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앙마'와 반미

2002년의 마지막 달은 노무현의 역전드라마와 촛불시위로 우리에게 기억될 듯 하다. 어쩌면 노무현 당선과 중학생 사망 정국이 서로 상승 작용을 했을 수도 있겠다. 최소한 20, 30대 젊은 사람들에게 이회창을 선택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제공했을 듯 싶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매주 주말이면 시청 앞을 비롯해 전국의 곳곳에서 ‘부시 사과와 소파개정’을 요구하던 수 만 명의 일치된 목소리가 불협화음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여중생 범대위’의 ‘반미’ 구호와 집회에서 펼쳐지는 민족주의적이고 조금 심하게 말하면 국수주의적인 양상들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흐름들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촛불시위의 처음 제안자로 알려진 인터넷 아이디 ‘앙마’씨는 선거가 끝난 주말 서울집회에서 세계인이 공감하는 보편적인 ‘반전 평화’운동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시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의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이 대통령 선거 전후로 이렇다할 투쟁을 벌여내지 못하고 있을 때 촛불시위는 그 안에서부터 새로운 움직임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한편, 좌파학생운동은 대중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대해 어색해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임박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북한 핵 위기가 전 세계 공통의 관심사이건만 기존의 좌파운동권들은 그들 내에서의 공감은 있었을지언정 거리로 나온 국민들에게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저 군중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라는 막연한 안타까움만이 표현되고 있었다.
2002년 상반기에 세계 형사재판소(ICC) 에서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 주둔해 있는 미군을 비롯해 주둔군에 의해 자행되는 민간인에 대한 범죄행위를 국제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70여 개국이 이 조약에 참여했다. 미국 군대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코소보 등 세계 곳곳에서 자행된 군인들에 의한 범죄를 재발시키지 않기 위해 이 법안은 기획됐다. 여기에 미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세계 평화의 파수꾼인 미국 군대는 예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스라엘이 무관심한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현재 각국의 의회에 미국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자는 로비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에도 세계 형사 재판소 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세계 형사재판소 결정사항을 준수하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ICC법안을 원안대로 비준하라”, “미국은 이라크 전쟁준비를 즉각 중단하라”등의 구호가 ‘반전 평화’의 기치아래 등장해야 한다. 효순이와 미선이가 중학생이 아니라 ‘여’중생으로 불리는 그만큼 이 사건은 보편적이지 못하다. 반전평화와 군대와 군사제도 일반에 대한 평화주의 관점이 아닌 민족과 자주성, 반미의 관점은 편협하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특수관계와 이의 법적 불평등의 표현인 소파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에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일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반전평화의 물결에 연대하는 활동이 더욱더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특수관계는 오히려 세계인들의 보편적인 반전 평화 투쟁 속에서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민중들과 함께 연대하는 활동 속에서만 개별국가 미국의 폭력을 막아 낼 수 있다.
반미투쟁을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보편적인 반전평화운동으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은 무조건 지지되어야 한다. 그 연대의 폭과 깊이를 더욱더 확장시켜야 한다. ‘앙마’씨의 반전 평화 활동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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