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일상적인 일'에 항의하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농성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7일 밤 10시 장애인이동권연대 이규식 투쟁국장과 엄태근 사무국장은 국가인권위에서 농성중인 글리벡 공대위를 방문하고 귀가하기 위해 시청역 5번 출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지하철역에 들어가기 위해 이용할 수밖에 없는 리프트는 고장난 상태였다. 시청역 역무원에게 연락을 해서 역무원이 이동형 리프트를 가지고 왔으나 그마저 고장이 나버렸다. 결국 이규식씨와 엄태근씨는 시청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1시간 이상을 추위에 떨며 기다려야 했다. 추위에 떨며 기다리던 이규식시와 엄태근씨는 '더이상 이런 부당한 일상을 그냥 넘길수는 없다'고 결심하고 "리프트 고장과 부당한 피해에 대해 서울시지하철 공사장의 공개사과와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서울시청역 역무실에서 27일밤부터 항의농성에 돌입했다.
시청역은 작년 여름 장애인이동권연대가 '발산역 사고 서울시장
사과,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등을 요구하며 40여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했던 국가인권위에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했던 역이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그나마 있다는 리프트가 어떻게 장애인의 목숨을 앗아갔는지를 수도 없이 선전했던 곳이기도 하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영희 공동대표는 "비장애인들은 '밖에서 좀 기다렸다고 이렇게 나오냐'며 장애인의 시간을 우습게 본다"며 "대부분의 장애인이 지하철역 리프트를 무한정 기다리거나 들려내려와야 한다는 것은 절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한 "지하철 공사는 직원 교육을 잘해서 해결한다고 하지만 이미 막중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지하철노동자에게 또다른 업무를 과중시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며 "승강장, 차량 사이의 간격과 함께 비장애인들이 그냥 넘기는 사소한 것들이 장애인의 이동에 큰 벽으로 존재하고 이런 문제들을 알려내고 제대로된 싸움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희 대표는 28일 고덕역에서 시청까지 오는데 모두 6번 리프트를 타야 했고, 결국 2시간 30분이란 시간을 소요해서야 시청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박영희씨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시간을 살아야 하는데 왜 참고 기다려야만 하는가, 우리도 우리의 시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며 "서울시에서 04년 지하철역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를 도입한다고 했다가 06년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그 2년의 시간은 장애인에게는 백년처럼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29일 시청역 역무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규식씨는 "하루이틀이 아니고 매일 겪은 일이고, 고장나지 않더라도 리프트로 이동하는 것만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며 "말로만 잘못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투쟁을 진행하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규식씨는 평소에도 일반휠체어보다 무거운 전동스쿠터를 이용해서 이동하기에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엄태근 사무국장은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공사에 '△역무원 수 확대 △지하철공사장 공식 사과 △손해배상'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역장은 '서울시가 어떤 협상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비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개인적으로 손해배상금액을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지하철공사내 관련 규정이 없고, 이번에 공개적으로 손해배상을 해주면 이후 관례로 굳혀진다는 것이다. 엄태근 사무국장은 또한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길거리에 뿌리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엄청날 것이고, 우리는 이를 대표해서 싸우는 것"이라며 "이후 더욱 투쟁을 확대해 손해배상과 공개사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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