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전쟁을 과연 언론이 얼마만큼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을까. 이번 이라크전쟁은 발발하기 이전부터 이미 장기간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다. 전쟁이 과연 일어날 것인지, 일어난다면 언제쯤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예측 보도부터 나오기 시작하여, 전쟁이 터지자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듯 국내외의 각 언론사는 취재 경쟁에 열을 올렸다.
전쟁의 급박한 상황 변화만큼이나 언론의 보도 내용도 급변해 왔다. 초기에는 조기 종전에 대한 기대감, 며칠 후 상황이 바뀌어 장기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뒤이어 언제쯤 바그다드를 공격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 예상보다 일렀던 주말 바그다드 공격 후에는 그것이 ‘탐색전’이었다는 보도, 그리고 바그다드에서 이라크군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이라크측 작전의 하나인지, 전의를 상실한 것인지에 대한 추측 보도…. 본격적인 바그다드 공격 이후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종전 후의 이권 다툼 보도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언론의 역할이 이제는 단순한 사실 보도 차원을 넘어, 전문가적 시각에서 상황을 분석·예측하는 영역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언론이 ‘객관적 사실’의 보도보다는 어떤 한 편의 대변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강자를 대변하는 CNN과 약자를 대변하는 알자지라 방송은 어쩌면 시작부터 ‘객관적’이기 어려운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자신을 강자와 동일시하는 사람은 CNN을, 약자와 동일시하는 사람은 알자지라 방송을 선호한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한 부분을 담당해 온 CNN과 알자지라 방송은 결국 각 전쟁 당사자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한 셈이고, 다른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를 인용해 왔다.
외신에 의존하는 정도가 큰 한국 언론의 경우, 전쟁 전에도 지금까지 주로 ‘미국의 시각을 통해서 본’ 이슬람권의 모습을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이라크전의 경우는 알자지라 방송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져, 두 방송의 보도 내용을 함께 제시하려는 시도가 돋보였으나, 역시 CNN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았다.
거기에 언론 수용자 스스로가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여러 방향에서 보도되는 자료를 찾아보고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도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언론에 대한 중앙 통제가 비교적 쉬웠던 시대에는 언론을 이용한 심리전이 효과를 거둘 수 있었으나, 지금처럼 다원화된 언론 환경 속의 능동적 수용자들은 예전처럼 쉽게 속지 않는다.
이번 전쟁 보도의 또 다른 특성은 전쟁 진행 상황과 함께 반전 시위의 모습을 함께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힘의 논리에 의존한 전쟁 보도가 평화와 인권을 주장하는 반전 시위 보도와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면서, 한 쪽이 주도하는 과격한 전쟁을 조금이나마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비교적 지면 할애가 균형있게 이뤄진 신문 보도에 비해, 방송의 경우 뉴스 시간의 상당 부분이 이라크전에 할애되어 다른 뉴스거리가 보도될 틈이 거의 없었다. 특히 영상과 함께 제시되는 TV 방송의 경우, 마치 전쟁영화를 보여 주듯 흥미와 관심을 끌고자 하는 자극적인 영상 의존도가 높은 경향이 있었다.
수용자의 ‘관심’을 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항상 무엇이 수용자에게 유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가상 화면까지 동원해 가며 흥미를 유발시켜, 특히 어린이들이 마치 ‘전쟁놀이’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전쟁 뉴스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본말이 전도된 잘못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
모든 재난 보도가 마찬가지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을 때에도 온 신문과 방송에서 특집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가며 재난 예방·대책 관련 보도를 앞다퉈 내보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라크전 보도에 묻혀 버렸다. 무관심 속에 잊어진 것이며, 이 무관심에는 언론도 일부 기여했다. 언론은 우리에게 ‘무엇에 관해 생각해야 하는가’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한동안 ‘이라크 전쟁에 관해 특히 많이’ 생각하도록 강요받은 느낌이다.
이라크전의 뉴스 가치는 충분히 인정되지만, 그 밖에도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할 중요한 것이 너무 많다. 언론의 힘은 아주 크다. 그러나 언론은 강한 자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강자와 약자 모두를, 특히 약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유지하며 우리 사회 전체를 대변해야 한다.
/나은영 서강대 신문방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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