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책]우리모두가 함께하는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최종규(토박이 출판사 편집부)

"사람의 가난이란 본디부터가 가난한 것이 아니라 어떤 못된 놈들이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어서 가난이라는 것이 생겨났다"는 말.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 앞에서는 이 이야기가 기둥이 됩니다. 백기완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한결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째는 어더렇게 해서 남녘과 북녘이 갈라졌는가, 둘째는 이 나라의 기둥이 되는 사람들이 우리 역사에서 누구였는가, 셋째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얼마나 괴롭혔는가, 넷째는 요즘 사람들과 서울이라는 곳 삶이 얼마만큼 삶다운 삶인가, 다섯째는 분단과 전쟁이 물결치는 요즘 세상 위에서 하나됨으로 나아가는 길은 무엇이냐 입니다.
할아버지도 보통 할아버지가 아닌 칠순을 넘긴 백기완 할아버지입니다. 서울에 와서 지하철을 탈라치면 어린 학생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일어서서 자리에 앉으라고 한답니다. 당신은 늙수그레한 사람이 어린 학생들 앉을 자리를 빼앗는 느낌이라 미안하면서도 늙은 몸을 어쩌지 못하고 자리에 앉는다지요. 하지만 앉아 있으면서도 엉덩이가 들썩들썩 다시 일어나서 어린 학생들을 앉히고파 합니다. 어린 학생들이야말로 이 모진 나라를 힘차게 일으키고 이끌어나갈 기둥이자 희망이니까요.

할아버지는 자기에게 자리를 내준 학생에게 묻습니다. "거, 학생. 고등학교쯤 되면 학교에서 역사라는 것도 배웁니까?" "배우지요. 서양사도 배우고요." "그러면 우리나라 통일 운동의 역사도 배우겠네요?" "네?" "보길 들어 우리나라가 어째서 이렇게 허리가 뚝 하니 잘렸으며 또 그것을 하나로 하고저 해서는 어더렇게 싸워오고 있다는 역사 말이오." "아, 그거요. 그런 것은 과목으로 배우진 않는데요" …… 할아버지는 두 분 어르신을 아주 높이 우러릅니다. 한 사람은 백범 김구 선생이고 한 사람은 몽양 여운형 선생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 한 자리 나눌 젊은 사람이 있으면 대뜸 두 어른이 살아온 삶과 우리나라 아픈 역사를 아느냐고 물어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물어물어 보아도 제대로 배우고 아는 학생들이 드물거나 거의 없더랍니다. 기가 찬 할아버지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픈 마음이 굴뚝같답니다. 하지만 그게 어린 학생 탓이겠습니까?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지 않고 시험 성적과 대학입시에만 목을 매달게 한 지금 현실이 문제예요. 집안에서도 아이들에게 우리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지금 사회가 어떠한지, 딸아들이 앞으로 살아갈 우리나라는 어떠한 나라로 가꾸어야 좋은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란 그저 이 세 가지가 아닐까요.
1.시험점수 잘 따라
2.일류대학 들어가라
3.대기업 취직해서 돈 많이 벌어라
할아버지는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 나이를 속일 수 없습니다. 더구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기라도 하면 '원, 미친 늙은이 다 있네' 하는 소리를 듣기에 딱 알맞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을 어린 학생들이 백기완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를 하나하나 살로, 몸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받아들인다손 치더라도 교실로 돌아가면 다시 교과서와 참고서에 파묻혀야 합니다. 그러는 사이 잊어버리고 자기 이야기가 아닌 듯 여기기 쉽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는 잘 엮은 역사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옛날이야기책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우리 역사가 어떤 발자취로 이어져 왔는지, 또 이 나라 보통사람(민중)이 일한 댓가를 제대로 받으며 살아오고자 어떻게 애를 써 왔는지, 하지만 일한 몫을 받지 못하고 양반 나으리, 일본 제국주의자, 미국 제국주의자들 등쌀에 얼마나 짓밟히고 억눌렸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온누리를 집어삼키려고 무턱대고 힘 여린 나라를 쳐들어가서 엄청난 폭탄을 퍼붓는 미국입니다. 이 나라 여성을 마구잡이로 끌고 가 성노예로 부려먹고도 사과 한 번 않는 일본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나는 기둥이자 희망인 우리 아이들은 우리 지난 삶과 지금 삶과 앞으로 살 삶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먼저 우리 일하는 어른이 우리 이야기를 읽고 제대로 익힌 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나눠야겠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일하는 대접을 받고 힘차고 아름답게 살아갈 날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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