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오후 3시 마산 삼각공원에서 열린 ‘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지 추모 및 살인 두산재벌 규탄 6차 전국대회’를 마친 4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창동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사진>
자신의 몸을 불살라 ‘더러운 세상’과 ‘악랄한 두산’에 항거한 故 배달호 열사가, 투쟁으로 떨쳐 일어서는 전국 노동자의 뜨거운 가슴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16일 금속노조 100개 사업장 노동자 2만명 연대 총파업
1월 16일 금속노조(위원장 김창근) 1백개 사업장 2만여 명의 노동자가 총파업으로 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실천으로 옮겼다.
이날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지회장 박방주)는 오전 8시부터 8시간 전면파업을,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은 오후 1시부터 4시간 연대 총파업을 전개했다.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두산 본사가 위치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앞과 창원 두산중공업 공장 내에서 각각 3천여 명씩 모여 항의집회를 열고,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악랄한 두산재벌을 응징하는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을 결의했다.
연대총파업 이틀 뒤인 18일에는 전국 4천여명의 노동자들이 마산 삼각공원에 모여 ‘두산재벌 노조탄압 규탄 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지 분신사망 대책위원회’(공동대표 권영길·유덕상·오종렬·손호철·홍근수·문정현·정광훈·백순환·정현찬·김영만, 이하 대책위) 주최로 ‘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지 추모 및 살인 두산재벌 규탄 6차 전국대회’를 가졌다.
이날 대회사에 나선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말자. 열사가 민주광장에서 지켜보겠다고 유서에 적혀 있는데, 이것은 더 이상 착취나 탄압당하지 말고 살라는 메시지”라면서, “두산재벌을 반드시 응징해 더 이상의 희생을 막는 것이 산 자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는 25일에도 서울과 창원에서 각각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또한 대책위는 21일부터 12개 지역에서 두산 관련 제품 불매운동 발대식을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동료의 시신이 지켜보는데…” ―일어서지 못하는 두중 현장
그러나 실제 열사가 유서를 통해 그토록 걱정한 두산중공업 현장은 좀처럼 가슴 시원한 투쟁이 벌어지지 못하고 있다.
분신 직후 추모집회에 참가한 조합원의 수는 한때 8백명(총원 4천여명)선까지 올라갔으나 그 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동료의 시신을 앞에 두고도 차마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 할 만큼 극심한 현장통제는 조합원들의 머리와 가슴을 여전히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사업장 바깥에서 열리는 지역집회에도 떳떳이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6일 전면파업 지침에도 2/3가 넘는 조합원들이 사측으로부터 연·월차 사용을 강요당해 아예 출근하지 않았다.
20일 지회가 가지려던 투쟁방향 공유와 이후 투쟁 결의를 위한 전 조합원 비상총회 역시 사측이 관리자를 대거 동원해 공장문을 걸어 잠그는 등의 방해책동을 펼쳐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단호한 투쟁만이 현장을 살리고 열사의 한 맺힌 넋을 달래는 길
일부에서는 금속노조와 지회가 좀더 단호하고 분명한 투쟁지침을 내린다면 지금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배달호 열사의 유서에 담긴 현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과 상경 1인시위에 돌입한 7명의 해고자들은 16일 해복투 소식지를 통해 “집행부와 모든 간부는 확실한 투쟁지침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두중 사측 “돈 문제만 교섭 가능하다”
지난 15일과 20일, 유족으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금속노조 교섭대표 5명은 두산중공업 사측과 공식교섭을 벌였으나 사측의 비인간성만 확인했을 뿐이다.
대책위가 확정하고 금속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요구안은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박용성 회장 공개사과와 노조탄압 및 현장통제 중단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해고자 원직복직,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철회, 지난 파업 관련 무단결근처리 철회, 식당 하도급 및 사택매각 관련 노사합의 △유족에게 장례비를 포함한 충분한 보상과 유족이 원하는 장례절차 보장 △이번 사태와 관련한 사규 및 민·형사상 책임 면제 등이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 범위를 장례절차와 유족위로에만 한정해야 한다고 고집하는가 하면, “불법파업으로 인해 징계와 가압류가 발생한 것이므로 노조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변해 돈을 통한 보상 이외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두산중공업지회의 단호한 투쟁과 전국 노동자의 적극적 연대 없이 고인의 유언을 이루기란 허망한 기대임을 확인하는 교섭이었다.
대책위는 유서에 담긴 고인의 뜻이 이뤄지지 않으면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대책위는 정부를 상대로 △한국중공업 사유화·두산재벌 특혜의혹 규명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손배·가압류 피해 사업장, 공동투쟁 나섰다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효성노조, 발전노조, 보건의료노조, 철도노조, 금속노조 갑을플라스틱지회 등 사측의 손배·가압류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20개 사업장 노조대표자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교섭에서 악용되는 수준을 넘어 파업에 대한 보복, 노동기본권마저 유린하는 수단이 된 손배·가압류를 사회쟁점화하고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쟁취해 내기 위한 실천계획을 수립했다.
민주노총과 20개 사업장은 이날 결의에 따라 우선 20일부터 대통령직 인수위가 있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으며, 23일과 24일엔 각각 참여연대·민변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과 ‘손배·가압류와 노동기본권 제약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갖는다.
배달호 열사의 분신은 두산자본에 대한 분노임과 동시에 노동운동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이다!
열사가 분신이라는 극한 수단을 선택하게 된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두산자본에 있다.
그러나 열사가 분신에 이르기까지 노동운동은 무엇을 했는가?
열사는 지금도 민주광장 한켠에 누워, 산 자들의 뼈저린 각성과 단호한 결단, 적극적인 투쟁을 피눈물을 흘리며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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