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독자에게]한 사람의 무게는 세상 전체의 무게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대형 사고가 나면 언론에서는 늘 이렇게 얘기한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습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또 이런 대형 사고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대형 사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 유엔이 밝혔듯이 50만 명의 인명피해와 1백4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다니 이건 대형사고 수준을 넘어서 재앙이라 부를 만 하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전쟁을 당장이라도 시작할 의사가 있음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를 갖고 있다는 혐의를 전쟁의 빌미로 삼고있다. 9·11테러로 실추된 미국의 위상을 ‘악의 축’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시 회복하겠다는 것이 겉으로 표방하는 이번 전쟁의 대의명분이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노리는 것은 이라크의 석유라는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라이스 안보담당 보좌관 등이 모두 석유회사 경영자 출신이라는데, 세계에서 두 번 째로 큰 유전지대인 이라크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이상할 따름이다. 세계 제일의 유전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이미 친미 독재 왕조가 서 있다.
이라크 전쟁은 또한 그것이 ‘전쟁’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비극적이다. 한 참전 군인은 전선에서는 승자와 패자도 없는 허망한 살육뿐이었다고 회고하며 “살아남기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적과 마주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싸움은 대의명분이 사라진 채 생존을 위한 것이 되고 만다. 그것은 군인만의 얘기도 아니다. 월남에서 양민을 무차별 사살한 병사도, 한국전에 참전해 민간인을 죽인 미군도 “적지에서는 민간인과 군인이 구분되지 않는다. 모두 같은 생김새에 같은 말에. 내가 살아남기 위해 그들을 죽여야 했다”고 고백한다. 이라크에서는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죽어갈 것인가.
세계적인 반전 시위의 흐름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 멀리 떨어진 나라의 일이라 그럴 수도 있고, ‘한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수십만 명의 죽음은 통계일 뿐이다’는 말처럼 전쟁의 비극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만약 미리 막을 수 있었더라면 미선이와 효순이를 뒤늦게 추도하지 않아도 됐을 것처럼 이라크에 수십 수만의 미선이와 효순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도 수십만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광화문 지하보도를 거닐다 ‘영향력 1위’라는 보수언론의 광고판에서 의외로 괜찮은 문구를 발견했다. ‘한 사람의 무게는 세상 전체의 무게입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원주(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