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노동-동일임금, 공(公)약인가?공(空)약인가?

노무현 당선자, 비정규직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최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동일노동-동일임금 추진'을 두고, 인수위와 노동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호성 사회복지팀장은 지난 9일(목)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근로자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다양한 보상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임금 문제는 기업 고유의 인사권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말해 인수위 입장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편 노동계는 차별 금지와 노당선자 공약의 즉각 이행을 주장하며, 재계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의견조율이 가능할까?
통계청의 경제활동 부가조사자료(2001년 8월 기준)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89만원으로 정규직 1백69만원의 절반 수준(52.6%)이다. 게다가 4대 보험 적용률이 25%(정규직 95%)에 불과하며, 장시간 노동,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등 많은 차별적 요소를 안고 있다.
이미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 이를 고려 해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 대선에서 4대 보험 적용과 동일노동-동일임금 추진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노동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지난 9일(목) 오후 노동부 업무보고 중 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의 박태주 전문위원은 "노동부는 당선자의 공약을 평가하거나 심사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노동부의 정책방향이 전반적으로 노무현 당선자의 개혁 의지와 노동 관련 공약이 나온 배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입장의 강경함을 드러냈다.
노동부가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적용을 '사실상' 거부하는 근거는 '현실론'이다. 현재의 시각 차이는 차후 인수위와 논의를 통해 조정할 것이라지만, 노동부의 올해 비정규직 정책방향은 논의를 통해 좁혀질 수준이 아니다. 노동부에서 보고한 정책방향은 △파견근로 업무 대상 제한 완화 △기간제 노동자의 근로계약을 3년 이상 갱신할 경우 해고 제한 △비정규직의 4대 보험 적용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노동부의 이런 입장이 보도된 직후,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경총의 산하가 됐나?"라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주진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동시장 유연화(개방, 민영화, 경제자유구역)라는 큰 줄기에서 차별을 만들고, 세부 정책(차별금지법)으로 그것을 해소하는 듯한 입장을 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노동부 뿐 아니라 일관성이 부족한 노당선자의 정책과 인수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2백5십만 일자리 = 비정규직 감소?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은 이전 정부의 노동 정책에 비해 진일보한 면이 있다. 그리고 은폐되었던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 현안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미 공약 안에서도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겠다는 의지와는 상반되는 부분이 보여,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심이 간다.
노당선자의 16대 공약에 따르면 경제 성장률 7%를 달성해, 매년 50만 개씩, 재임 중 2백5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기업활동 규제를 최대한 완화하겠다는 것도 밝히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실업률도 낮은 편이 아닌데,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어떻게 2백5십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느냐는 것이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한 앞으로 창출될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수치상의 실업률 완화를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한 김대중 정부 5년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실질적 당사자인 기업에 어떻게 동일노동-동일임금을 강제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 없이는 비정규직 문제의 증대 혹은 유예만을 만들뿐이라는 것이다.

경제특구법 vs 비정규직
또한 노당선자는 차기 정부에서 한국을 동북아 경제의 허브(중심)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실현된 정책이 지난 해 11월 14일(목)에 통과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다. 헌데 이 법안을 보면 자유구역 내 기업은 30여 개의 노동 및 환경 관련 법안에서 자유롭다. 이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금지에 대해 자유로운 것은 물론, 파견근로의 직종도 광범위해 구역 내 대부분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외국인기업에 대한 규정도 '주식의 10%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규정해 사실상 대부분의 한국 기업에 적용된다. 게다가 이 법안의 시행으로 자유구역 외 기업과 법안 시행 전에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외국기업들이 역차별을 주장하면 특혜의 대상을 늘릴 수밖에 없다.
동북아 경제의 중심이 차기 정부의 최우선순위 과제로 선정됐고, 노당선자의 추진 의지도 확고하다. 그런 가운데 과연 경제자유구역 내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현실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까?

6월 중 집중적인 쟁의 있을 듯
올 한해 비정규직을 둘러싼 파문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위한 법개정 투쟁을 추진할 것이라고 지난 15일(수)에 밝혔다. 여기에 '임금단체협상에서 동일노동-동일임금을 명시하는 것'을 두고 오는 6월 중 집중적인 쟁의를 할 것이라는 입장도 추가했다.
상시적 인권의 사각지대였던 비정규직은 오랜 시간 축적된 문제다. 그만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당사자들은 노당선자의 정책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5년 전 김대중 정부처럼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수치상의 경제지표에 매달린다면,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요원하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5년 후 노정권의 노동부문 평가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을 노당선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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