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시러!!] 지구적 조직 폭력배, 세계의 평화를 지키려 나서다.



지금 한 동네 양아치가 딱 걸렸다. 그래도 한 때는 근방에서 잘 나가던 이 양아치였건만, 10여년 전, 그 동안 뒤를 봐주던 '형님'에게 밉보이는 바람에 흠씬 두들겨 맞고 이제는 이빨 다 빠진 호랑이가 되어 조용히 살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때 단단히 찍힌 모양이다. '형님' 조직의 무리들은 이제 아예 이 양아치를 없애버리고, 그 구역까지 접수해야겠다고 나서고 있다. '형님'에 의한 '전 세계적 평화와 안녕을 위해서'라나 뭐라나.

돈독하던 한 때.

16일, 화학 무기에 희생당한 쿠르드 족의 추모식이 있었다.

동네 양아치와 '형님'. 그들의 관계가 돈독하던 한 때, 특히 1990년 8월만 하더라도 미국은 후세인의 든든한 '빽'이 되어 주었고, 후세인은 이란과 이라크 내 쿠르드족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잔인 무도한 살상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에 미국은 온갖 경제적, 군사적 지원과 지혜, 외교적 지지를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지금도 이라크에 있는 '살상 무기'의 상당수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아메리카 합중국 산이다. 그러나, 그렇게 돈독하던 이들의 관계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산산이 부숴지고 말았다.

후세인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발생한 쿠웨이트의 부채를 탕감할 방법이 필요했고, 자신의 쿠웨이트 공격이 미국과 광범위한 아랍 국가들의 지지를 받게 되리라 착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계산 착오였다. 워싱턴은 전쟁 이후 사우디 아라비아로부터의 안정적인 석유 보증에 금이 갈까 두려워했던 것이다. 결국 후세인은 전쟁을 도발했고, 그 대가는 처참했다.

UNICEF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제재로 인해 91년에서 98년 사이 이라크에서는 5세 이하 어린이 500.000명이 사망하였고, 이 숫자는 100번의 국제무역센터 공격으로 사망한 수보다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1996년 5월 "60minures"의 Leslie Stahl이 Madeleine Albright에게 물었을 때 Albright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이것이 아주 어려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치는 값진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안보리의 승낙 없이도 '형님'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가.

이제 미국은 이라크를 완전히 자기 구역으로 만들기 위해 17, 18일 안으로 이라크에게 정식 최후 통첩을 할 것이며, 이후 곧바로 전쟁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공격은 아무런 국제법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유엔 헌장에서는 단 두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어느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무력을 사용하거나 협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무장 공격이 있을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유엔 헌장 7장에 준하는 사항으로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해 무력 사용을 승인할 경우' 이다. 미국은 1990년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를 추방하기 위해 결의된 678 결의안이 현재의 이라크 공격을 합법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678 결의안은 이라크를 쿠웨이트로부터 철수시키기 위한 660 결의안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었고 이 결의안에 따른 할 일은 모두 끝났다. 그럼에도 미국은 '관련된 사항'이 1990년 8월 이후 이라크와 관련된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하면서 무기 사찰단과 관련하여 걸프전 후의 모든 결의안도 포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결의안이 승인되지 않은 다른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용될 수는 없으며, 특정 국가에게 결의안과 관련한 해당 국가가 그것을 지키고 있는지 아닌지 결정할 권한은 없다. 미국은 또 이라크가 쿠웨이트 죄수들과 영토에 관하여 678 결의안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2002년 3월 아랍동맹국들의 정상 회담에서 쿠웨이트를 비롯한 모든 아랍 국가들은 이라크와 전면 친선하기로 사인하였으며, 이라크 역시 쿠웨이트로부터 빼앗은 국가적 공문들과 죄수들을 교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므로, 사실상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형님'이 원하는 것.

국제적 압력까지 감수하면서 미국이 전쟁을 감행하는 배경에는 누구나 예상하다시피 '석유'에 관한 낙관적 기대가 있다. 미국이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사우디는 9·11 테러 이후 불안정한 협조국이 되었다. 그러나 '이라크만 장악하면' 이라크의 석유매장량은 중동에서 정치환경의 재구성에 이용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의 1100억 배럴 이상의 매장량은, 사우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장량이며, 이러한 수치는 이라크의 석유생산능력을 감안하여 추산한 것에 불과하다. 더 이상의 매장지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UN의 제재가 철회된다면 이라크는 여전히 거대한 생산잠재력을 갖고 있다. 약 70개의 유전이 그동안 발굴되었는데, 이것은 앞으로 개발될 유전의 정확히 20%에 불과하고, 싸고 개발이 쉬운 많은 해양유전지대들 중 8개의 유전은 대략 10억 배럴 이상의 매장량을 갖고 있다.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동맹 정권을 바그다드에 세울 수만 있다면 사우디의 석유 생산 능력을 따라잡고 장기적인 전략 석유공급의 대안을 갖게 됨과 동시에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이 있기에 부시는 현재 엄청난 경기 침체와 불안정한 국내외적 입지에도 불구하고 '전쟁만 성공하면' 오게될 위와 같은 상황들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물러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여기서 물러섰다가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도 안녕, 그를 둘러싼 미 행정부 내 신 보수주의 세력들의 안녕도 안녕, 전쟁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록히드 마틴,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미국 정치, 경제의 지지대 거대 군수 기업들도 안녕, 미국 경제도 안녕, 세계를 주름잡던 헤게모니도 안녕, '세계의 안녕'을 지키겠다고 나섰다가 모두에게 "안녕"을 고하게 될 것이므로.

한국 정부, '오직 한반도에만 평화를'

지난 13일 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와의 전화 회담 도중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 정신을 중시한다는 입장 아래 이라크 문제에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며, 나아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국제테러 방지를 위한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하고 지지한다"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제 노무현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미국의 이라크전 개전시 1개 공병대대를 파견해 미국을 지원키로 의견을 모으는 등 전쟁 동참에의 구체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 공격을 지원하면 한반도 평화가 보장될 것인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구적 조폭의 행패를 지금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얼마든지 '그가 마음먹기에 따라' 다음 차례는 한반도가 될 것이다.

** 참고자료 **

"부시 행정부의 전쟁 만들기(Washington Makes Its Case for War)". 파리트 무함메디 , 라아드 알카디리. 옮긴이 김용현, 월간 <사회진보연대> 10월호

전쟁의 벼랑 끝에 몰린 이라크, 스테판 살롱& 마이클 앨버트,
(번역본 참고 : 평화네트워크)

"Why Another War? - A Backgrounder on the Iraq Crisis", Sarah Graham-Brown & Chris Toensing, Dec, 2002

"This loming war isn't about chemical warheads or human rights: It's about oil", Robert Fisk; The Independent: Jan 18, 2003,

틈새 / 문화사회 편집위원 rebel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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