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늦출 수 없는 과제
인수위 “비정규직 임금차별 해소” ― 비정규직·민주노총 투쟁 거세질 듯
현대자동차 내 조립라인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추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비정규직 관련 단체들과 민주노총 등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과제의 하나로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이 문제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수위원회 ‘국민통합을 위한 5대 차별 해소’ 제시 ―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핵심방안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추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7일 ‘새 정부의 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일곱 번째 과제로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사회의 구현’을 제시하고, 그 핵심방안 가운데 하나로 ‘5대 차별(성, 장애, 학벌, 비정규직, 외국인) 해소’를 설정했다.
나아가 인수위원회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인수위원회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사실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미 노무현 후보의 선거공약에 포함되어 있던 내용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서 어느 정도 예상된 사태전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노무현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임금과 근로조건의 동일한 대우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시정”을 주요 공약의 하나로 제시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공약 제시가 노무현 후보의 ‘상대적 개혁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워낙 높아져 어떻게든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회창 후보마저도 대선공약으로 “비정규직 채용시 서면 근로계약 체결 의무화” “실제적으로 상시 고용하는 탈법적 비정규직 고용형태에 대한 행정감독 강화” “고용보험·산재보험 확대로 비정규직 보호” “특수고용형태 근로자 노동법상 보호” 등을 내걸었던 데서도 확인된다.
자본가 단체들 ‘노골적 불만’, 노동부 ‘반대’, 추진의지 불투명한 당선자
그러나 인수위원회가 표명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추진은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당장 경총과 전경련 등 자본가 단체들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해치고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추진의사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9일에는 소관 부처인 노동부가 인수위원회에 정책방향 보고를 하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기업들의 연공급이 일반화돼 있는 상황에서 획일적으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어렵다”며 추진 반대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이와 관련 노무현 당선자는 18일 KBS TV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56%로 매우 높은데 이는 기업들이 해고를 못할까봐 정규직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며 불가피할 때는 해고도 할 수 있게 해야 정규직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도 궁극적으로 해야 하며 차근차근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명분은 내걸었지만 ‘차근차근’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해고가 더욱 유연해져야 정규직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뒤죽박죽’ 사태인식이다.
최근 수년 동안 비정규직이 빠른 속도로 확대된 과정이란 사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당한 빈자리를 저임금의 비정규직이 대체해 온 과정으로 압축될 수 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인데도 말이다.
‘5대 차별 해소’를 중요한 이슈로 들고 나온 노무현 당선자로서는 워낙 심각한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사회여론에 밀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 추진 의지는 불투명한 게 현 상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개념
그런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일단 문구 그대로의 의미는 “동일한 가치를 갖는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적용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실질적인 내용은 상당히 달라진다.
우선 특정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적용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개념이 있다. 이는 실제 다수의 사회주의 국가와 스웨덴 등의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도된 것으로 개별 기업의 지불능력과 상관없이 사회 전체적으로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비정규직·여성·외국인 등에 대한 차별 극복을 넘어서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업단위 차별까지를 넘어서려는 것이다.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이루는 대단히 획기적인 방안인데, 산업구조와 경제정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한 사업장의 울타리 안에서 적용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개념이 있다. 현재 인수위원회가 언급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이 경우를 말한다.
이렇게 사업장 단위로 적용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할 수 없도록 명문화되어 있기도 하다.
제2장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보장 및 대우 등
제8조 (임금)
①사업주는 동일한 사업내의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은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으로 하고, 사업주가 그 기준을 정함에 있어 제25조의 규정에 의한 고충처리기관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③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사업주에 의하여 설립된 별개의 사업은 동일한 사업으로 본다.
제9조 (임금외의 금품 등) 사업주는 임금외에 근로자의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금품의 지급 또는 자금의 융자 등 복리후생에 있어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
[남녀고용평등법]
비정규직 임금차별 해소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당면 과제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것은 노동운동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운동이나 노동정치운동의 발전정도를 놓고 볼 때, 현재로서는 다소 중장기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의 사업장 안에서 임시직·계약직·사내하청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하여 임금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더 이상 늦추어질 수 없는 당면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제조업 대공장에 일반적인 사내하청의 성격을 정확히 인식·규정해야 한다. 형식상 사내하청은 정규직과 소속 업체가 다르다. 그러나 정규직의 생산라인·작업현장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는 사내하청은 더 이상 다른 사업장 노동자가 아니다. 앞에 인용한 남녀고용평등법상의 표현을 빌자면 사내하청 업체란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사업주에 의하여 설립된 별개의 사업”일 뿐이며, 따라서 동일 사업장으로 간주되어야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임금차별, 근속년수 때문이 아니다
한편 노동부가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보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임금 격차가 주로 근속년수의 차이에 따른 것처럼 되어 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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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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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248시간 25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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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시급 3,507원 2,7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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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시급 3,882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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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총액 1,672,866원 1,023,7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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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 통상 700% 기본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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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의장1부 입사 2년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2002년 10월 임금비교표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 현장조직 ‘현장투’(의장 백기홍)가 발행한 <머리띠를 묶으며> 5호(2002년 12월 16일 발행)는 입사 시기가 거의 비슷한 2년차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표 참조>
비정규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 것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반대를 강력히 규탄하며, “2002년 기준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정규직 노동자의 52.9%에 불과하다”며 “근로기준법 제5조 균등처우 조항에 차별금지 사유로 ‘고용형태’ 명시, ‘동일사업장 내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지급’ 원칙 명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같은 내용을 오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확정되는 올해 임금 요구안에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차별 해소’, ‘동일사업장 내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올 한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