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경찰노릇까지?

"정통부 사법경찰권 부여하면 더 큰 인권침해, 저작권협회 단속원으로 전락할 가능성 높아" "정통부, 인터넷 모든 규제권한을 집중시키려는 것인가" 우려 목소리 높아져

2001년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던 불법소프트웨어 단속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문제가 되었던 정보통신부가 사법경찰권을 부여받아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 압수, 수색, 체포, 구속 등 수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2002년 9월 2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 및 체신청에 근무하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 사무에 종사하는 4급 내지 9급의 국가공무원이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중 프로그램저작권침해에 관한 범죄에 대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공유연대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개정안이 프로그램 저작권 단속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편파적인 수사를 야기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며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수사는 일반적으로 직장이나 가정처럼 비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지며, 필연적으로 압수나 수색을 수반하고, 인권침해의 소지가 높은 만큼 행정부가 아니라 수사기관인 검찰이나 사법경찰관리가 담당하여야만 한다"며 "또한 민사적 분쟁의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에 대해 행정부 공무원에게 특별수사권을 부여할 이유가 없고, 산업계의 이익을 우선해 온 정보통신부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고 있어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인권침해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역시 25일 성명서를 통해 "프로그램저작권 침해행위는 친고죄로 대부분의 침해행위자는 형사처벌이 두려워 프로그램저작권자에게 실손해액의 몇 배를 배상하게 되는 등 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의 과도한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게 된다"며 "사법경찰권을 부여받은 정통부 공무원들은 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의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이윤추구의 도구나 프로그램 제작사들의 모임인 한국소프트웨어 저작권 협회의 단속직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민변은 또한 "수사인력 부족을 근거로 든다면, 문화관광부, 특허청,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공무원에게도 사법경찰권을 주어야 할 것"이라며 "일제단속을 벌일 생각으로 인력부족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범죄의 혐의도 없이 법원의 영장을 통한 허가도 받지 않고 벌이는 일체의 단속은 위법수사일 뿐"이라고 밝혔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불법소프트웨어 단속과정에서 영장도 없이 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의 이익단체 소속 직원들과 함께 기업체 사무실에 들이닥쳐 위법, 과잉수사, 인권침해로 악명을 떨쳐왔다.

한편 인터넷 내용규제 권한을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존속시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인터넷 대란과 관련해 "침해사고 관련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로그 자료의 제출요구권 및 현장조사권을 도입하겠다"는 입장 발표, 위치정보에 대한 권한을 정보통신부에 집중시키는 위치정보의보호 및 이용등에 관한 법률안 등이 잇달아 문제가 되면서 "사용자보다는 사업자의 이익을 우선해온 정보통신부에 인터넷에 관련된 모든 규제권한을 집중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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