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서비스 협상 현황과 우리의 대응 현황⑤]유럽의 대응에서 배운다

유럽은 WTO 서비스 협상에 대응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동안 구체적인 논의와 준비들을 해왔다. 이렇게 축적된 논의와 그간 구축된 각국과의 협력 체제를 바탕으로 이제 유럽연합은 교육, 보건, 시청각 분야는 개방을 하지 않겠다고 문서를 통해 의지를 확고히 했다.

국민들에게는 개방이 세계적인 대세라고 선전하며 구체적 대안도 없이 개방에 대한 수세적 대응에만 급급한 한국 정부와 비교해 보았을 때,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번 호에서는 유럽의 최근 대응 사례 중 가장 그 의지를 뚜렷이 표명하며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는 <문화다양성과 GATS에 관한 Brixen/Bressanone선언서>와 <문화 전문가 단체 국제 회의(이하 CCD)>를 통해 유럽의 대응 현황을 살펴본다.

유럽 문화·교육부 장관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문화다양성과 GATS에 관한 Brixen/Bressanone선언서]

2002년 10월 18일, 유럽의 문화와 교육 분야 지역 장관들은 Brixen/Bressanone에서 열린 '문화와 교육 분야 유럽 지역장관(European Regional Ministers)회의'에서 "우리는 GATS가 민주적으로 합의된 특성보다 상업적 사항을 우선시 하는 경향을 지닌다고 생각하며, GATS는 교육, 문화, 미디어에서 민주적인 원칙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를 포함해서는 안 된다. 이에 교육, 문화, 미디어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 기구와 정부까지 포함하는 국제 협약을 요구한다" 는 요지의 선언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이 선언서에서는 GATS 협정이 '자유무역과 시장접근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의 독점과 보호 대상이던 공급 서비스를 전 세계적으로 합의, 약속하여 급진적으로 자유화하고 사립업체 및 민간 기업의 요구에 따르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협정이 적용되는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GATS 조항 1.3a에 따라 모든 협상에 주요 및 필수 서비스에 대한 공급 주체로서 지역 정부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교육 개방에 있어서 모든 국가의 교육 기관 사이의 협동 프로젝트 및 학생, 교수 교환제도를 지지하지만 투자 이익에 좌우된다면 연구 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교육 인프라의 구축 문제를 관련 기업의 육성을 통한 사적 이익금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이 선언문에서는 보편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의 공교육제도를 시장지향의 제도로 바꾸려는 어떤 움직임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

이에 따라 이들은 유럽위원회(EC)가 1999년 10월 회원국이 준 협상 위임을 존중하겠다고 공표했음에도 시장자유화를 활발하게 추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비판하며,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어떤 때라도' 어떤 개방 요구안이나 개방 계획서도 심의에 부치지 말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선언의 결의 내용들은 2003년 2월, <문화 전문가 단체 국제 회의(이하 CCD)>에서 본격적으로 구체화되었으며, 이 자리에서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문화 다양성에 관한 국제법적 협정을 세계 각국이 채택할 것'을 골자로 하는 문안 마련을 UNESCO가 2005년까지 추진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파리 CCD 총회에서 최종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사진/세계문화기구연대회의)


[문화 전문가 단체 국제 회의(이하 CCD)>의 협의안 UNESCO에서 국제 협약을 마련하여 공동의 협상을 추진하자!]

UNESCO가 새로운 협약의 주체 기구로 제안된 것은 CCD 총회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2년 10월, 남아프리카 케이프 타운에서 열린 INCP 제 5차 연례회의에 모였던 장관들은 UNESCO가 문화 다양성에 대한 국제기구를 주최 및 이행하는 데 적절한 기관이라는 것에 동의한 바 있다. 사실, WTO 밖에서의 시도는 일정한 난점을 지니고 있다. 협약에 참여한 국가들이 WTO 구조 내에서 그들의 정책 목표 달성 능력을 손상할 수도 있는 약속을 거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퀘백 라발 대학의 이반 베르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구를 통한 협약은 문화 다양성 보호를 목적 그 자체로 만드는 논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UNESCO 협약의 성공적인 협상에는 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우선, 현재 UNESCO 회원에서 빠져있던 미국이 다시 가입함에 따른 공격이 예상된다. 이 공격에 대응하면서 UNESCO에서의 협약이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 기구에서의 협약이 세계화와 무역 자유화의 문제를 포괄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협약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UNESCO 사무총장도 이 제안을 달갑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문제점들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실상 많은 개도국들의 경우 농산물 개방의 문제가 더욱 절박한 문제로 놓여져 있기 때문에 문화 뿐만 아니라 농산물을 비롯한 기반 산업의 개방 협상에 관해서도 함께 연대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의 대세는 '개방 협상 거부'이다!


유럽이 모든 서비스 분야를 협상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도국(한국 포함)에는 체신, 환경, 에너지, 운송 등의 사유화와 개방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문화 다양성을 지키기고, 최소한의 공공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유럽의 이와 같은 대응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마 전 소식에 의하면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에서도 문화, 교육 관련 서비스 협상을 거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정부, 특히 외교통상부는 '개방이 대세'라며 개방을 밀어붙이기에 급급해 왔지만 대세는 오히려 '개방 협상 거부'이다. 새 정부가 이와 같은 국제적 흐름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길 기대한다.


틈새 / 문화사회 편집위원 rebel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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