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환자 외면한 채 생색내기용 보완대책 발표

'복지부 장소 변경 불가'로 글리벡 5자 회담 무산 글리벡 농성단, 더 이상 복지부와 협상 없다

*30일 정부청사 앞에서 국무총리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 장소 변경 불가'로 글리벡 5자 회담 무산
보건복지부의 '글리벡 복용 환자단체의 요구사항 및 정부대책'이 단 한명의 환자도 참석하지 않은 채 29일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발표되었다. 글리벡 농성단이 제안했던 '글리벡 해결을 위한 5자(보건복지부, 환우회, 공대위, 식품의약안전청, 노바티스)회담'이 결국 무산된 것이다. 이유는 '이미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므로 회담장소를 인권위 농성장으로 옮길 수 없다'는 복지부의 입장 때문.

'농성장을 떠날 수 없다'는 환자들의 주장을 외면한 보건복지부가 기자들을 불러놓고 발표한 내용의 골자는 "△글리벡의 보험약가 결정 변경 불가능 △초기 CML(만성골수성 백혈병) 보험급여 불가능 △노바티스의 10% 무상공급 전액 환자에게 혜택 △GIST(위장관기저암) 보험급여 혜택, 2002년 11월 1일 이후 약가차액 환불" 등이다.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약을 평생 먹어야하는 환자의 고통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안한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들이 보험약가 인하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였다"며 "정부는 환자대표와 함께 보완대책을 발표하려 하였으나, 환자대표가 단지 장소를 이유로 불참함으로써 당초 준비한 보완대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복지부가 발표한 '보완대책'으로 달라진 것은 "이미 시행했어야 할 GIST(위장관기저암)에 대한 보험적용 소급문제를 환자의 지적으로 하게 된 것과 노바티스의 10%무상지원에 대한 틀린 계산법을 환자의 지적으로 수정한 것 뿐"이다. 한마디로 "생색내기용 보완대책"인 것이다. 실제로 환자농성단과 복지부의 면담 자리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복지부 직원들이 모르는 것이 많아 일일이 틀린 계산을 다시 해야 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성단은 이번 복지부의 발표에 대해 "복지부는 농성에 돌입한 환자의 건강과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여 새로운 대책을 세운 양 생색을 냈을 뿐 아니라 환자의 부담이 대폭 인하된 것인 양 선전하였다"며 "결국 복지부의 행정과실과 계산법조차 틀린 어리석음을 인정한 것 뿐"이라고 평가했다.

복지부는 또한 "△본인부담률 인하는 백혈병이라는 특정 질환에 대해 이루어진 조치로 글리벡이라는 특정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GIST 환자 본인부담률 인하 불가능 △식약청 허가가 없는 상태이므로 초기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 보험급여 시행 불가능 △약값은 회사와 정부가 협의하여 결정된 것이 아니라 법령에 명시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한 것이므로 글리벡의 보험약가 철회 불가능"이라고 글리벡 농성단의 요구안을 거부하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이날 복지부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했던 한 관계자는 "복지부에서는 협상할 것이 없다고 하더라"고 복지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글리벡 농성단, 더 이상 복지부와 협상 없다
복지부가 기자들 앞에서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생색내고 있던 그시간, 글리벡 농성단 환자들 20여명이 5자회담을 준비하고 있던 인권위 농성장은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대부분 "복지부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는 이유와 함께 7일간의 농성으로 환자들이 많이 지쳐있던 까닭도 있다.

이미 환자 중 서너명은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후송되거나 빨라지고 기침을 자주해 주변에서 '감염이 우려되니 병원에 갔으면 좋겠다'고 권유했으나 끝내 거절하고 농성장을 떠나지 않아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2년전 만성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해 투병중인 황희자(45세)씨는 "복지부 장관이 인터페론을 직접 맞아봐야 한다"며 "인터페론을 4-5개월만 맞으면 팔이 마비되고, 근육통이 온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인터페론은 초기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이 사용하는 주사제로 오랜 기간 투여할 경우 근육통이 오고,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글리벡이 유일한 치료제가 아닐 경우 노바티스의 10% 무상지원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01년 10월에 발병한 손재윤(33세)씨는 "백혈병 뿐 아니라 다른 병들도 제일 큰 효력을 볼 수 있는 1차 치료제가 비싸다는 이유로 보험적용이 안되고, 2차 치료제가 1차 치료제로 둔갑하는 경우도 많다"며 "결국 환자의 생명이 아닌 약의 단가가 보험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황씨 역시 "아픈 사람들 대부분이 서민이고, 돈이 없으면 치료를 중단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보험정책이 그에 맞게 시행되지 않는다"며 "건강할 때 꼬박꼬박 세금 냈고, 약을 개발할 때 실험에 협조하고, 입홍보까지 해줬는데 이제와서 죽으라 한다"고 정부와 노바티스에 대한 좌절감을 보여줬다.

한편 환우회 강주성 사무국장은 "이제 더 이상 복지부와의 협상은 없다"며 "복지부가 할 얘기가 있다면 농성장으로 와야 할 것"이라고 밝혀 이후 강한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인권위 점거 8일째 인수위 앞으로 나선 환자들

1월30일에는 영하 10도의 수은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혈병환자들이 정권인수위 앞에 나섰다. 백혈병 환자들은 감기같은 사소한 병에도 매우 위험해 질 수 있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환자복을 입고 인수위 건물에 가려진 차가운 그늘위에서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갖게 된 것은 현정부가 이 문제를 대충 마무리짓고 새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기자회견을 본 환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복지부가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온각 생색을 내며 이번 약가 결정으로 환자의 약가부담이 대폭 축소된 것처럼 선전했기 때문이다.

이날 환자들과 사회단체 회원들은 국무총리 면담과 인수위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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