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해복투, 천막 새로 설치 “끝까지 투쟁”

어용집행부·회사경비대 합동 천막탈취에 맞서 ― 9일 컨테이너 설치


7일 저녁 현대중공업 해고자들이 새로운 농성천막을 현대중공업 활동가들과 전해투 해고자들, 청년학생들과 함께 설치하고 있다. 재침탈 위협이 계속되자 9일 새벽 해고자들은 전하문 삼거리에 컨테이너를 설치, 안정적인 투쟁거점을 확보하여 이동했다.


어용집행부와 회사가 해고자 청산을 합의하고 밀어붙이는 것을 거부하며 “해고자 원직복직” “민주노조 재건”을 내걸고 투쟁하고 있는 현대중공업노조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가 농성천막을 탈취당한 것에 굴하지 않고 7일 저녁 새로 농성천막을 설치하며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노사합동으로 해고자 천막 강제철거·탈취

지난해 12월 31일 현대중공업 노조 14대 집행부(위원장 최윤석)는 회사경비대와 합동으로 정문 맞은편에 설치된 해고자들의 농성천막을 강제 철거하고 천막을 비롯한 농성물품 일체를 탈취했다.
이날 오전 7시 20분경, 해고자들이 출근선전전을 하기 위해 훈련원문에 나간 사이 노조 이정철 사무국장과 김정호 문체부장은 회사 경비대 50여명을 이끌고 천막으로 다가갔다.
이들은 천막을 지키는 이가 백형록·김호찬 조합원 2명에 불과한 것을 확인한 후 “야, 쳐라! 뜯어!”라는 외침과 함께 떼거지로 달려들어 천막을 무너뜨렸다.
천막 안에 있던 두 조합원은 미처 피하지도 못한 채 천막 안에 피어놓은 가스난로가 무너지고 가스가 새나오는 아수라장 속에 함께 뒤엉킬 수밖에 없었다. “가스 터진다! 사람 죽는다!”는 급박한 외침에도 천막을 짓뭉개는 광란은 그치지 않았다.
두 조합원이 찢어진 천막 사이로 간신히 빠져 나오자 이제 그들은 경비대들에게 사지를 붙들려 상황이 끝나기까지 연락조차 취할 수 없었다.
7시 30분경 전쟁터의 폐허처럼 쑥대밭이 되어버린 농성장을 남겨두고 그들은 현수막·홍보물·책·가스통·난로·천막 등 농성물품 일체를 포터에 싣고 회사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2002년이 저물어가는 마지막 날에 식칼테러로 악명높은 현중자본의 극악한 노동탄압이 다시 한번 그 실체를 드러낸 만행이었다. 또한 자본에 빌붙은 어용집행부의 본성이 여지없이 까발려진 사건이기도 했다.

7일 저녁, 천막 새로 설치

현중 해복투는 천막탈취 후 곧바로 천막을 재설치하고 투쟁을 지속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신년휴가와 휴일을 건너뛴 7일 저녁 6시, 현대중공업 조합원 및 연대를 위해 참여한 100여명은 현대중공업 정문 맞은편에 다시 천막을 설치했다. 지난번 천막설치 때 휘발유를 몸에 끼얹던 설남종 해고자의 서슬 때문이었는지 이번에는 경비대나 전경들이 몰려들지 않아 천막설치는 쉽게 끝났다.
한편 이날 천막설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전해투 소속 해고자들과 노학연대실천단 학생들 50여명이 전국 곳곳에서 달려오기도 했다.

“원직복직과 민주노조 재건 위해 끝까지 싸운다!” 조돈희·설남종·김대환·이갑용 4명 남아

현재 원직복직과 민주노조 재건을 위해 해고자 청산을 거부하고 끝까지 투쟁할 의지를 밝힌 해고자는 조돈희·설남종·김대환·이갑용 4명이다.
지난해 11월 청산 합의 당시 해고자는 13명이었으나, 복직대상자로 합의된 4명(오종쇄·천석복·진광욱·원대용)은 1월 1일자로 복직되었고, 이영현·김진국·정영빈 3명은 청산절차를 밟았다. 천창수·구장회 2명은 청산 합의 이전에 해복투 활동을 정리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해고자 청산 합의에 맞서 24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던 김진국 해복투 전 의장과 정영빈 해고자는 지난 12월 13일 “비록 저희 두 사람은 현중 민주노조 설립 장본인으로 여러분들의 손에 의해 청산되어 무거운 책임을 지고 떠나지만 남아서 투쟁하는 동지들만큼은 조합원 여러분 손으로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는 눈물어린 홍보물로 조합원에게 청산당하는 비통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전해투는 ‘총궐기!’ 호소, 그러나 민주노총과 울산지역 주요 노조들의 태도는?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하여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는 3일 성명을 내고 “현중 집행부에 의해 저질러진 해고자에 대한 범죄행위에 맞선 총궐기”를 호소했다.
전해투는 “현중 최윤석 집행부의 해고자 농성장 침탈은 제2의 식칼테러에 버금가는 범죄행위”라면서, “이제 현중 해고자들의 투쟁은 더 이상 그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 대 자본의 편에 선 적들과의 투쟁으로 전선이 확대되었다”고 주장했다.
전해투는 그동안 최윤석 집행부를 규탄하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을 조직해 왔는데, 지난 연말까지 민주노조운동을 대표하는 1천여명이 동참하여 현중해고자 투쟁의 정당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중공업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연맹과 민주노총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울산지역에 있는 수많은 민주노조들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런 가운데, 지난 12월 28일에는 서부구장에서 현대자동차 노조 집행부, 현대미포조선 노조 집행부가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와 함께 체육대회를 갖기도 했다. 이날 체육대회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간부들도 일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모습은 어용 집행부에 맞선 총궐기를 호소하고 있는 전해투의 입장과 상당히 대조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조운동은 현대중공업 집행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또한 현대중공업 해고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입장을 분명하게 세우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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