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문화정책 제안 토론회
'국가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문화민주주의' 이후
지난 1월 16일 새 정부 문화정책 제안을 목적으로 민예총, 문화연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 세 단체가 개최한 토론회 "국가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문화민주주의"에는 100명 이상의 문화계 인사들이 몰려들었다. 이는 그만큼 토론회에 거는 기대가 컸다는 것과 새 정부에 거는 문화계의 기대감이 남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토론회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정부 정책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감이 집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토론회를 기획하게 된 목적과 배경에는 토론회 결과를 취합하여 대통령직 인수위와 문화관광부 등에 공식 제안하겠다는 의지도 작용하고 있었다. 민예총, 문화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이 같은 생각을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다듬어 토론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가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토론회에 앞서 여러 차례 내부 워크샵을 가졌다.
따라서 강내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과 박인배 민예총 상임이사의 발제는 집단적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강 위원장의 발제는 대체로 3대 핵심 사회정책으로서의 문화정책의 중요성을 전제로 한 것이었고, 그 구체적 내용은 "공공재로서 문화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할 것", "시혜적 성격을 벗어난 아래로부터의 문화적 실천을 보장하는 문화민주주의의 고양", "문화적 다양성과 정체성의 확립" 등이었다.
박 이사의 발제문도 비슷한 인식적 기반 위에 놓여 있었다. 특히 "지난 시절 정부가 강조해 온 것은 '문화의 세기'가 아니라, '문화산업의 세기'였다"는 언급과 "문화권력으로 자리잡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개혁 작업이 필요하다"는 언급은 포괄적 동의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문화민주주의, 의미있는 문화예술, 참된 문화경제, '민족문화'와 '세계문화'의 공존" 등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문화정책의 주요 방향들과 문화부로의 부서명칭 복원, 문예진흥원의 위원회 구조 개편 등 제안의 구체적 내용도 문화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지적돼 왔던 것들이었다.
이날 토론회 발제문에 담긴 주제는 문화정책 철학, 기조, 주요 방향 등으로 다소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 볼 때, 실제 내용은 구체적인 측면이 적지 않았다. 특히 패널들 모두가 인수위의 국정 10대 과제와 문화정책의 상관성을 추적하면서 제시한 몇몇 과제들은 눈에 띤다.
민예총 정남준 사무총장, 연극협회 최종원 이사장, 여성문화예술기획 이혜경 대표,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양기환 사무처장, 문화부 이승규 문화정책국장, 영진위 김혜준 사무국장, 문화연대 이동연 사무차장, 목포대 조경만 교수, 문화부 김수연 예술진흥과장 등 전체 패널들의 토론 논지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특히 패널들이 제안한 문화부 장관 임기 보장, 문화교육 정책의 중요성, 문화 다양성, 문화주권 등은 새 정부가 지향하고 추구해야 할 중요한 문화정책적 함의들을 담고 있는 개념 및 범주들이라 할 수 있다.
토론회 직후인 1월 22일 민예총과 문화연대는 토론회 논지를 정리하여 ▲문화정책 위상강화 ▲문화예술진흥정책 선진화 ▲삶의 질 제고 ▲문화주권 및 문화정체성 보호 ▲지속적, 안정적 남북 문화예술 교류 ▲지역문화 활성화 및 균형발전 시책 추진 ▲표현의 자유 보장 ▲소수자 문화권리 확대를 위한 시책 추진 ▲문화유산 보존전승 및 활용 정책 강화 ▲문화산업 구조 개혁 등 10대 문화정책 과제를 인수위에 제안했다.
또, 이 토론회를 계기로 지역문화 균형발전을 위한 공청회, 양성평등 문화정책 수립을 위한 토론회, 문화유산 정책 관련 토론회 등이 잇달아 열렸고, 인수위와 문화부에서도 깊은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이상과 같은 과정들, 그리고 이 과정들에서 제안된 내용들의 심도와 밀도는 비교적 깊고 내실있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정책제안들이 앞으로 얼마나 반영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제안의 심도와 밀도만큼 반영될 여지 또한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화계의 지속적 노력과 끊임없는 후속 노력이 뒤따를수록 반영의 여지 또한 커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몇몇 문화단체들이 새 문화부 장관에게 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문화정책 제안서는 그래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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