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의 죽음을 애도...보성초 사건 진상 철저히 규명해야"[출처:워킹보이스 임임분]
비정규직 기간제 여교원이 제기한 ‘차 접대 강요에 의한 교권 침해’ 사건이 당사자 중 한 명인 학교장 고 서승목씨의 자살로 이어지면서 사건의 본질이 기간제 교원의 불안정한 신분에 의한 교권 침해 여부가 아닌 일방적인 ‘전교조 죽이기’로 왜곡되는 등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18일, 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 기간제 교원 진아무개씨가 “학교장과 교감의 차 접대 등 성차별적 업무 요구를 거부하자 수시로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와 학생들 앞에서 본인을 질책하는 등 교권을 침해했다”며 교육인적자원부 인터넷사이트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이 민원을 확인한 전교조 충남지부와 교육청 등의 중재로 당사자인 학교장의 사과와 진씨의 복직 등으로 사태가 해결되는 듯 했다.
그러다 이 달 4일 돌연 학교장 서씨가 자살한 채 발견됐고 유족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표 이군현) 등 그간 전교조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던 교육단체와 언론이 학교장 서씨의 자살 원인을 '기간제 교원 진씨의 사실왜곡과 전교조의 강경 대응'으로 몰아갔다. 이에 전교조 인터넷사이트와 ‘안티 전교조’라는 인터넷카페에는 전교조 항의글이 쇄도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전교조, “보수세력의 ‘서 교장 자살 전교조 탓’ 주장은 사실 왜곡”
그간 ‘철저한 진상과 사인 규명’을 이유로 공식입장을 유보하고 있던 전교조는 7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번 사건의 한 관련자로서 고인의 장례가 마무리된 뒤, 이 사건의 객관적 진실과 그에 대한 전교조의 견해를 밝히고, 사회 여론의 적절한 판단을 구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사태가 진상규명쪽으로 이어지는커녕 학교장 서씨의 자살이 ‘전교조 탓’으로 굳어지자 9일 전교조는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기 전에 일부 언론이 전교조를 이번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하고 도적적인 사망선고를 내렸다”라며 “전교조가 이번 일과 관련해 완전 무죄를 주장할 수 없듯이 고인을 죽음을 적극 방조한 교장단 역시 ‘순결한 피해자’로 가장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충남지부 이진형 사무처장은 “전교조는 진씨가 올린 민원에 대해 3월 21일 학교를 방문해 진상조사 뒤 교장 서씨에게 △기간제 교원 진씨 원직 복직 △접대업무 폐지 △서면사과 등을 요구했다”며 “이에 대해 교장 서씨는 접대업무만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26일 예산군교육청 장학사, 학교장 본인, 기간제교원 진씨와의 만남에서는 복직과 서면사과 의사도 표명했다”라고 밝혔다.
이 처장은 “그런데 3월 27일 보성초 홍승만 교감이 예산교육청 인터넷사이트에 차 접대요구 사실을 부인하고 사과의사도 없다는 글을 올리면서 대화로 풀려고 했던 사건은 교착상태에 빠졌다”라며 “전교조는 31일 예산교육청을 방문해 사태해결을 촉구했고 4월 2일 예산군 초등교장단회의에 다녀온 뒤 교장 서씨가 4일 자살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서면사과’가 죽음을 몰고 왔다”,“‘예방조치’였다”
전교조는 무리한 서면사과 요구가 교장 서씨를 자살로 몬 것이라는 유족과 한국교총, 일부 언론의 주장에 대해 “서면사과는 진씨가 복직되었을 때 똑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려는 예방조치였다”라며 “서면사과는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며 오히려 자율적으로 해결하자는 의도로 법적 대응이 아닌 서면사과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우리가 요구한 서면사과는 전교조에게 바치는 항복문서가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피해자인 진씨가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라며 “이를 빌미로 보수세력이 ‘전교조 죽이기’에 나서는 것은 온당치 않다”라고 강조했다.
또 전교조는 “사과문 자체도 구체적이거나 굴욕적인 문구를 요구한 것도 아니다”라며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며 차후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수준의 문구”라고 설명했다.
한국교총 등 보성초 사건을 빌미로 대대적인 전교조 규탄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전교조는 “기간제 교원의 신분 불안을 빌미로 성차별과 교권침해가 가해진 이번 사건에 전교조가 개입한 것이 ‘월권행위’라고 비판하는 교총은 정규직 교원의 이익만 대변하는 단체임을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교총은 전교조가 정치집단이라고 비난할 자격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전교조는 이번 사건이 ‘전교조의 투쟁 일변도에 의한 활동에 의한 것이다’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은 학교 현장의 부당한 관행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불행”이라며 “교육개방이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 등 전교조 사안과는 별개”라고 못박았다.
특히 전교조는 교장의 사인이 교장단 회의 참석 중에 일어난 어떤 일에 있다고 보고 이를 집중 조사하기 위한 진상조사단을 꾸릴 것을 제안했다.
전교조는 이어 "유족과 보수세력이 주장하듯 교장의 사인이 전교조측에 있다면 왜 교장이 유서 등을 통해 전교조를 비난하는 문건 하나 남기지 않았느냐”라며 “교장이 남긴 수첩의 비공개 부분에 대한 공개와 교장단 회의 결과를 경찰과 관계당국은 철저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약자 비정규직 기간제 교원 보호, 전교조의 역할”
또한 전교조가 조합원도 아닌 기간제 교원 문제에 전격 개입했는가에 대해 이진형 사무처장은 “진씨의 민원을 받고 기간제 교원이 불안정한 신분을 이유로 받는 억압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우리는 이 문제가 기간제 교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전교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현재 사립학교 등에서는 기간제 교원의 신분 불안정을 빌미로 자행되는 학교측의 부당처우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 사건이 우리의 의도와 달리 한 사람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불러왔으나 기간제 교원에 관한 근본적인 처우개선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본 사건에 관한 정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난 뒤 사과할 건 사과하겠다”라며 “그러나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 제소, 명예훼손 고소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8일 관련 성명에서 “사람이 자살까지 하게 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불행한 일”이라며 “그러나 지난 1월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 분신자살 당시 보도 자체를 철저히 외면하거나 죽음의 책임을 당사자와 노조활동에 돌렸던 보수언론이 이번 일을 전교조 매도거리로 삼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노총은 “대다수 언론은 전교조를 매도하기에 바쁠 뿐 교육계를 멍들게 하고 있는 비정규직 교원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대우에 대해 무관심하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비정규직 기간제 교원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교육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문화, 기간제 교원의 실태 등 교육현장의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전교조 죽이기작전’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한나라당과 일부언론의 모습은 교단의 갈등과 대립만 심화시킬 뿐 아니라 고인을 두 번 죽이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이런 비극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 살아있는 자들의 과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하병수 사무국장은 “전교조가 그간 기간제 교원의 신분 불안에 따른 처우개선 논의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한 가운데 이번 일이 겪고 있지만 이후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비정규직 기간제 교원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기간제 교원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가져온 불만과 문제의식을 어떤 식으로든 표출하게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기간제 교원 계약서 상 ‘기타 업무’로 ‘차 접대’ 강요해 보성초등학교와 기간제 교원 진씨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업무내용 중 하나로 '기타 업무'가 포함돼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 '기타 업무'에 차 접대가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차 접대를 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으나 ‘기타 업무’를 포괄적으로 해석해 차 시중을 기간제 교원에게 분담했다”라고 말했다. 진영옥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이번 보성초 사건은 기간제 여교원이자 비정규직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차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며 “일선 여교사들에게 암묵적으로 강요된 접대업무가 3년 전 교육부 지침으로 폐기됐음에도 보성초 같은 지역단위 학교에서는 여전히 ‘여교원 접대업무’가 관행으로 부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김미영 전교조 보건위원장은 “일선 학교에서 차 시중을 보건교사나 유치원교사에게 업무분장하는 것은 다반사”라며 “보건교사나 유치원교사보다 불안정한 신분에 처해 있는 기간제 교원에게 가해진 ‘기타업무’는 이를 거부했을 때 되돌아오는 고의적인 잡무 부가, 수업 방해 등과 같은 부당노동행위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학교장 서씨의 자살로 파장이 커지면서 기간제 교원 진씨는 심적 부담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는 9일 기자회견에 앞서 “애초 기간제 교원 진씨가 기자회견에 나와 본인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이를 유보했다”라며 “현재 진씨는 여성단체측과 함께 이후 사태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에 본인이 입장 표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옥 여성위원장은 “진씨는 현재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로 한 사람이 자살했고 또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준 전교조가 비난 받고 있다는 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건이 여성에 대한 성차별 논의에서 그칠지 비정규직 기간제 교원의 노동3권 보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진상규명 등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워킹보이스 임임분 기자 sunbi@kcwn.org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