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의회, 노동상담소 예산 전액삭감
‘국민통합21’ 구의원들 횡포 ― 동구청 “예산 없어도 강행” 의지
울산 동구청(구청장 이갑용)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상담과 교육사업 등을 위해 지난해 11월 청사 내에 노동상담소를 설치하고 1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준비해 왔으나, 국민통합21 소속 구의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동구의회(의장 김홍)가 2003년도 관련 예산 4천여만원을 전액 삭감함에 따라 사업진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노동상담소는 이갑용 동구청장의 주요 공약
노동상담소 설치는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한 이갑용 동구청장이 지난해 6월 선거 때 내놓은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
동구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주민의 70%를 차지하는 노동자 밀집지역인데, 그중 다수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으로부터도 소외당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현대미포조선 노동조합 등 대규모 노동조합이 있어 조합원의 규모도 상당하지만 최소한의 보호망조차 없이 방치되어 있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찾기에 역점을 두는 노동상담소를 설치하겠다는 게 이갑용 동구청장의 공약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동구청은 대구노동교육협회 대표를 역임하는 등 노동관련 교육·상담에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최윤영씨를 소장으로 내정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청사 내 2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올해 1월 정식 출범을 목표로 의욕적인 사업 준비를 해 왔다.
최윤영 소장은 예산 미비로 2개월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한 채 자원봉사로 일을 하면서도, (가칭)‘동구 노동상담소’의 주요 사업계획으로 △노조설립·임금체불·부당해고·연봉제·최저임금·고용평등·산업재해 등 노동문제 전반에 걸친 상담사업 △노사 간부와 피상담자 및 희망노동자 등을 상대로 한 교육사업 △순회이동 노동상담실 운영 △노동전문 인터넷 사이트 관리 등을 설정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준비해 왔다.
관련예산 4천여만원 전액 삭감
그런데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동구의회에서, 전체 의원 10명 가운데 6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통합21 소속 구의원들이 4천여만원에 이르는 노동상담소 관련 2003년도 예산 전액을 삭감시켜 버린 것이다.
민주노동당 소속 구의원 4명(서영택·황재윤·장세동·장두철)은 노동상담소 설치의 필요성을 옹호하며 국민통합21 의원들과 논란을 벌이다가 예산삭감을 강행하려는 횡포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김홍 의장은 방청석에서 참관 중이던 민주노총 울산본부 및 동구지역 노동조합 간부들이 항의하자 퇴장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날 국민통합21 소속 구의원들은 주로 “구청장이 의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노동상담소를 설치했다”는 절차상의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구청 내에 굳이 별도의 노동상담소가 필요한가?”는 질문에서 보이듯이 노동상담소의 정상가동을 어떻게든 봉쇄하겠다는 게 국민통합21 소속 구의원들의 너무나 뻔히 드러나는 의도였다.
국민통합21을 이끌고 있는 정몽준 의원이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로서 노동자의 권리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만큼, 소속 구의원들의 행태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이날 동구의회는 동구 주민의 문화생활 향상을 위해 설치되었던 문화원 예산도 전액 삭감하였다. 이는 정몽준 의원 사무국과 연결된 문화단체들이 문화원에서 철수함에 따라 취해진 조치라는 게 관계자의 분석이다.
민주노동당에서 이적한 두 의원 때문에 다수당 바뀌어
한편 이날 국민통합21이 다수파의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0월말 국민통합21의 창당과정에서 애초 민주노동당 소속이던 오진현 부의장과 이종회 의원이 당적을 옮겼기 때문이었다.
특히 오진현 부의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동당·민주노총 합동총회에서 후보로 선출된 바 있다.
이종회 의원은 민주노동당원이었으나 서약서를 제출할 수 없다며 민주노동당·민주노총 합동총회에 나서지 않은 채 당 방침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봉사 해서라도 노동상담소 뿌리내리겠다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난관에 부딪친 최윤영 소장은 “자원봉사를 계속해서라도 노동상담소를 뿌리내리겠다. 구청장의 뜻도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지를 표명했다.
나아가 노동상담소의 활동성과가 쌓이면 노동자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여론 압박이 커져 결국엔 의원들이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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