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비인격적 대우 등 노동기본권조차 심각하게 유린당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반대편에는 사상 최대의 호황 속에도 언제 닥쳐올지 모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 때문에 ‘벌 수 있을 때 벌자’면서 철야특근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조합원들이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과로사는 이제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지난해 9명, 올해 8명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사태전개에도 집행부에서부터 일선 대의원에 이르기까지 노동조합은 실질적인 대응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구호만 무성할 뿐 실제로는 자본의 의도대로 끌려 다닌다고 해야 할 실정이다.
11월 경제자유구역 법안 국회통과 직후 투쟁국면 전환을 선언해 놓고서도 결국 대부분의 사업부가 주말 철야특근 실시를 합의했던 사건은 노동조합의 무기력과 활동가들의 안일함을 잘 보여준다.
현대자동차 자본은 현장을 장악하기 위한 입체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장협의회 결성 시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투표에서 반대표가 가장 많이 나온 3공장장 해임 같은 사례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것이다. 합리화 공사 등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유례없는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 호황이 끝나는 대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몰아칠 것이라는 예상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현장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자본의 공세 앞에서 활동가들과 노동조합은 무기력한 모습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언제 현대중공업처럼 될지 모른다”는 말이 단순하게만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2002년 민주노조운동이 암울한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니다. 남구 석유화학단지 SK에서는 40년만에 민주노조가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태광·효성·현대중공업이 무너지거나 악전고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울산지역 대공장 민주노조의 명맥을 잇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 또한 결코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다.
울산지역의 대공장 민주노조 운동 전반이 중대한 위기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가?
한편으로 IMF 이후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와 민주노조 무력화 전략이 집요하고도 치밀하게 대대적으로 펼쳐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현장 활동가들과 노동조합은 상황의 심각성에 걸맞는 대응력을 갖추지 못했다. 특히 현장 활동가들의 열성적인 현장 활동과 계급적인 연대를 향한 노력들이 너무 부족했다. 이로써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으로는 정신없이 밀리고 무너지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쓰러질 위험에 처해 있는 민주노조운동을 살리고, 자본의 총체적 공격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끌려다닐 수만은 없다는 것을 2002년의 과정은 보여주고 있다.
이제 구조조정 반대를 넘어 반세계화, 신자유주의 분쇄의 적극적인 기치를 들고 나가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 노동자들의 몸과 정신을 모두 파괴시켜가는 자본에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계급적인 단결과 연대의 정신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노조 활동가들의 각성과 혁신,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하다.
온갖 역경 속에서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키고 투쟁했던 그 정신으로 돌아가자. 그것이 민주노조운동을 되살리는 출발이 될 것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