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문화계, 기대와 전망

‘선심성’ 벗어나 자율성ㆍ창의성 배양 위한 문화정책 펼쳐야



2003년, 새해는 변화의 조짐과 함께 찾아들었다. 온 나라가 새 대통령과 정부의 출범으로 부산하기 그지없는 지금, 문화예술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2003년 문화정책 분야에 일어날 다양한 변화와 새 정부에 거는 기대, 우려를 살펴본다.

새 정부의 문화정책을 살펴보면, 우선 문화부의 조직개편과 관련한 사항들이 관심을 끈다. 노무현 당선자는 대선기간 문화예술 단체들이 요구한 문화부 직제 개편안에 대해 정부조직진단위원회를 통해 추진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외청으로 독립한 문화재청의 경우 청장이 차관급으로 변화, 그 위상이 한층 높아질 예정이다.
문화 예산에도 변화가 생긴다. 당선자가 공약으로 제시했던 1.5%~2%의 문화예산은 문화예술단체들이 주장한 3%에는 못 미치는 것이지만 1%의 명목 상징에서 벗어나 실질적 예산 설정을 사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당선자의 정치적 경향에 따라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나름대로 크다. 우선 새 정부에서는 국민의 정부가 순수예술에 대한 진흥보다는 문화산업 분야만을 집중 지원해온 데 대한 비판을 받아들여 순수예술 진흥과 문화산업 발전이 균형을 이룰 방안들이 많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문예진흥기금 확대, 문화기반시설 확충, ‘사랑티켓’의 전국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창작스튜디오의 확대, 예술활동 및 문화생활비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와 함께 독일의 ‘예술인사회보험법’을 모델로 한 문화예술인의 사회보장제도 도입을 약속하는 등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복지정책 및 창작여건 마련도 공약에 포함되어 있다.
노 당선자가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대체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신장과 함께 남북문화예술 교류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역시 문화예술교류의 정례화와 제한상영관 설치 등으로 표면화된 바 있다.
또 WTO 문화부문 협상과 관련, 문화적 예외를 주장하는 EU, 캐나다 등과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는 것을 통해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양허요청안을 재조정할 것과 이를 위해 세계 문화부 장관 회의인 INCP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하여 지역문화가 제대로 꽃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역시 관심거리 중 하나이다.
문화예술계는 대체적으로 이전 대통령과 정부들에 비해 노 당선자와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문화의 세기’에 어울리는 문화입국의 기틀을 마련해 놓았으면 하는 기대를 숨기지 못하면서도 대선에서 제시된 정책들이 선심성 공약의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며 우려하기도 한다. 여전히 문화가 정치ㆍ경제 등에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인식도 이러한 우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먹고 살기’에 고달픈 20세기의 잔영에 사로잡혀 성장제일주의를 되뇌이며 물질적 풍요와 자본주의적 속도전에만 사로잡혀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해야 할 때다. 정신문명의 황폐함, 인문학과 예술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흐름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우리사회의 발전 또한 그 속도가 더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문화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자율성과 창조성을 배양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고 미룰 수 없는 새 정부의 과제이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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