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용 울산 동구청장 (현대중공업 해고 노동자)
“현재 구청장직을 수행하고 있어 (해고자 투쟁에) 직접 결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 지원금을 내고 있고,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해고자들과 함께 논의해 갈 것이다.”
12월 21일 현대중공업 앞에서 해고자 복직투쟁 지원 연대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이갑용 동구청장이 현대중공업 해고자로서 참여하고 발언도 했다. <사진>
그 이후 지난해 마지막 날 회사와 노동조합은 함께 해고자 농성텐트를 강제 철거했다. 현대중공업 해고자들의 새해는 작은 둥지마저 빼앗긴 채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동구청장 집무실로 이갑용 해고자를 찾았다.
■ 노동자 구청장으로서 지나온 6개월을 돌아본다면?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이 구청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려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몸에 익히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
의회가 있긴 하지만 행정의 책임자로서 구청장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 매우 크다. 돈 많고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구청장을 맡게 되면 자기 것 밖에 모르고, 독선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이 지역은 망하게 된다.
이런 자리에 단련되고 정직하게 커왔던 노동자가 많을수록 이 사회는 빨리 바뀔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려면 노동자 출신, 특히 민중 속에서 검증받고 단련되고 함께 해왔던 사람이 이런 자리에서 어려운 사람을 중심으로 정책을 펴 나가면 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노동자의 어려움은 직접 당해봤지만, 행정을 하다보니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 노점상, 노인들이라든지 소외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다 접할 수 있었다.
지난 6개월은 이런 모든 것을 다 바라보고, 이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과 내용을 찾는 과정이었다. 나름대로 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사안은 따로 검토해서 직접 지시를 내리고 있다.
■ 공무원 노조와 관련해 현재 어떤 상황인가?
밖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질타도 있지만 6개월간 접해보니 의외로 공무원들이 고생하는 대목도 많다. 공무원들은 사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공무원노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점차 사회가 민주화되어가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역할 역시 매우 크다.
행자부에서는 예산도 틀어쥐고 작년 연말에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몇 억씩 특별예산 내려 보내면서도 동구와 북구는 공무원노조 때문에 2400만원만 내려 보냈다.
행자부는 그걸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검찰에서는 조사가 있다며 계속 오라 가라 한다. 안 그래도 지금 소환장이 와 있는 상태인데 응할 생각 없다. 여하튼 나는 공무원들과 계속 함께 갈 것이다.
■ 행정의 방향을 크게 노동자와 소외된 계층을 위한 것으로 제시했었는데......
우선 공약사항 이행을 위해 지난 10월 초에 1차 점검을 했고 이제 6개월이 지났으니 다시 한번 점검을 하고 있다. 1월말에 전체적인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이다.
화장장 이전은 이미 확정되어 있고, 등대 개발도 시작되었고, 30년 묶여 있는 일산 유원지 개발 역시 올해 내년까지 큰 숙원 사업들은 다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회관 건립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예산 확보, 부지 확보 등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 중이다.
이외에 내가 들어서서 바뀐 것이 있다면 노인 문제와 청소년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이다.
■ 진행하고 있는 노인·청소년 사업은?
동구에 경로당이 50개인데, 매달 지원금이 그전에 5만원씩 책정되어 있었다. 먼저 지원금부터 두 번에 걸쳐 현재 15만원씩으로 올렸다.
경로당을 일일이 다 돌아보니 필요한 것이 많았다. 우선 겨울되기 전인 10월에 보일러부터 다 깔아 드렸다. 텔레비전, 냉장고, 오디오 등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부대시설은 웬만한 것은 다 해드렸다.
크게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다같이 해주지 않으면 서운하실 수 있어 일괄 해드리고 있다.
이번에도 고민하다 아무래도 먹는 물이 제일 중요할 듯 하고 따뜻한 물도 편하게 드실 수 있어 정수기를 일괄 설치해 드리기로 했다.
청소년 문제를 보면, 동구 내에 청소년들이 우선 갈 곳조차 없는 상황이다.
동구청 근처를 둘러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청소년 거리를 만들 생각이다. 벽화도 있고, 분수대도 있고, 공연장도 있고......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세밀하게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항상 밝게 해놓고 24시간 특별히 생길 수 있는 사고나 위험 요소만 방지할 수 있는 체계만 갖추고, 청소년들이 마음껏 발산하고 뛰어놀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다.
한편 울산과학대의 5만평 묶여 있는 땅도 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풀었고, 이후 종합대로 승격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갖추도록 했다.
■ 비정규직 상담소 예산이 의회에서 전액 삭감되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동구청 내에 구청장의 의지대로 장소를 마련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다면 인건비와 사업비 예산이 확보되지 못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다.
현재 동구청 4층에 상담소를 설치했고 일반 상담은 이미 진행해 나가고 있다. 그 밖의 사업비나 인건비 등은 3월에 추경 예산이 편성될 때 확보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하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동구에는 현재 이런 비정규직 상담소가 한군데도 없는 열악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고 산재를 당해도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상담소를 운영하는 것은 매우 절실하다.
최대한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해도 안된다면 내 월급이라도 나누어 함께 하면 되지 않겠나.
■ 해고자들이 농성천막을 강제로 철거당한 이후 다시 천막을 치고 전열을 정비한 상태다. 구청장이자 현대중공업 해고자로서 이 투쟁에 전면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 구청장직을 수행하고 있어 직접 결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 지원금을 내고 있고,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해고자들과 함께 논의해 갈 것이다.
처음 구청장을 출마할 때도 이 문제는 숙제라고 생각했고, ‘내가 제일 답답한 사람이 될 거다’라는 얘기를 했었다.
“다른 일은 그 일을 접고 한다지만 주민의 투표로 결정되는 구청장의 경우 주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되기 때문에 해고자 복직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할 경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되자마자 얼마 안돼 이일이 탁 터지니 너무 가슴이 답답했다.
회사에서는 의도적으로 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결정난 것이다’를 제일 큰 명분으로 잡고 있는데 이 명분을 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새로운 민주 집행부가 들어서면 우리 나름대로 의견도 낼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창구도 안되고 회사와 함께 노동조합에서 텐트를 걷어버리는 상황이니....
내가 행정을 하면서 동구의 노동조합을 다 아울러 함께 가고 있는데 현대중공업 노조와는 같이 할 수가 없다. 다른 위원장들도 다 만났지만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위원장은 만나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활동가들은 해고자 후원회를 만들어 생계를 책임지고, 해고자들은 열심히 뛰어 다니며 새로운 조건을 만들고, 현대중공업 문제 있는 것 시정해 내야 한다.
흩어져 있는 활동가들을 해고자들이 중심이 되어 모아내고, 새롭게 방법 찾고 길을 모색해 나간다면 의미있는 활동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울산의 특성 속에서도 이번 대선에 나온 표, 이것 정말 심각한 문제다.
동구에서 노무현 후보가 4만 2천표를 얻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동구청장 선거에서 사람들이 직접 많이 도와주지 못했어도 2만 5천표, 지난 4·13총선에서는 3만표 가량 나왔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표가 1만 2~3천표가 나왔다.
표 분석을 해보면 1만 3~4천 표 이상이 노무현으로 갔다는 것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아무도 진단하지 않고 있다.
진단 안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 있는 것 아닌가, 민주노동당 정체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
영남 전체에서 유일하게 노무현이 1등한 곳은 동구 이 한군데뿐인데 너무 기가 막힌다. 민주노동당은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자기 스스로 길찾기를 해야 한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