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은 21세기 노동현장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나보다.
'무노조 왕국'을 자랑하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에서 일었던 노조결성 움직임이 불과 이틀만에 진압됐다. 지난 2월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함께 노조설립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호텔신라 직원 임장호 씨 등 4명은 지난 3월25일 오후 4시44분 서울 중구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들 4명은 다음날 퇴근 직후인 26일 오후 7시부터 연락이 두절돼 4월2일 현재까지도 소재를 알수 없다. 이전부터 삼성그룹이 노조결성에 대응해 왔던 방식을 고려해 보면 '협박에 의한 감금'이거나 '회유에 의한 도피'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은 더구나 유령노조를 설립해 불과 40분 전인 25일 4시께 신고서를 서울노동청에 접수시켰다.
'국가정보원보다 앞선다'는 삼성의 정보력은 여전했다. 삼성은 임장호 씨가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던 당일 중구청에 직원을 파견해 동향을 파악하는가 하면, 신고서 제출 20분만에 동행했던 모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쓸거냐, 너무 앞서나가지 마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이번 '공작'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로 알려지고 있다. 구조본은 원래 사무직보다는 제조업 사업장 노조결성 저지를 목적으로 해왔다. 그만큼 호텔신라에 대한 구조본의 적극적 '작업'은 이례적인 셈인데, 물론 이유가 있다. 호텔신라 기획부장으로 있는 이부진 씨는 이건희 회장의 장녀다. 이 회장은 앞으로 장녀를 호텔 사장으로 앉힐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는 설립과정에서 요구조건의 하나로 "이부진 부장 등 삼성일가 퇴진"을 내걸으려 했다. 천민재벌의 기업세습에 노조결성 시도가 무참히 짓밟힌 셈이다.
폭행과 감금, 납치, 수억원에 이르는 돈 살포로 대표되는 삼성의 막가파식 노조결성 저지는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20년이 넘도록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이 오늘 날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아무 제재도 없이 이런 행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오만을 넘어 방자에 이른 삼성의 행동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돈과 힘으로도 못막는 게 사람답게 살고 싶어하는 이들의 의지다.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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